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

샌. 2025. 1. 26. 14:30

무하마드 알리가 가장 위대한 복서라는 주장에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는 선수로서 이룬 업적 외에 인간적인 면에서도 존중받을 삶을 살았다. 인권을 지키고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는 데 앞장섰기 때문이다.

 

알리(당시 이름은 케시어스 클레이)가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고향인 켄터키주 루이빌로 금의환향한다. 그러나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은 여전했다. 어느 날 한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부터 서비스를 거부당한 뒤, 그는 금메달을 오하이오 강에 던져 버렸다고 한다. 그의 용기와 결단을 드러내 보이는 일화다.

 

그는 흑인 인권 운동가인 말콤 엑스에 감화되어 이슬람교로 개종했고 이름도 클레이에서 알리로 바꾸었다. 또한 베트남 참전을 거부해서 유기징역을 받고 챔피언 벨트를 박탈당하기도 했다. 그때 이런 말을 남겼다.

"내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내 조국에서도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데 남의 자유를 위해서 싸우라니 말이 되느냐? 베트콩들은 우리를 공격하지도 우리를 검둥이라고 조롱하지도 않는다. 베트콩과 싸우느니 흑인을 억압하는 세상과 싸우겠다."

 

알리의 복싱은 춤을 추듯 경쾌했다. 빠르고 날렵한 스텝을 밝으며 치고 빠지는 복싱은 권투를 예술의 경지로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그의 말은 유명하다. 이 표현을 보면 알리는 시인이 되었어도 성공했을 것 같다. 그 외에도 수많은 명언을 남긴 알리였다. 

 

1970년대에 알리, 프레이저, 포먼이 벌인 복싱 대결을 흑백 TV로 보며 숨 죽이던 기억이 생생하다. 셋이 벌이는 시합은 모두가 세기의 대결이었다. 탱크처럼 돌진하는 프레이저, 핵 펀치 포먼에 맞서 알리의 복싱은 우아했다. 가벼운 몸놀림 속에서 속사포 같이 쏟아지는 그의 펀치에 수많은 헤비급 선수들이 쓰러졌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진리를 알리는 권투에서 보여줬다.

 

 

1942년생인 알리는 2016년에 사망했다. 선수 생활이 끝날 무렵 파킨슨병이 찾아왔는데 결국 그 합병증을 견디지 못했다. 이 사진은 죽기 얼마 전에 찍은 것이다. 나에게 알리는 천하무적이었던 젊은 시절의 이미지로 남아 있는데, 말년의 그의 모습을 보니 인생의 비애에 슬프지 않을 수 없다. 사각의 링에서 포효하던 모습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아래 사진은 1965년에 열린 세계 헤비급 타이틀전에서 소니 리스턴을 KO 시키고 고함을 지르는 장면이다. 이때 알리의 나이가 23살이었다. 하지만 알리 역시 생로병사의 굴레에 갇힌 가련한 생명일 뿐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나였지만 그 또한 늙고 병들고 죽는 운명을 피할 수 없었다. 생명의 필멸과 허무함에 착잡해지면서, 동시에 인간 정신의 위대함에 경탄도 하게 된다. 두 장의 사진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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