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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을 잃은 봄

봄이 왔건만 봄의 설렘을 잃었다. 말 그대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매해 버릇처럼 쓰는 말이지만 올해는 각별하다. 왜 그런지 굳이 밝힐 필요가 있을까. 헌재 밀실에 숨어서 그분들은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답답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뒷산에 올랐다. 산길 초입에서부터 생강나무꽃과 진달래가 반겼다. 아무리 시절이 수상해도 봄이 되면 피는 꽃이 반갑지 않으랴. 인간 세상의 혼탁과 무관하게 봄이 찾아온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며 지저귀는 박새 소리도 정겨웠다. 너희들은 여전하게 그 모습 그대로구나.  영남 지역에는 산불 피해가 크다. 스무 명이 넘는 인명 피해에다가 사라진 삼림과 숲의 생명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리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뒷산 정상부의 괭이눈도..

사진속일상 2025.03.27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작가 한 줄 성명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파면 여부 선고를 석 달 넘게 끌고 있다. 변론이 끝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헌법 위반 사안이 워낙 분명해서 어렵지 않게 인용 결정을 할 줄 알았다. 그 사이에 기묘한 법리 해석으로 윤석열이 풀려났다. 이러다가는 탄핵 기각이 되는 게 아닌가,라는 걱정마저 든다. 만에 하나의 가능성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그러하겠지만 나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라에 망조가 든 게 아닌가 싶다. 드러나지 않은 어둠의 세력에게 나라가 잡아먹히는 것 같다. 거룩한 법복을 입은 판사님들의 방망이만 지켜봐야 한다니 슬프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탄핵 반대를 외치는 자들도 마찬가지다. 이게 어찌 좌우 진영의 문제겠는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국민에게 오만방자한 자를..

길위의단상 2025.03.26

사기[40]

난포가 사신으로 제나라에 갔을 때 한나라는 팽월을 불러 모반죄를 물어 삼족을 멸하고, 팽월의 머리를 낙양에 매달아 놓고 다음과 같인 조서를 내렸다."감히 그의 머리를 거두어 돌보려는 자가 있으면 체포하라."난포는 제나라에서 돌아오자, 팽월의 머리 앞에서 사신으로 갔던 일을 아뢰고 제사를 지내며 통곡했다. 관리가 난포를 체포하고 그 사실을 고조에게 아뢰었다. 고조는 난포를 불러 꾸짖어 말했다."네놈도 팽월과 같이 모반하였느냐? 내가 그놈의 머리를 거두지 못하도록 했거늘 네놈만이 제사를 지내 주고 통곡하니 팽월과 함께 모반한 것이 분명하다. 저놈을 빨리 삶아 죽여라." - 사기(史記) 40, 계포난포열전(季布欒布列傳)  계포와 난포 두 사람의 열전이다. 둘 중 난포는 한나라 개국공신인 팽월과 친구 사이였다...

삶의나침반 2025.03.25

1406(6)

허덕이고 삐걱대던 삶흘려보내고 너에게로 가고픈 바람도날려버리고 이젠 정물의풍경이 되었다 편안하다 (140601)   사람들은 모를까햇빛만 쨍쨍하면세상이 사막으로 변한다는 걸 사람들은 기도한다맑은 날만 계속되고먹구름은 다가오지 않기를 조물주는 인자하시다그림자가 없으면 빛이 아니라고우리의 어리석은 청에는 고개를 돌리시니 (140602)   깨끗이 닦아가지런히 놓아 둔누군가의 손길 같은 마음으로살고 싶다 (140603)   감미로운 추억과는결별하기로 했다 쓸쓸함도 아름답다는 걸배우기로 했다 그대를 떠나보낸 뒤 (140604)   장마중에 태어나는하루살이도 있다 이 세상에태양이 있다는 것도 모른다 눈을 떠서는날개 한 번 펴보지 못하고거센 물결에 휩쓸려 사라진다 흔적도 없다 (140605)   내 노동으로살아가겠..

포토앤포엠 2025.03.24

봄의 노래 / 챗GPT

차가운 겨울 지나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들고새싹이 고개를 내밀어세상의 숨결을 깨운다 바람은 살랑살랑꽃망울을 흔들며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온갖 색깔의 향연이 펼쳐진다 하늘은 더 푸르고구름은 솜사탕처럼부풀어 오르며우리의 마음도 함께 뛰어오른다 작은 생명들이땅을 뚫고나와자연의 리듬에 맞춰소중한 존재를 노래한다 봄은 설레임의 시작모든 것이 다시 태어나는 때우리는 그 속에서새로운 꿈을 꾼다 이제, 함께 걸어가자봄의 길을 따라생명의 약동을 느끼며희망의 노래를 부르자 - 봄의 노래 / 챗GPT  심심풀이로 챗GPT에게 시를 하나 짓도록 해 보았다. 지시어는 "봄을 소재로 해서 시를 한 편 만들어 줘. 봄을 맞는 설렘과 생명의 약동을 잘 나타내주면 좋겠어"였다. 3초 정도 지나니 이런 시가 나왔다. 인공지능[AI]의 발전이..

