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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동굴과 도덕산, 당구 직관

광명동굴과 도덕산 출렁다리를 찾아본 뒤 광명시민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는 PBA 팀리그 경기를 직관하다. 잔뜩 흐리다가 오후부터는 가을비가 내리는 날씨였다. 광명동굴은 경기도 광명시 가학동에 있는 폐광 동굴로 2011년에 내부를 단장하여 일반에 개방하였다. 수도권에서는 드문 광산 동굴이라 지금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일제 강점기 때 광산의 아픈 역사와 함께 아이들이 좋아할 여러 볼거리를 갖추어 놓았다.   여기서는 1912년에서 1972년까지 광물을 채광했다. 채광 물질은 금, 은, 동, 아연 등이었다. 갱도 길이는 7.8km였고, 총 9개 층으로 되어 있었다.    광명의 도덕산(道德山)이 유명한 건 2022년에 만들어진 이 Y자형 출렁다리 때문이다. 소문난 곳이니 한 번 와 보기는 해야겠지.  도덕산..

사진속일상 2024.11.20

허송세월

동네 서점에서 산 일곱 권의 책 중 하나다. 한 달 만에 10쇄를 찍었으니 김훈 작가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겠다. 나 역시 작가의 문체와 함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공감한다. 작가에게는 세계에 대한 깊은 응시와 인간에 대한 따스한 연민과 애틋함이 있다. 이 책에서는 불교적 세계관도 자주 느껴졌다. 특히 '흐름'이라는 말이 자주 나왔다. 인간의 삶도 자연의 큰 흐름과 연계하게 된다. 비교하기에 뭣하지만 김형석 선생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 소설가가 훨씬 더 철학적이다. 책 제목으로 쓰는 '허송세월'이란 글은 "나는 오후에 두어 시간쯤 햇볕을 쪼이면서 늘그막의 세월을 보낸다. 해는 내 노년의 상대다"로 시작한다. 음미하고 사색하는 철학자의 글이다. 이런 말도 참 좋다."혀가 빠지게 일했던 세월도 돌이켜..

읽고본느낌 2024.11.19

구정리 느티나무

경남 합천군 야로면 구정리의 너른 들판에 있는 느티나무다. 대개 오래 된 느티나무는 마을 입구에 정자와 함께 있는데 이 느티나무는 드넓은 들판 한가운데에 홀로 우뚝하다. 그래서 별명이 '나홀로 나무'로 불린다. 나무를 중심으로 마을과 연결되는 길이 정십자 모양으로 나 있다. 이 나무가 주민들이 왕래하는 중심지인 셈이다. 잠깐 있는 동안에도 여러 대의 자동차가 먼지를 날리며 지나갔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는 느티나무로 통한다고 해야 할 듯하다. 소통의 중심이며 상징이라 불러도 좋을 나무다. 어느 방향에서 봐도 나무는 균형잡힌 아름다운 몸매를 하고 있다. 이 느티나무의 수령은 500년이고, 높이는 25m, 줄기 둘레는 2.4m다.

천년의나무 2024.11.18

삶 / 박경리

대개소쩍새는 밤에 울고뻐꾸기는 낮에 우는 것 같다풀 뽑는 언덕에노오란 고들빼기꽃파고드는 벌 한 마리애닯게 우는 소쩍새야한가롭게 우는 뻐꾸기모두 한 목숨인 것을미친 듯 꿀 찾는 벌아간지럽다는 고들빼기꽃모두 한 목숨인 것을달 지고 해 뜨고비 오고 바람 불고우리 모두 함께 사는 곳허허롭지만 따뜻하구나슬픔도 기쁨도왜 이리 찬란한가 - 삶 / 박경리  통영 미륵산 자락에 있는 박경리기념관 뜰에 이 시가 적힌 시비가 있었다. 작가가 생의 마지막에 쓴 시들에서는 소설에서 읽지 못하는 작가의 진솔한 마음을 만난다. 작가에게 다가가는 데는 소설보다 시가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한 인생이 농축되어 있는 작가의 시에는 고운 영혼의 향기가 풍긴다. 그 향기는 내 마음으로도 스며들어 따스하게 위무해 준다. 작가의 시는 쉽다. ..

