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가에 꽃모종을 심는 일입니다한 번도 이름 불려지지 않은 꽃들이 길가에 피어나면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꽃을 제 마음대로 이름지어 부르게 하는 일입니다아무에게도 이름 불려지지 않은 꽃이 혼자 눈시울 붉히면발자국 소리를 죽이고 그 꽃에 다가가시처럼 따뜻한 이름을 그 꽃에 달아주는 일입니다부리가 하얀 새가 와서 시의 이름을 단 꽃을 물고 하늘을 날아가면그 새가 가는 쪽의 마을을 오래오래 바라보는 일입니다그러면 그 마을도 꽃처럼 예쁜 이름을 처음으로 달게 되겠지요 그러고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이미 꽃이 된 사람의 마음을 시로 읽는 일입니다마을마다 살구꽃 같은 등불 오르고식구들이 저녁상 가에 모여 앉아 꽃물 든 손으로 수저를 들 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