시읽는기쁨 2025.03.23

인어공주

요사이 '폭싹 속았수다'라는 드라마가 인기라고 한다. 16부작인데 완성되면 몰아서 볼 예정이다. 지인이 이 드라마와 배경이 같고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라며 '인어공주'를 먼저 보라고 추천했다. 마침 넷플릭스에 올라 있었다. '인어공주'는 2004년도에 나왔으니 어느덧 20년도 더 된 영화다. 전도연과 고두심이 주연으로 나온다. 이런 오래된 영화는 배우들의 옛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동시에 씁쓸해지기도 한다. '인어공주'에는 고인이 된 이선균의 젊었을 적 모습도 보인다.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나영(전도연)은 억척스러운 엄마(고두심)와 너무 착해서 갈등을 빚는 아빠와 함께 살아간다. 아빠가 빚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대학을 가지 못하는 현실에 불만이 많다. 어느 날 아버지가 집을 나가고 아버지를 찾기 위해..

읽고본느낌 2025.03.22

토지(17, 18)

일제가 진주만을 기습해서 미국에 도전하지만 전세는 기울어진다. 국민총동원령을 내려 조선인 강제 징용과 징병제를 실시한다. 요주의인물에 대한 예비검속령으로 김길상, 서의돈, 유인성, 선우신 등이 감옥에 들어가고 남은 사람들은 숨 죽이며 사태를 관망한다. 일제의 패망에 실낱 같은 희망을 걸며 기다릴 수밖에 없는 시절이다. 쭉 그래 왔지만 소수의 독립운동가와 친일파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방관자로 살아간다. 민족의식을 가진 지사들은 대부분 시대의 제물이 되어 망가진다. 17, 18권에 나오는 여옥과 명빈이 대표적이다. 둘은 운동의 전면에 나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폐인이 될 정도로 고통을 받는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몸이 점차 회복된다.  후반부로 가면서 등장인물은 2, 3세대가 주역이 된다. 자주 나..

읽고본느낌 2025.03.21

탄천 산수유

야탑 모임에 가는 길에 탄천에 나가봤더니 산수유가 활짝 폈다. 역시 산수유는 봄의 전령사가 분명하다. 사람 세상이 시끄럽든 말든 봄은 온다. 인간이 하는 꼬라지를 보고 봄이 고개를 내젓는다면 어찌 하겠는가. 무심한 자연의 변화가 고맙기만 하다.  봄철 꽃나무를 찾는 단골 손님은 직박구리다. 직박구리는 사람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봄나들이를 즐긴다. 가까이서 이런 포즈를 취해주는 새는 드물다.

꽃들의향기 2025.03.20

두 친구

자주 만나지 못하는 두 친구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둘 다 첫마디가 "참 오랜만이다!"였다. 40대 때만 해도 한 해에 두세 번은 만났는데 그 뒤로는 빈도가 점점 떨어졌다. 그러다가 가끔 전화로 안부를 묻게 되고, 그마저도 해를 넘기기 일쑤였다. 늙어지면 대개 그렇게 된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천태만상이다. 같은 인간인데 어쩜 이리 다양할까, 신기한 생각이 든다. 처한 환경이나 사고방식, 건강 상태까지 각양각색이다. 젊을 때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노년이 될수록 삶의 스펙트럼의 폭이 확대되는 것 같다.  A는 당뇨 합병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다리에 괴사에 생겨 병원에 입원하고 수술을 받았다. 발가락을 잘라냈고 아직도 병원 치료중이다. 걷지를 못하니 바깥출입을 하지 못한다. 워낙 낙천적인 성격이..

길위의단상 2025.03.19

3월의 풍성한 눈

3월 하순으로 접어드는데 한겨울 같은 눈이 내렸다. 어젯밤에 대설 특보가 내리고 아침까지 계속되다가 그쳤다. 습기를 머금은 무거운 눈에 소나무 가지가 부러질 듯 휘청인다. 오후에는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나와 있으니 곧 작별을 해야 할 마지막 눈일 듯싶다.  올 겨울은 눈이 많았다. 농경사회에서 눈은 풍년을 약속하는 반가운 존재였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공휴일이 되는 나라도 있다. 얼마나 낭만적이면 이런 기념일도 있을까.     어제는 수서에서 면목회 모임이 있었다. 점심을 먹고 차를 나누며 40여 년 전의 옛이야기에 젖었다. 각자가 소환하는 얼굴들에서 갖가지 추억들이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지금은 다들 어떻게 지낼까 궁금해지기도 하면서 인간 사이에 맺어지는 인연과 우연에 대해 여러 생각이 들었다. 눈은 곧..

사진속일상 2025.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