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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가을 여행(3) - 십이선녀탕, 박인환문학관

샌. 2023. 10. 29. 12:48

여행 셋째 날, 따뜻한 아침 식사를 지어먹고 느지막이 출발했다. 돌아올 때는 인제를 지나는 국도를 타기로 했다. 미시령터널을 지나니 금방 설악산 십이선녀탕 입구에 도착했다.

 

깊이 들어갈 생각은 없었으므로 계곡 초입부를 한 시간여 여유롭게 산책했다. 입구에는 단체로 온 관광객으로 붐볐으나 계곡에 드니 한산해졌다. 수수한 갈색 계열의 계곡 단풍이 예뻤다. 바위에 앉아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며 쉬었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에 가 볼까 했으나 날이 흐려져서 포기했다. 일기 앱에는 비 예보가 떴다. 대신 시간 여유가 생겼고, 인제읍에 있는 박인환문학관을 차분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문학관 1층에는 시인과 관련된 옛날 거리를 재현해 놓아 특이하면서 흥미로웠다. 

 

 

시인은 해방 후 20세 때 종로 3가에 '마리서사(茉莉書舍)'라는 서점을 열었다. 마리서사에서는 문학과 예술 분야의 서적을 취급했고, 여러 문인이나 예술인들과 교류하는 장소였다. 부인도 이 서점에서 만났다고 한다. '마리'라는 이름은 일본의 모더니즘 시인인 안자이 후유에의 시집 <군함말리(軍艦茉莉)>에 따왔다는 설과, 시인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킨 프랑스의 화가이자 시인인 마리 로랑생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설이 있다. 

 

 

시인은 1956년, 31세의 이른 나이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떴고 망우리 공동묘지에 안장되었다. 당시 <주간 희망>이라는 잡지에 시인을 추모하는 특집이 실렸다.

 

 

시인의 대표작에는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 등이 있다. 시인의 별명은 '명동의 댄디보이'였는데 현실 의식 없이 너무 겉멋만 따른다는 비판도 있었다.

 

 

문학관 뜰의 시비 앞에서 시인을 생각했다. 시인을 소환하여 마음속에서만 막걸리 한 잔을 나누었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한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돌아오는 길에 도로변에 있는 인제 스마트복합쉼터에서 쉬었다. 소양호 조망이 멋지게 펼쳐진 새로운 스타일의 쉼터였다.

 

 

2박3일의 강원도 여행을 단출하면서 알뜰하게 마쳤다. 날씨도 맑고 따뜻하다가 돌아오는 길에서 흐려지며 비가 흩뿌렸다. 무리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집에 닿으니 피로가 몰려왔다. 그래도 기분 좋은 노곤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