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햇살을 받은
초원의 강아지풀
천 개의 태양으로
빛나고 있다
손에 잡힐 듯
은하가 떠 있다
(140714)

"우째 사람 그림자도 안 보이노?"
할머니는 초점 잃은 시선으로
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제 주인 잃은
의자만 남고
먼지
쌓여가는
고가(古家)는
적막하다
(140715)

산 넘고 강 건너
평탄한 길에 접어들었다
쉬울 줄 알았는데
금방 지치고 싫증이 났다
쉬운 게
쉬운 게 아니었다
나그네는
걸으면서 배운다
모든 길은
하나라는 것을
길 위에 선 자는
길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140716)

이쪽의 휴식은
다른 쪽의 노동
이쪽의 웃음은
다른 쪽의 눈물
이쪽의 평화는
다른 쪽의 분쟁
물어 보아라
이 안락이
어디서 오는지를
(140717)

공부
염불
수행
좌선
이 모든 종착지는
하나
바로
이 얼굴
(140718)

자신의 몸을
불로 태워 정화하며
무구(無垢)의 세계로
날아가는
불새
한 마리
(14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