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령산 동편 자락에 있는 수련원에 직원들과 1박2일의 연수를 다녀왔다. 조직의 생리에 적응하기 어려운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여서 불편한 점이 여럿 있었지만 스스로 자초한 일이니 어디에 불평할 수도 없다. 교육에 대한 진지한 토의가 안 된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직원들 간의 친목 도모에 이번 연수가 도움이 된 것은 다행이다. C와는 올해 계획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저녁까지는 간간이 눈발도 날리더니 밖에 나가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은 밤하늘에 별이 총총히 드러났다. 오랜만에 보는 눈에 익은 별자리들이 내 마음을 환하게 했다. 이렇게 초롱초롱 빛나는 별을 본 지도 참 오래 되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무얼 위해 그리 고민하고 애쓰는 것인지 가슴이 답답해졌다. 병들고 더러워진 것은 내 마음이지 저 하늘은 아니었다.
아침에는 모두들 잣나무가 울창한 뒷산을 산책했다. 일부는 산의 정상까지 올랐지만 무리가 된 사람들은 중간에서 돌아오는 짧은 길을 택했다. 이곳 잣나무는 70년대에 산림녹화가 한창일 때 심었던 것들이라고 한다.대개는 수령이 30년 쯤 되는 나무들이다. 그러나 일부 베어진 나무 줄기의 나이테를 세어보니 50년이 넘는 것도 있었다. 그런 것들은 아마 오래 전부터 이 산에서 자생하고 있었던 나무들이었으리라. 대부분의 잣나무는 줄기도 상당히 굵고, 일자로 쭉쭉 뻗은 생김새가 시원하고 장쾌했다. 지금 한창 간벌을 하고 있었는데 풋풋한 나무 냄새가 숲에 가득해서 우리들 몸도 그 내음 속으로 젖어들어 기분이 무척 상쾌했다.
그리고 잣을 딸 때 지금은 나무에 올라가 장대에 달린 낫으로 따지만, 한 때는 일본에서 원숭이를 들여와 잣을 따도록 시켰다고 한다. 그런데 원숭이들이 손에 자꾸 송진이 묻으니까 잣을 따려고 하지 않아 포기했다는 재미있는 일화도 들을 수 있었다. 숲은 우리에게 열매와 목재, 기타 다양한 원료의 제공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숲은 온갖 동식물의 살림터이며 지구 공기를 정화시켜 주는데, 특히인간에게 주는 심리적 위안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그것은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겨울 아침, 숲을 거닐며 숲의 고마움을 가슴 가득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