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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45-1]

편작은 제자 자양에게 쇠침과 돌침을 갈게 한 뒤 그것으로 몸 살갗에 있는 삼양(三陽)과 오회(五會)를 찔렀다. 한참 뒤 태자가 깨어났다. 그러자 제자 자표에게 10분지 5의 고약과 10분지 8의 약제를 섞어 달여 양쪽 겨드랑이 아래에 번갈아 붙이도록 하니 태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음과 양의 기운을 조절해 가며 탕약을 스무 날 동안 먹게 하니 태자의 몸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 일로 하여 세상 사람들은 모두 편작은 죽은 사람도 살려 낼 수 있다고 여기게 되었다. 편작이 말했다."나 진월인은 죽은 사람을 살려 내지는 못한다. 이는 내가 스스로 살 수 있는 사람을 일어날 수 있게 한 것뿐이다." - 사기(史記) 45-1, 편작창공열전(扁鵲倉公列傳) 편작은 춘추시대 때의 명의로 이름은 진월인(秦越人)이..

삶의나침반 2025.06.10

춘분 / 정양

출근하면서 연구실 문을 잠근다누가 문을 두드려도 시늉도 하지 않으리라마침 강의도 없다 밖에 안 나가려고쉬야도 세면대에 하고 점심 저녁 쫄쫄 굶고앉았다 일어났다 눈 감았다 떴다 어둡도록불도 안 켜고 무슨 쭘뼝인지 나도 모르겠다나를 위해서든 누굴 위해서든아무 짓도 하지 말아야 세월이 옹골질 것 같다봄날이 오든 가버리든 밤낮이 길든 짧든내버려둬라 내비둬라 냅둬라 낯익은 말투로시간이 나를 포기할 때까지 나도세월을 포기하면서 뒨전거렸다퇴근은 해야지 싶어 하루 종일아무도 두드린 일 없는 문을 멋쩍게 열고 밖에 나선다갈 데가 집뿐인가 집뿐인가 주억거리는 주차장 불빛에산수유꽃 몇 그루 빈 주차장보다 더 적막하게 피어 있다 - 춘분 / 정양 지난주에 정양 시인이 8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인은 우석대..

시읽는기쁨 2025.06.09

춥고 더운 우리 집

공선옥 작가의 산문집이다. 제목처럼 작가가 그간 살아왔던 집을 소재로 해서 삶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책은 3부로 되어 있는데, 1부 '나의 집과 시간들'은 작가가 성장기를 보낸 고향의 시골집에 대한 이야기다. '내 미운 부로꾸집' '아궁이에 물을 푸며 책을 읽다' 같은 제목처럼 가난하게 보낸 어린 시절이 애틋하고 안스럽다. 작가는 그때를 회상하면서 내가 과연 행복했던가를 묻는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몸을 가눌 길 없이 행복에 겨워서 행복한 게 아니라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행복했다.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한 것이다." 2부 '집을 찾아서'에서는 성인이 되어 내 집을 갖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현재 작가는 전남 담양에 집을 지어 살고 있다. 집에 살면서도 내 집인 적이 없었던 집, 집이란 무엇인가를..

읽고본느낌 2025.06.08

개장구채

전주천에서 본 개장구채다. 말뱅이나물이라고도 한다. 석죽과의 개장구채는 유럽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귀화식물치고는 소박하고 가녀린 모습을 하고 있다. 색깔은 흰색과 분홍색 두 종류다. 전주천에는 개장구채가 수레국화, 끈끈이대나물과 어우러져 꽃밭을 만들고 있었다. 세 색깔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풍경이 좋았다. ▽ 끈끈이대나물 ▽ 개장구채와 수레국화

꽃들의향기 2025.06.07

전주와 영주

어머니와 장모님의 생일이 같다. 몸을 둘로 나눌 수 없으니 미리 날짜 조정을 하고 모여야 한다. 올해는 장모님 생일을 앞당겨서 처가 쪽 형제들이 모였다. 전주에 내려가는 길에 익산 미륵사지에 들렀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였다. 오래 전에 왔을 때는 보수공사를 하느라 어수선했는데 이제는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미륵사는 원래 다른 절과는 다르게 세 개의 탑으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 가운데에 목탑을 두고, 좌우에 석탑을 배치했다. 현재는 유일하게 국보 11호인 서탑이 파손된 채 남아 있다. 서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석탑이다. 오른쪽 동탑은 새롭게 복원했다. 마침 월요일이라 박물관은 휴관중이었다. 저녁 산책을 나갔더니 시내에서는 막바지 대통령 선거 유세가 한창이었다. 투표일 전날이었다..

