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오시는 발걸음이 느리다. 시베리아의 한기가 늦게까지 한반도를 덮고 있었던 탓이다. 꽃 피는 시기가 예년에 비해 한두 주는 늦는 것 같다. 덩달아 세상살이에도 냉기가 걷히지 않고 있다. 우리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민주주의와 인류애라는 가치를 지키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실감한다. 그래도 때가 되면 봄은 온다. 자연의 철리는 어김이 없다. 내복을 벗고 동네 산책에 나섰다. 밖에서 놓아먹이는 닭을 만났다. 장닭 한 마리와 암탉 두 마리가 흙을 파헤치며 먹이를 찾고 있었다. 자유롭고 기운찬 모습이 반가웠다. 특히 장닭의 기세는 지구를 떠받칠 듯 늠름했다. 셋은 기분이 좋은 듯 연신 꼬꼬 거리며 만족스러운 소리를 냈다. 닭장 안이 아니라 이렇듯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닭을 보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