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24

제주도 여행(1)

올해는 결혼한 지 25년이 되는 해이다. 그래서 그 기념으로 아내와 함께 5박6일간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돌아보면 25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에는 참으로 많은 것이 담겨있다. 간단한 말로 나타내기 어려운 복합적인 의미가 25 속에는 들어있다고 할 수 있다. 새파랗게 젊었던 두 남녀가 만나서 사랑하고 싸우며 함께 지낸 세월이 25년이었다. 함께 기뻐하고 꿈에 부풀었던 날들도 많았고, 함께 슬퍼하고 안타까워했던 날들 또한 무수히 많았다. 그런 세월들이 쌓여서 오늘에 이르렀다. 둘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다. 어찌 보면 결혼 생활 25년은 자식의 성장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이미 훌쩍 자라난 아이들을 바라보며 세월이 주는 무게를 느끼게 된다. 그런 면에서 지금은 우리 부부 인생의 한 분..

사진속일상 2006.02.15

청초호의 철새

직원들과 함께 1박으로 속초에 여행을 다녀왔다. 그동안 내내 추웠던 날씨가 풀리고 바람도 잦아들어 바깥 나들이길에는 아주 좋았다. 여러 군데 다녔지만 속초 시내에 있는 청초호의 철새들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청초호 주변이 깨끗하게 정비되고 수질이맑아보여서 무척 반가웠다. 호수에는 갈대 같은 수초들도 잘 자라고 있어서 새들이 지내기에 적당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었다. 청초호는 도시 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바다와 통하는 입구를 제외하고는 사방이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다. 그런데도 도시와 잘 조화를 이루며 자연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채 철새들이 찾아오는 아름다운 호수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지방의 소도시여서 그런지 호수 주변의 소음이 적고 조용해서 좋았다. 문득 서울의 석촌호수를 떠올..

사진속일상 2005.12.30

남도여행

아이들이 자라는데 따라 여행 패턴도 변하는 것 같다. 어릴 때는 아이들 중심으로 여행지가 결정되고 주로 가족이 함께 하는 여행이 되지만, 그러나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대개 끝이 나버린다. 이젠 부모를 따라다니지 않으려고 하거니와 부모 쪽에서도 그럴 마음의 여유도 없다. 학원에 가야하고 공부를 해야 된다는데 그걸 이길 부모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막내까지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이제 부부만의 오붓한 여행이 시작된다. 이때쯤 되면 인생의 한 고비가 지나갔음을 저절로 느끼게 되는 나이가 되는 것이다. 바쁜 세상살이에서 아내와 떠나는 여행이라야 1년에 한두 번이 고작이다. 그러나 바쁜 세상살이란 어쩌면 핑계일지 모른다. 여행을 준비하고 떠나는 순간이 되어서야 왜 이런 행복한 시간을 자꾸만 뒤로 ..

사진속일상 2005.02.27

동생네 집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고 동해 바다로 갔다. 3시간여를 달려간 곳은 낙산 해수욕장이었다. 바람이 많이 불더니 아침이 되니 고요해 졌다. 가지 가지 사연을 안고선 사람들 너머로 해가 떠올랐다. 어제 밤에는 해안가에서 폭죽 터지는 소리가 자주 들렸다. 돌아보니 아내와의 여행도 근 5년 만이다. 자주 여행을 다닌 편이었는데 터에 미친 뒤로는 발길이 뚝 끊어졌다.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것은 잃게 되는 터였다. 최고의 가치로 삼았던 것이 어느 때가 되면 하찮은 것으로 전락해 버린다. 그리고 반대로 하찮게 여겼던 것의 가치가 새롭게 살아나기도 한다. 내 주위를 스쳐가는 만상들은 상대적이며 끊임없이 변화해 간다. 그 중 어느 하나에 집착함이 얼마나 우스운 노릇인가! 나는 왜 바람처럼 구름처럼 자유롭고 가볍게 살기가 힘..

사진속일상 2004.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