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의 십리대숲길을 걷고 난 뒤 출렁다리를 보기 위해 대왕암공원으로 갔다.
이번에는 출렁다리가 목적이었으므로 대왕암으로 가는 주 산책로 대신 왼쪽 방향의 출렁다리길로 향했다. 대왕암공원 출렁다리는 길이가 300m 정도로 2021년에 만들어졌다. 전국에 출렁다리 건설 붐이 한창일 시기였다.
출렁다리 부근의 해송 숲도 좋았다.
산책로에서 동백꽃도 만났다.
해안을 따라 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대왕암을 경유해서 걷는 길은 다음으로 미루었다.
경주로 돌아오면서 읍천 주상절리를 보기 위해 들렀으나 주차장에서 거리가 멀어 포기했다. 어제 스페이스 워크를 걸은 뒤 손주는 다리가 아프다 하고, 바닷가 날씨도 바람이 세고 차가웠다.
동해안을 따라 올아오면서 감포에도 들렀다. 손주는 보는 경치보다 조개껍질을 주우며 뛰어노는 걸 좋아한다. 문무대왕바위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감포 바닷가에서 제일 재미있어했다. 아프다는 다리도 잊은 듯 모래사장을 뛰어다녔다. 갈매기도 많았다.
숙소로 돌아와서 저녁 식사를 하고 손주는 리조트 오락실에 내려가 한 시간 동안 신나게 놀고 왔다.
셋째 날, 불국사를 찾았다. 오전 이른 시간이라 경내는 조용한 편이었다.
다른 곳은 생략하고 마지막으로 경주 양동마을에 들렀다. 손주도 화려한 유적지보다는 초가집이 있는 전통 마을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양동(良洞)마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와 역사를 지닌 양반 집성촌이다. 직접 보니 터도 훌륭하고 부유한 양반의 여유와 기품이 느껴지는 마을이었다.
양지바른 비탈에는 개불알풀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손주는 꽃만 보면 카메라를 꺼낸다.
마을 안골 깊숙한 곳에 월성 손씨 종가인 서백당이 있다. 서백당(書百堂)은 '하루에 참을 인(忍)자를 백 번 쓰는 집'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옛사람의 삶의 자세를 느껴볼 수 있다. 뜰에는 이 집을 지을 때 심었다는 600년 된 향나무가 있다.
이렇게 해서 손주와 함께 한 2박3일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아내와 손주는 다시 서로 떨어지는 걸 아쉬워했다. 몇 시간이라도 더 놀고 가자는 걸 내가 피곤해서 일찍 발길을 돌렸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그래도 집에 도착하니 저녁 6시였다. 손주는 엄마를 따라 제 집으로 떠났다. 이번 여행을 반추해 보면서 내 인생의 화양연화(花樣年華)가 이렇게 반짝했음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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