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3월의 함박눈

샌. 2007. 3. 9. 08:57



봄이 되었지만 날씨는 심술을 부리고 있다. 해가 비치다가 느닷없이 함박눈이 쏟아진다. 3월이 되니 장농으로 들어간 겨울옷을 다시 꺼내게 된다.

 

창밖으로 함박눈이 내리건만 마음이 바쁘니 즐길 여유가 없다. 앞으로 신경쓰고 감당해야 할 업무가 무겁다. 내 뜻과 달리 움직이는 체제 안에서 나는 방황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석달 전의 선택을 시간만 되돌릴 수 있다면 취소하고 싶다.

 

불화를 겪더라도 현장에 적극 참여하느냐, 아니면 외면하고 내 마음의 평화를 지키느냐는 살면서 늘 부딪치게 되는 갈등의 하나이다. 내면에서는 후자를 선호하지만 봉급을 받으며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그것 또한 마음이 편한 것만은 아니다. 그래서 앞에 나서는 길을 선택했지만 여전히 내 체질은 아닌 것 같다. 이래저래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각박한 현실에서 내 처지와 고민은 차라리 사치일지 모른다. 삶을 버텨내야 할 정도로 어렵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주변에는 많기 때문이다.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면서 독야청청하는 것이 바른 길이 아님을 잘 안다. 조금 힘들더라도 이웃을 도우며 살 수 있다는 것은 복된 일이다. 도운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자신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관심을 밖으로 향하려는 노력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내리는 함박눈을 온몸으로 맞고 서 있는 저 나무들을 보며 자꾸만 온실 안으로 숨으려는 나를 다그친다. 북풍한설을 겪어낸 나무가 가을에는 더욱 튼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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