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우리를 넘어
하늘 끝까지 이를 듯
온 산을 불태우며
타오르는
그대 향한
붉은 연심
(140807)

호수에 피어나는
안개
꽃잎을 간질이는
봄비
창문에 흔들리는
대나무 그림자
마당에 사각사각 쌓이는
새벽 눈
그리움...
(140808)

오늘 이 숲에서
잔치가 열리나 봐
향기가 진동하는 걸 보니
음식도 푸짐히 장만하고 있겠지
축의금은 준비 안 해도 되고
번거러운 축하 인사도 필요 없어
우리는
그냥 구경만 하면 돼
이 멋진
가을의 축제를
(140809)

너는
목 마른 이에게
생수 한 잔을 주는
착한 그릇이
될 거야
(140810)

"내비 둬라. 나중에는 하라고 해도 못 한다."
1000포기 넘던 고추 농사
작년에 800포기로 줄더니
올해는 400포기가 되었네
밭둑에서 쉬는 시간은
자꾸 늘어나고
몰랐네
어머니의 '나중'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140811)

구름 머무는
절벽 끝에서
초극의 길을 가리키는 꽃, 구절초
(14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