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현관 앞에 라일락이 활짝 폈다. 드나들 때마다 강렬한 꽃향기에 취한다. 아줌마 한 분이 전화 통화를 하면서 라일락에 휴대폰을 갖다댄다. "오빠, 라일락 향기가 기가 막혀. 냄새를 맡아봐." 이 정도 바람이라면 폰으로 냄새를 전송하는 기술이 개발될 날도 멀지 않았으리라. 라일락, 하면 고등학생이던 시절이 떠오른다. 국어 시간에 처음 배운 시가 김용호 시인의 '오월의 유혹'이었다. 곡마단 트럼펫 소리에탑(塔)은 더 높아만 가고유유히젖빛 구름이 흐르는산봉우리분수인 양 쳐오르는 가슴을네게 맡기고, 사양(斜陽)에 서면풍겨오는 것아기자기한 라일락 향기계절이 부푸는 이 교차점에서청춘은 함초롬히 젖어나고넌 이브인가푸른 유혹이 깃들여감미롭게 핀황홀한 오월 이미 60년 가까이 흘렀지만 이 시를 읊던 국어선생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