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개치네쒜

샌. 2025. 1. 13. 10:23

최근에 재미있는 우리말을 하나 알았다. "개치네쒜!" 재채기를 한 후에 내는 감탄사로, 이 말을 외치면 감기가 들어오지 못하고 물러나게 된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감기야, 물렀거라!'라는 뜻이다. 동시에 재채기를 한 당사자에게도 건강을 비는 의미가 있다. 영미권에서 쓰는 "Bless You"와 비슷하다.

 

대중교통을 탔을 때 옆에 재채기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짜증이 나고 눈총을 주게 된다. 마스크라고 쓰고 있으면 다행이지만 어떤 사람은 입을 가리지도 않는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사람들은 무척 예민해져 있다. 버스 안에서 재채기를 하다가 싸움이 벌어졌다는 보도도 있었다.

 

개치네쒜는 내가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는 주문이면서 상대의 건강을 염려해주는 좋은 말이다. 어원이 궁금한데 찾아봐도 분명하게 나와 있지 않다. 외래어처럼 들리는 게 흥미로운데, 나도 처음 들어보니까 그리 일반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잘 기억했다가 활용해야겠다. 상대를 배려해주는 마음이 담겨 있는 따스한 말, 게치네쒜다.

 

'동시마중'에서 개치네쒜를 소재로 한 시 한 편을 봤다.

 

미국에선 "블레스 유(축복이 있기를)!"

독일에선 "게준트하이트(건강하기를)!"

프랑스에선 "산테(좋은 건강)!"

 

누군가 재채기를 하면

웃으며 친절하게 건네는 말이래

 

그동안 재채기할 때 들은 말들이

뭐가 있나 떠올려 봤지

 

"아, 깜짝이야!"

"으, 침 튀었잖아!"

"손으로 가리고 해야지."

 

나를 걱정해 주는 말은

하나도 없더라고

 

앞으로는 내가 나에게

말해줘야겠어

 

에취! 으에취!

"개치네쒜!"

 

- 개치네쒜 / 한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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