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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산을 걷다

오랜만에 맑은 하늘이 열려 아내와 같이 소금산으로 나들이를 나갔다. 6년 전 출렁다리를 건넌 적이 있었지만, 그 뒤로 울렁다리와 잔도가 새로 설치되어 걷는 길이 많이 달라졌다. 변한 소금산 그랜드밸리가 궁금했다. 소금산 그랜드밸리의 원조격인 출렁다리. 서 있기가 힘들 정도로 바람이 거셌다. 안쪽으로 더 들어간 곳에 노란색 울렁다리가 새로 생겼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출렁다리 - 잔교 - 울렁다리 순으로 일방통행 진행이다. 울렁다리 쪽에서 본 출렁다리와 삼산천. 삼산천은 조금 더 흘러 섬강과 합류한다. 에스컬레이터 등 전체 공사는 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케이블카를 놓은 작업도 계속되고 있다. 지금은 출렁다리 입구까지 가자면 600개의 계단을 올라야 하지만 케이블카가 완성되면 지상에서 바로 연결된다..

사진속일상 2024.03.08

0.72

작년(2023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이 0.72명으로 발표되었다. 역대 최저치면서 세계에서 가장 낮은 값이다. OECD 38개 회원국 중 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그것도 1보다 한참 밑이다. 작년에 출생한 신생아 수는 23만 명이었다. 2013년에 43만 명이였으니 10년 만에 절반 가까이로 떨어졌다.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부터 자연감소하기 시작했다. 산술적으로 보면 출산율이 2명은 되어야 인구가 유지되는데, 이런 출산율이라면 앞으로 인구 감소 경향은 가속화할 것이다. 출생율을 높이기 위해 온갖 정책을 내놓지만 백약이 무효인 것 같다. 그만큼 이 땅에서 살기가 팍팍하다는 뜻이다. 자식을 낳아 기를 엄두가 나지 않고, 살아..

길위의단상 2024.03.07

눈감지 마라

이기호 작가가 7년 전에 한겨레신문에 연재한 소설을 책으로 묶어냈다. 신문 연재의 특성상 짧은 내용으로 된 연작인데, 각 부분이 독립된 에피소드로 되어 있으면서 일관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된다. 지방에서 작은 대학을 졸업한 정용과 진만은 원룸을 얻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살아간다. 번듯한 일자리나 기본 자본이 없는 상태에서 내동댕이쳐지다시피 생존경쟁의 정글에 뛰어든 셈이다. 도리어 학자금 융자에 따른 1천만 원 정도의 빚을 안고 사회생활에 나선 것이다. 둘은 편의점, 택배 상하차, 출장 뷔페, 고속도로 휴게소 아르바이트 등을 닥치는 대로 하면서 조금씩 빚을 갚으면서 힘겹게 살아간다. 겨울에는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팬티스타킹을 사 입고, 아파도 마음대로 병원에도 가지 못한다. 그러니 문화생활은 ..

읽고본느낌 2024.03.06

집 앞에서 만난 올해 첫 봄꽃

시내에 나가 이발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집 앞에서 올해 첫 봄꽃을 만났다. 길 옆 양지바른 곳에 개불알풀꽃 여남은 송이가 피어 있었다. 아직 때가 이른 탓인지 낮은 기온에 잔뜩 지실이 든 모습이었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 오늘이다. 잔뜩 찌푸린 채 간간이 가는 비도 뿌리는 날씨다. 강원도에는 많은 눈이 내린다는 예보다. 남부 지방에서는 예년보다 이른 꽃소식이 들리지만 여기는 아직 봄을 체감하기에는 빠르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만 지나면 팝콘 터지듯 봄꽃들이 팡팡 피어날 것이다. 생명이 약동하는 광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이 세상에 나와서 일흔 번 넘게 봄을 맞고 있다. 젊었을 때와 달리 나이를 먹을수록 봄의 감흥이 애틋한 쪽으로 기운다. 앞으로 몇 번이나 봄을 더 볼 수..

사진속일상 2024.03.05

사기[14-2]

순경(荀卿)은 조나라 사람인데 쉰 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제나라에 건너와 학문을 닦았다. 제나라 양왕 때에는 순경이 가장 나이 많은 스승이었다. 제나라에서는 열대부 자리가 모자라면 그때마다 채워 넣었는데 순경은 세 차례나 좨주가 되었다. 제나라 사람 중에서 어떤 이가 순경을 참소하자 그는 초나라로 떠났다. 초나라의 춘신군은 그를 난릉의 현령으로 임명했다. 춘신군이 죽자 순경도 관직에서 쫓겨났지만 이 일로 집안 대대로 난릉에서 살았다. 이사(李斯)는 일찍이 순경의 제자였는데 훗날 진나라 재상이 되었다. 순경의 시대에는 세상의 정치가 혼탁했으며 멸망하는 나라와 난폭한 군주가 잇달아 나오고, 성인의 기본적인 도리를 닦아 몸으로 실천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는 무속에 빠져 길흉화복의 징조를 믿고 못난 유학자들이 하..