사진속일상 2025.06.07

용인 탄천 2차 걷기

이번에는 용인 탄천을 하류 방향으로 걸었다. 이 구간은 산책로의 상당 부분이 경부고속도로와 나란히 나 있었다. 출발 지점으로 되돌아왔는데 왕복 6km 되는 거리였다. 시간상으로는 한 시간 반 정도 걸렸다. 더 걷고 싶었으나 구름 한 점 없는 따가운 날씨여서 더 이상의 활동은 무리였다. 아무 준비 없이 맨몸으로 나갔더니 이내 갈증이 찾아왔다. 여름이 불시에 쳐들어온 것 같았다. 길에는 금계국이 많이 피어 있었다. 수온이 높아선지 물에는 전에 비해 청태가 많이 끼었다. 청태는 녹조와 달리 하천 수질에는 영향이 없다고 한다. 보기에는 지저분하지만. 점심은 넷이서 파스타로 했다. 손주는 중학교에 들어가더니 이제야 어린이 티를 벗는 것 같다.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해 나가는 고통이 보여져서 안스럽기도 하고 대견..

사진속일상 2025.06.02

이끼와 함께

부제가 '작지만 우아한 식물, 이끼가 전하는 지혜'이다. 미국의 식물생태학자인 키머러(R. W. Kimmerer) 박사가 썼다. 저자는 북아메리카 원주민 출신으로 식물학을 공부한 뒤 이끼의 생태를 연구하면서 인간과의 관계, 그리고 이끼가 자신에게 주는 깨달음을 중심으로 성찰해 나간다. 도 그런 관점에서 쓰인 책이다. 이끼는 눈여겨 보지 않는 식물이다. 주로 예쁜 꽃이나 경치의 배경으로 존재한다. 하찮아 보이는 존재를 이렇게 따스한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을 이 책을 읽으며 실감했다. 이끼 생태계는 또 다른 소우주라 할 수 있다. 숲에서 채취한 이끼 덩어리 1그램을 조사했더니 그 안에 원생동물 13만 마리, 완보동물 13만 2천 마리, 톡토기 3천 마리, 담륜충 ..

읽고본느낌 2025.06.01

사전투표를 하다

21대 대통령 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본 투표일에는 집을 떠나 있어야 해서 어제 아내와 사전투표를 했다. 이번 대선은 윤석열의 얼토당토않은 비상계엄으로 갑자기 치러지는 선거다. 잘못을 응징하려는 다수의 결의가 크기 때문에 진즉에 승패는 결정되어 있었다. 다른 때처럼 누가 이길까,라고 조마조마하지 않으며 투표할 수 있었다. 10여 일 전에 전에 휴대폰의 '네트워크 연결'을 초기화 했더니 '삼성 헬스' 앱이 활성화되었다. 다시 죽이기도 뭣해서 그냥 쓰고 있는데 걸음수가 체크되니 내 활동량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기록을 보니 두 주 동안에 외출이 여섯 번이었고, 총걸음수는 5만 보였다. 하루 평균 3천 보 가량 걸은 셈이었다. 동년배와 비교해도 많이 뒤처지는 걸음이다. 이 앱으로 자극을 받아야..

사진속일상 2025.05.31

관상은 과학이다

'관상은 과학이다'라는 말을 들을 때는 공감한다. 관상이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고까지 여기는 것은 아니고, 그 사람의 살아온 내력이나 생각이 얼굴에 담겨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링컨이 그랬던가, "나이 40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과 맥락을 같이 한다. 매스컴을 통해 많은 사람의 얼굴을 보게 된다. 선입견이 있어선지 모르지만 범죄자나 사기꾼의 얼굴은 느낌이 좋지 못하다. 반면에 선한 행동으로 칭송을 받는 사람의 얼굴 표정은 온화하고 따스한 기운이 전해온다. 어떻게 살아왔느냐에 따라 얼굴에 스민 뭔가가 있는 것이다. 외모가 아름답다거나 잘 생겼다는 것이 아닌 얼굴에서 퍼져나오는 느낌을 말함이다. 아무리 곱게 꾸며도 감추지 못하는 것이 있다. 남을 속이거나 거짓말을 다반사로 하는 사람은..

참살이의꿈 2025.05.30

1408f(6)

은총이 눈에 보인다면이런 걸까 평화와 고요의품에 안기던어느 저녁 (140829) 수만 년을 흐르며갈고 닦았다 비단결처럼부드러워졌다 (140830) 잊지말아 줘 나이렇게 떨며기다리고 있잖아 (140831) 둑 쌓으면 가뭄 들고 우물 파면 홍수 나고 집 팔면 부동산 폭등 돈 찾으니 손 벌려 자식 결혼시키니 손주 봐줘야 해 외로우니 부르는 놈 없고 책 보려니 눈 아프고 산에 가려니 허리가 고장나 젊었을 때는 시간이 모자라 안달 퇴직하니 모든 게 시들, 인생이 이런 건가 (140832) 예끼!아무 데나 들이대지 마 거시기스러운 놈 같으니라고 (140833)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세 가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죽을 수밖에 없는 것들을 사랑하기.자신의 삶이 그것들에 의지하고 있음을 깨닫..

포토앤포엠 2025.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