시읽는기쁨 2024.11.18

성지(37) - 윤봉문 요셉 묘

성지 52. 순교복자 윤봉문 요셉 묘(경남 거제시 일운면) 순교복자인 윤봉문 요셉(尹鳳文, 1852~1888)은 1866년 병인박해로 재산을 몰수 당한 뒤 자유로운 신앙 생활을 위해 양산에서 거제도로 이주하였다. 거제도에서 전교하며 로베르 신부의 성사 집전을 돕는 등 활동을 하다가 체포되고 진주로 압송되어 문초를 받았다. 그는 끝까지 신앙을 지키다가 1888년에 교수형으로 순교하였다. 2013년에 유해를 이곳으로 이장하고 성지로 조성하였다.  이곳은 거제도에서 유일한 천주교 성지다. 그래선지 소박하면서도 아름답게 꾸며 놓았다.   순교자 현양탑 안에 복자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현양탑은 순교자들이 옥중에서 쓰던 칼 모양을 형상화 했다.  경당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미사가 집전된다.  성지에는 편백나무와..

사진속일상 2024.11.17

차꽃

남쪽 지방에 와야 차꽃을 만난다. 북쪽에 사는 나에게는 귀한 꽃이어서 가까이 다가가 유심히 살펴본다. 꽃술이 엄청 많고 풍성하다. 끝에 달린 노란 꽃밥도 마찬가지다. 꽃이 동백과 닮았는데 차나무가 동백나무속이니 둘은 아주 가까운 관계다. 주위에는 달콤한 향기가 은은하고 연신 꿀벌이 찾아든다. 누구에게는 평범한 꽃이지만 누구에게는 특별한 꽃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차꽃처럼.

꽃들의향기 2024.11.17

팔손이

거제도 바닷가에서 본 팔손이나무 꽃이다. 화분에서 키우는 팔손이는 봤으나 노지에서 자라는 팔손이는 처음이다. 좁은 땅이지만 남쪽에 내려오니 식물 생태가 다르다. 팔손이는 말 그대로 잎이 여덟 갈래로 갈라져서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내 눈에는 아홉 개로 갈라져 보인다. 지금은 꽃봉오리가 맺혀 있고 좀 있으면 활짝 필 것이다. 형태가 산수유와 비슷하며 흰색이다.

꽃들의향기 2024.11.17

거제도, 통영 여행(2)

이틀에 걸쳐 수박 겉핥기로 거제도와 통영 지역을 둘러보았다. 보는 것과 아는 것이 비례하지는 않겠으나 그래도 너무 짧은 일정이었다. 아쉬운 대로 거제도와 통영 여행을 마치고, 셋째 날은 집으로 돌아가면서 합천 해인사와 영동 월류봉을 찾아보기로 했다. 나로서는 둘 모두 첫 발걸음을 하는 곳이다. 새벽부터 하역 작업을 준비하느라 숙소 앞 통영항은 시끄러웠다. 조금 지나니 냉동 참치가 배에서 끝없이 내려졌다. 참치가 금속 상자에 담길 때 쇳덩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덕분에 일찍 잠을 깨었고 해 뜨는 아침을 맞을 수 있었다.  해인사로 들어가는 길에서 올 가을 제일 화려한 단풍을 만났다.   대적광전(大寂光殿) 앞 마당에는 부처님 오신 날 연등이 그대로 걸려 있었다. 절을 단체로 찾아온 외국인들의 몸가짐이 경..

사진속일상 2024.11.16

세병관 느티나무

통영 세병관(洗兵館)에 있는 느티나무다. 원래는 가지가 셋이여서 균형이 맞았던 듯한데 하나가 부러져서 Y자 모양을 하고 있다. 군사 시설 안이여서인지 큰 새총을 보는 것 같다. 세병관은 옛날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던 곳이다. 통제영이 들어설 때 심은 것으로 추정한다면 이 느티나무의 수령은 400여 년이 된다. 특이한 점은 세병관을 지탱하는 기둥으로 느티나무를 썼다고 한다. 오래 된 느티나무는 소나무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굵다. 통제영 본부의 위용을 나타내기에 느티나무가 적절하지 않았나 싶다.

천년의나무 2024.11.16

명진리 느티나무

거제도 명진리에 있는 느티나무다. 마을 앞 너른 들판 가운데에 있다. 전체적으로 수형이 반듯하게 균형 잡혀 있다. 줄기에서 갈라진 가지들이 왕관 같다. 나무에는 접근하지 못하게 울타리가 세워져 있고, 둘레에 평상 네 개가 주민들 쉼자리로 마련되어 있다. 농사일을 하다가 이 나무 아래서 참을 먹고 낮잠을 자기도 할 것이다. 이 느티나무의 수령은 600년 가량 되었고, 나무 높이는 16m, 줄기 둘레는 7.7m다. 마을로 다가서는 멀리서부터 이쁜 느티나무임을 알아볼 수 있는 명목이다.

천년의나무 2024.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