삶의나침반 2024.03.04

브레이킹 배드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는 시리즈 5까지 62회로 된 미국 드라마다. 10여 년 전에 방영된 드라마지만 워낙 명성이 자자해서 이번에 작심하고 보게 되었다. 한 회를 50분으로 잡으면 전체가 300시간이 넘는 분량이다. 중반부까지는 지리한 부분이 있어서 그만둘까도 했는데 그때까지의 시간 투자가 아까워서 결국 끝까지 갔다. 후반부에서는 이야기 전개가 아슬아슬하면서 예상 밖의 장면이 자주 나와 다음 회를 클릭하는 손길이 빨라졌다. 다 보는데 삼 주 가량 걸렸다. 고등학교 화학교사인 월터는 폐암에 걸려 남은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아 놓은 돈도 없고 당장 치료비도 걱정이다. 더구나 아들은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고, 아내는 둘째를 임신중이다. 월터는 자신이 죽은 뒤 가족..

읽고본느낌 2024.03.03

임께서 부르시면 / 신석정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포곤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굽이굽이 하늘 가에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파아란 하늘에 백로가 노래하고 이른 봄 잔디밭에 스며드는 햇볕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 임께서 부르시면 / 신석정 한낮에 내리는 눈을 본다. 살포시 내리는 작은 눈송이는 땅에 닿자마자 녹으면서 흔적이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어진 것은 아니다. 고체에서 액체로 상태만 변했을 뿐이다. 사람의 죽음도 이와 같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며 물끄러미 바라본다. 젊었을 때 이 시를 만났다면 '임'은 그리..

시읽는기쁨 2024.03.02

아내와 경안천을 걷다

아내와 오포 쪽 경안천을 걸었다. 이쪽에는 혹시 고니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금년 2월에는 희한하게도 경안천에서 고니를 볼 수 없다. 무슨 연유로 경안천을 외면하는지 모르지만 아예 마음을 닫은 건 아닌지 걱정이다. 고니도 이제 북쪽으로 이동할 때가 되었다. 연말이 되어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니 서운하기 그지없다. 고니 없는 겨울 경안천은 썰렁했다. 경안천의 터줏대감인 백로와 흰뺨검둥오리는 걷는 동안 그나마 심심찮게 만난다. 항시 볼 수 있으니 그러려니 하지만 너희들도 귀한 존재들이 아니냐. 경제적이나 심리적으로 우리가 평가하는 사물의 가치는 희소성에 의해 결정된다. 베란다에 있는 제라늄은 사시사철 꽃을 피우는 까닭에 이제는 시선을 끌지 못한다. 있는 둥 없는 둥이다. 만약 일 년에 단 하루만 꽃을 피..

사진속일상 2024.02.29

북극곰의 불안한 휴식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작은 해빙(海氷) 위에서 북극곰 한 마리가 몸을 웅크린 채 쪽잠을 자고 있다. 런던자연사박물관에서 주관하는 사진전에서 '올해의 야생 사진상'을 받은 작품으로 제목은 '얼음 침대(Ice Bed)'다. 영국의 아마추어 사진가인 니마 사리카니가 찍었다. 사리카니는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에서 3일간의 기다림 끝에 얼음덩이를 팔로 긁어내 기댈 곳을 마련한 뒤 잠이 든 북극곰을 담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사진이 시선을 사로잡는 이유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생태계 파괴와 기후 위기 상황을 한눈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북극의 얼음이 사라지면서 북극곰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바다 얼음 위에서 생활하며 바다표범 같은 동물을 잡아먹고 사는 북극곰에게 해빙이 줄어든다는 것은 삶의 터전이 사라진다는 것과..

길위의단상 2024.02.28

사기[14-1]

맹자는 추나라 사람이다. 그는 자사(子思)의 제자에게서 학문을 배웠다. 맹자는 학문의 이치를 깨우친 뒤 제나라 선왕을 섬기려고 했지만, 선왕이 자신의 주장을 실행하지 않으므로 양나라로 갔다. 양나라 혜왕도 맹자의 주장을 입으로만 찬성하고 실제로는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그의 주장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서 실제 상황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무렵 진나라는 상군(商君)을 등용하여 나라를 부유하게 하고 병력을 강화했으며, 초나라와 위나라는 오기(吳起)를 등용하여 싸움에서 이겨 적국을 약화시켰다. 제나라 위왕과 선왕이 손자(孫子)와 전기(田忌) 같은 인물을 기용해서 세력을 넓혔으므로 제후들은 동쪽으로 제나라에 조공을 바쳤다. 천하는 바야흐로 합종과 연횡에 힘을 기울이고 남을 침략하고 정벌하는 것..

삶의나침반 2024.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