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졸업식 행위 예술

샌. 2007. 2. 10. 10:06



졸업식이 끝난 후 아이들이 연출한한 바탕 행위 예술로 길이 하얗게 변했다. 언제부터인가 밀가루 뿌리기는 졸업식 풍경으로 정착되었다. 워낙 자주 봐 와서인지 이젠거부감도 많이 줄어들었고, 재미있게 지켜보기도 하는 여유도 생겼다. 한 사회의 문화 형성 과정도 이와 비슷할 것 같다. 처음에는 낯 선 경험이 이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져서 관습으로 정착된다.밀가루 뿌리기는 교복과 학교 교육에 대한 아이들의 반항의 표현으로 처음 시작된 것 같은데 지금은 그저 축제 비슷하게 즐기는 것 같다. 다행히도 요사이는 교복을 찢는다는가 하는 볼 품 사나운 광경은 사라졌다.

 

50대에게 지금 졸업식 풍경이 낯 설 듯 지금 아이들에게 옛날 졸업식 풍경 또한 쉽게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요사이도 졸업식장에서 간혹 눈물을 흘리는 학생 모습을 보면 마치 천연기념물을 보는 것 같다. 시대에 따라 많은 것이 변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졸업식 행사의 식순과 진행은 일제 시대나 거의 대동소이하다. 천편일률적인 축사와 온갖 수상자 행렬의 딱딱하고 권위적인 졸업식 풍경은 아직도 대부분의 학교에서 볼 수 있다. 이러니 아이들이 졸업식에 흥미를 가질 수 없다. 다행히 일부 학교에서는 새로운 졸업식을 선보이며 신선한 시도를 하고 있다. 건전한 축제 형식을 띄는 새로운 졸업식이 밀가루 뿌리기 같은 볼썽 사나운 풍경도 사라지게 할 것이다.

 

그래도 졸업을 기념하는 자리가 밀가루와 계란으로 범벅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애교스러운 장난의 도를 넘는 경우에 더욱 그렇다. 철부지 아이들로 치부하더라도 거기에서는 감사와 아쉬움,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품위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이들 책임으로 돌릴 수도 없다. 그렇게 가르친 것이 바로 우리 어른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음을 다해 따스하고 인간적인 세상을 만들어 나간다면 이런 풍경도 옛 추억으로 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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