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총이 눈에 보인다면
이런 걸까
평화와 고요의
품에 안기던
어느 저녁
(140829)

수만 년을 흐르며
갈고 닦았다
비단결처럼
부드러워졌다
(140830)

잊지말아 줘
나
이렇게 떨며
기다리고 있잖아
(140831)

둑 쌓으면 가뭄 들고 우물 파면 홍수 나고 집 팔면 부동산 폭등 돈 찾으니 손 벌려 자식 결혼시키니 손주 봐줘야 해 외로우니 부르는 놈 없고 책 보려니 눈 아프고 산에 가려니 허리가 고장나 젊었을 때는 시간이 모자라 안달 퇴직하니 모든 게 시들, 인생이 이런 건가
(140832)

예끼!
아무 데나 들이대지 마
거시기스러운 놈 같으니라고
(140833)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죽을 수밖에 없는 것들을 사랑하기.
자신의 삶이 그것들에 의지하고 있음을 깨닫고
그들을 가슴 깊이 끌어안기.
그리고 놓아줄 때가 되면 놓아주기."
저녁 바닷가에서
메리 올리버를 떠올린다
사랑하기!
끌어안기!
놓아주기!
(140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