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봄맞이 나들이

샌. 2007. 3. 1. 17:20

멀리 남쪽 지방으로 봄맞이 나들이를 다녀왔다. 전라남도 내륙을 지났는데 특히 순창, 담양, 화순은 처음 가보는 땅이었다. 확실히 남쪽은 봄이 더 가까이 느껴졌다. 이미 산수유, 매화가 환하게 피어나기 시작했는데, 산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이른 봄꽃들도 이미 들녘에 모습을 나타내고 있을 것만 같았다.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길을 거쳐 죽녹원의 대나무숲을 산책했다. 나에게 있어 대나무는 늘 이국적인 풍경이다. 이번 나들이에는 아내와 장모님이 동행했다. 예전에는장모님을 모시고 산에도 올랐지만 이젠 연로하셔서 언덕길도 잘 걷기가 힘드신다. 힘들게 걸으시는 뒷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5.18 국립묘지에 들러서 야만의 시대를 뒤돌아본 후 소쇄원을 찾았다. 소쇄원(瀟灑園)은 양산보(梁山甫, 1503-1557)가 자연 속에서 숨어 살기 위해 꾸민 개인 정원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지만 자연을 그대로 살리면서 몇 개 건물을 앉힌 분위기가 무척 고졸(古拙)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런 것이 한국의 전통적인 멋과 미로 보였다.

 

이른 철이지만 소쇄원 뜰에 있는 산수유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노란 꽃을 피웠다. 나로서는 올들어 처음 보는 꽃인 셈이다. 그만큼 반갑고 신기했다.

 



 

화순온천에서 온천욕을 하고 그곳 숙소에서 일박을 했는데 버스 네 대로 몰려온 모 대학 간부수련회를 위한 젊은이들의 소란으로 밤잠을 설쳤다. 젊음의 생동과 발랄함은자주 무질서와 방종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젊음의 정열은 흔히 이웃에 대한 배려와 사려 깊은 행동과는 반대일 때가 있다. 두 개 층의 방에서 터져나오는 군대식의 고함과 합창이 대학 문화의 현주소로 여겨져 슬펐다. 내가 잠을 못 잔 것보다 그런 현실이 더 마음 아프게 느껴졌다. 아침에 콘도 직원이 미안하다고 인사를 하는데 자신들도 아무리 통제하려 해도 불가항력이었다고 하소연을 했다.

 

둘째 날은 천자암 쌍곱향나무를 찾아본 후 낙안읍성 민속마을에 들렀다. 곱게 잘 가꾸어진 우리의 전통 마을이었는데 나에게는 마을에 산재한 오래된 나무들에 눈길이 자주 갔다. 햇볕이 잘 드는 마을이어선지 매화, 산수유나무는 모두 꽃을 활짝 피웠고, 화단에는 복수초와 민들레도 자태를 나타내었다. 봄기운을 제일 많이 느낀 곳이었다.

 






이어서 여수 오동도로 동백을 보러 갔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아직 동백의 만개 상태는 아닌 것 같았다. 땅에 송이째 떨어진 동백꽃의 아름다움을 보고 싶었으나 감탄사가 나올 만한 곳은 없었다. 오동도가 동백으로 유명하지만 아직 꽃으로는 한 번도 만족하지 못했다. 때를 맞추지 못한 탓일 것이다.

 



 

올라오는 길은 섬진강변으로 했다. 20년 쯤 전에 섬진강 길을 가며 강변 경치에 취했었는데 다시 찾아오는데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시간이 흘렀다. 그때는 나중에 나이가 들면 이곳에 거처를 잡고 살고 싶다는 꿈을 가졌었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직 초봄이어선지 왠지 썰렁하기만 했다. 하동 송림에차를 세우고 잠시 산책을 한 후, 청매실농원에 들렀다. 산비탈의 매화는 다른 곳과 달리 아직 꽃소식이 없다.

 

주마간산 식으로 훑어보았지만 그래도 점점 짙어지는 봄 향기를 맡을 수 있었던 나들이 길이었다. 그리고 늘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 땅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시에 평시에는 잊고 지내는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게도 된다. 봄은 비록 느린 걸음이지만 지금도 추위를 밀어내며 올라오고 있다. 아, 이제 봄이 마술에 휩싸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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