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 4세기 시칠리아에 있는 시라쿠사 왕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왕이 되어 보는 것이 소원인 다모클레스라는 신하가 있었다. 하루는 디오니시우스 왕이 다모클레스에게 하루 동안 왕이 되는 것을 허락했다. 다모클레스는 시녀들의 시중을 받고 산해진미를 맛보며 왕이 된 기분을 만끽했다. 자신의 명령에 복종하는 신하들을 보면서 천하가 다 자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왕좌에 앉아 있던 다모클레스가 무심코 천장을 쳐다보니 머리 위에 예리한 칼이 가는 실에 매달려 있는 것이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매달려 있는 칼에 혼비백산한 다모클레스는 더 이상 왕 노릇을 못하겠다며 뛰쳐나왔다고 한다. '다모클레스의 칼(Sword of Damokles)'라는 일화다.
이 이야기는 권력의 자리가 결코 만만치 않음을 말해준다. 2400여년 전의 왕조차도 머리 위에 칼을 매달아 놓고 권력의 단맛을 조심하며 경계했다. 권력을 가졌다고 뭐든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 오히려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위험한 자리다. 하물며 국민이 위임한 현대의 지도자야 오죽 근신해야 하랴. 잘못하다가는 다모클레스의 칼이 자신의 머리를 찌를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43일 만에 구속되었다. 헌재에서는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다. 탄핵이 인용될 것이고 다음 달이면 대통령직에서도 쫓겨날 것이다. 이어지는 형사재판에서도 중형이 불가피할 것 같다. 너무나 오만불손하게 굴더니 다모클레스의 칼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나는 이런 윤석열의 후과가 겸손함의 부족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한다. 검찰총장에서 대통령으로 승승장구한다고 모두가 독불장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원래의 기질이 그러하니 큰 화를 부른 것이다. 그의 행적을 보면 인간됨이 어떠한지 여실히 드러난다. 타인에 대한 존중이나 약자의 아픔에 대한 공감 능력이 제로다. 일국의 대통령 후보가 되어 가지고 흙 묻은 구둣발을 남의 좌석에다 거리낌 없이 올려놓는 놈이 어디 있는가. 억울해할 필요가 없다. 모든 것은 자업자득인 것이다.
그렇다고 윤석열이 돌연변이식으로 나타났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런 인간을 등장시킨 배경에는 우리 사회에 부패한 토양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부터 일제강점기, 6.25 전쟁과 군사정권을 거치며 켜켜이 쌓인 썩은내 나는 땅이다. 이번에는 윤석열을 매개로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역사의 진보에 발목을 걸고 저항할 것은 불문가지다.
계엄에서 구속까지의 과정을 보며 우리 국민의 '민주 정신'을 확인한 것이 가장 기쁘고 가슴 뿌듯하다. 윤석열의 계엄을 막아내고 국회의 탄핵 의결까지 이끈 것은 이 민주 정신의 힘이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새로운 시위 문화를 주도하며 목소리를 높여 뜻깊었다. 민주 정신이 살아 있는 한 지금은 나라가 혼란스럽게 보여도 곧 바른 길을 찾아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 숭고한 가치를 작은 시민의 힘이 모여 지켜낼 수 있음을 우리는 보았다. 어두울수록 촛불은 더욱 밝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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