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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라는 세상 / 이기철

이 세상 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가에 꽃모종을 심는 일입니다한 번도 이름 불려지지 않은 꽃들이 길가에 피어나면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꽃을 제 마음대로 이름지어 부르게 하는 일입니다아무에게도 이름 불려지지 않은 꽃이 혼자 눈시울 붉히면발자국 소리를 죽이고 그 꽃에 다가가시처럼 따뜻한 이름을 그 꽃에 달아주는 일입니다부리가 하얀 새가 와서 시의 이름을 단 꽃을 물고 하늘을 날아가면그 새가 가는 쪽의 마을을 오래오래 바라보는 일입니다그러면 그 마을도 꽃처럼 예쁜 이름을 처음으로 달게 되겠지요 그러고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이미 꽃이 된 사람의 마음을 시로 읽는 일입니다마을마다 살구꽃 같은 등불 오르고식구들이 저녁상 가에 모여 앉아 꽃물 든 손으로 수저를 들 때식..

시읽는기쁨 2025.04.10

다산생태공원의 봄

봄기운에 끌려 드라이브를 나갔다. 목적지는 팔당호를 끼고 있는 다산생태공원이었다. 이 공원 주변에는 내가 아끼는 산책로가 있다. 잔잔한 호수가 주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동네 공원에 들렀다. 벚꽃 만개하기 직전이다. 예쁜 사진을 남기고자 갖가지 소품을 들고 온 아가씨들의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수년만에 장롱에서 D750을 꺼내 들고나갔다. 스마트폰과 비교한 사진 결과물이 궁금했다.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굳이 무거운 디카를 들고 다녀야 할 의미가 없어진 것 같다. 그만큼 스마트폰 사진이 좋아졌다. 물론 작품이 아니라 생활 사진을 찍는 사람에 한하는 얘기다.

사진속일상 2025.04.10

1407b(7)

사람들은모를 거야 해가 뜰 때의 감미로운 속삭임을들판에 찾아오는 바람의 미소를내 품에 깃든 새들의 어리광을구름이 펼치는 황홀한 군무를 나는있는 그대로충만이며 자유 부족함도갈증도 없어 그러니 더 이상 날'왕따나무'라 부르지 말아줘 나는'왕자나무'거든 (140707)   질주한다뒤돌아볼 틈도 없다 멈칫하는 누군가 있다나는 왜 달려야 하는 거지? 경쟁자들이 쏜살같이 앞질러간다불안하다 그는 뒤쳐진 걸 만회하려는 듯더욱 세게 채찍을 잡는다 다시 흙먼지 자욱해진다 (140708)   저 길 끝에'시인의 마을'이 있을 것 같다 쓸쓸한 사람들이모여 사는 곳 가난한 가슴들끼리 만나온기를 나누는 곳 힘내자! 저 언덕까지는올라가 봐야겠다 (140709)   퇴직하면시골 초등학교 앞에 조그만 문방구를 차리고꼬맹이들과 함께 살..

포토앤포엠 2025.04.09

벚꽃 피기 시작하는 탄천

탄천에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 늦은 편이다. 지난 주말에 벚꽃 축제가 있었는데 꽃이 없는 행사가 되고 말았다. 지각생이지만 해맑게 웃는 모습이 반갑다. 세상이 아무리 어수선해도 봄은 오고야 마는구나. 기어코 오고야 마는구나. 무심하기만 한 자연의 철리가 고맙다. 노자의 '천지불인(天地不仁)'을 떠올린다.   해 지는 탄천은 그윽히 아름다웠다. 벌써 바닥에 떨어지는 꽃잎도 있었다. 다음에 걸음 할 때면 벚꽃은 사라지고 없으리. 그렇게 세월은 가리라.

