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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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5 1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 황지우

초경(初經)을 막 시작한 딸아이, 이젠 내가 껴안아줄 수도 없고생이 끔찍해졌다딸의 일기를 훔쳐볼 수도 없게 되었다눈빛만 형형한 아프리카 기민들 사진,"사랑의 빵을 나눕시다"라는 포스터 밑에 전가족의 성금란을표시해놓은 아이의 방을 나와 나는바깥을 거닌다, 바깥,누군가 늘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사람들을 피해 다니는 버릇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다옷걸이에서 떨어지는 옷처럼그 자리에서 그만 허물어져버리고 싶은 생,뚱뚱한 가죽부대에 담긴 내가, 어색해서, 견딜 수 없다글쎄, 슬픔처럼 상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그러므로,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혼자 앉아 있을 것이다완전히 늙어서 편안해진 가죽부대를 걸치고등뒤로 시끄러운 잡담을 담담하게 들어주면서먼 눈으로 술잔의 수위(水位)만을 아깝게 바라볼 것이다 문제..

시읽는기쁨 202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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