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텃밭 가을걷이와 김장

샌. 2023. 11. 8. 11:11

텃밭의 가을걷이를 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는 예보가 있어 서둘렀다. 조그만 땅뙈기에서 나오는 산물이라 규모가 아담했다. 배추 20 포기, 무 30여 개를 비롯해 고추, 가지, 파, 상추, 호박 등 여러 채소를 거두었다. 고추와 상추는 앞으로도 더 따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되돌아보면 올해만큼 텃밭 덕을 톡톡이 본 해도 없었다. 우리 식탁은 대부분 텃밭에서 나는 남새로 차려졌다. 덕분에 야채값이 너무 비싸졌다는 불평은 우리와는 무관했다. 텃밭의 효용이라면 기르는 재미를 제일로 봤는데, 건강하고 풍성한 먹을거리를 무한 공급해주는 현실적인 이득이 올해는 앞섰다. 땅을 기꺼이 빌려준 이웃분에게 감사한다. 

 

 

아내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김장을 담그기 시작했다. 예년보다 빠른 셈이다. 나는 말없이 조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힘들게 일하지 말고 김장은 사서 먹자고 한 적도 있었지만, 텃밭이 배추를 주면서 "어떡할래"라고 하는데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잔치판 같던 옛날의 김장 풍경은 아니지만, 소꿉놀이 같은 흉내를 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은가. 김장을 마치면 왠지 마음이 푸근하고 넉넉해질 것 같다. 월동 준비가 끝났다는 심리적 안도감이 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