사진속일상 2025.04.08

[펌] 윤석열 탄핵 선고문

☆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문 요지(2025/4/4, 문형배 재판관 낭독) 지금부터 2024헌나8 대통령 윤석열 탄핵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적법요건에 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① 이 사건 계엄 선포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는지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고위공직자의 헌법 및 법률 위반으로부터 헌법질서를 수호하고자 하는 탄핵심판의 취지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계엄 선포가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행위라 하더라도 그 헌법 및 법률 위반 여부를 심사할 수 있습니다. ② 국회 법사위의 조사 없이 이 사건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점에 대하여 보겠습니다. 헌법은 국회의 소추 절차를 입법에 맡기고 있고, 국회법은 법사위 조사 여부를 국회의 재량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법사위의 조사가 ..

길위의단상 2025.04.07

토지(19, 20)

20권 읽기를 마쳤다. 작년 12월 초순에 시작했으니 넉 달 정도 걸린 셈이다. 통영에 있는 박경리 기념관을 찾았을 때 읽기를 결심했고, 다 읽은 뒤에는 하동 박경리 문학관에서 마무리했다. 소설 후반부는 일제강점기 말의 가혹한 탄압을 견뎌내야 하는 민초들의 삶이 그려진다. 영웅 중심의 서사가 아니라 이 강산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계층의 고군분투하는 삶이다. 일제강점기 우리 땅의 현실을 이만큼 구체적으로 기술한 소설은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작가는 1969년에 집필을 시작하여 25년이 지난 1994년에 이 소설을 완성하였다. 처음에는 최참판댁으로 대표되는 봉건적 사회제도와 신분질서의 해체를 다루는 1부로 끝낼 계획이었지만, 나중에 일제강점기 전체를 다루는 5부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덕분에 우리 문학계에 대단..

읽고본느낌 2025.04.06

꽃 피는 아차산

봄의 한가운데라는 내 기준은 벚꽃이 만개한 때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의 봄은 아직 절정에 이르지 않았다. 어제 지인들과 아차산을 찾았는데 전체 벚꽃 중에 10% 정도만 꽃을 피운 상태였다. 나머지는 아직 꽃봉오리가 맺힌 정도다. 아차산의 봄에서 제일 아끼는 수양벚나무는 다행히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벚꽃이 아쉬웠으나 대신 다른 여러 꽃들과 만나 기뻤다. ▽ 홍매  ▽ 청매  ▽ 복수초  ▽ 광대나물  ▽ 개불알풀꽃  ▽ 히어리  ▽ 미선나무꽃  ▽ 개나리  ▽ 앵두꽃  ▽ 진달래(올해 가장 화사한 진달래를 산길에서 만났다)  ▽ 귀룽나무  ▽ 소나무 산책로  ▽ 산 중턱 쉼터에서 보이는 서울 시내  이날은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파면한 날이었다. 산길에서 기쁜 소식을 듣자 지인들 얼굴이 꽃처럼 밝아졌다...

사진속일상 2025.04.05

유기방 수선화

서산에 있는 유기방 가옥에 수선화가 피기 시작했다. 고택을 둘러싼 야산의 수선화 밭 중에서 집 뒤편 수선화는 활짝 폈고, 나머지는 꽃 봉오리가 맺혀 있다. 순차적으로 피도록 조절한 것인지, 아니면 그늘이어서 늦게 피는지는 모르겠다. 3월 말에서 4월 중순까지 이곳은 수선화의 노란색 물결로 덮인다. 눈이 어지럽고 꽃멀미가 생길 정도다. 워낙 소문이 난 탓에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리는 것이 흠이다. 주말에는 꽃보다 사람에 치일 각오를 해야 할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25.04.04

섬진강 벚꽃

섬진강 벚꽃을 즐기기에는 때가 약간 일렀다. 일주일 뒤라야 전체적으로 만개할 것 같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꽃 피는 시기가 늦고 있다.  그래도 섬진강 벚꽃길을 드라이브하며 봄의 정취를 즐길 만했다. 3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 남도의 섬진강 주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준다.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는 특히 이 계절을 가리키는 말이 아닌가 싶다. 섬진강 가 벚꽃 아래를 거닐며 아내는 말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이쁜데 굳이 외국에 나갈 필요가 있을까." 나도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환한 햇살 아래 벚꽃 피어나는 어느 봄날이었다.

꽃들의향기 2025.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