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아차산길을 걷다

샌. 2007. 3. 19. 09:03

대기에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사계절의 변화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이때가 가슴을 가장 설레이게 한다. 식물들이 새싹을 틔우고 만물이 다시 생동하기 시작하는 이때만큼 극적인 변화도 찾아보기 어렵다. 죽어버린 것 같은 나뭇가지에서 연초록 새 잎이 돋아나고 꽃이 피어나는 것은 하나의 기적이다. 봄이 희망의 계절인 것은 그런 기적이삭막한 우리의 마음이나 삶에도일어날 수 있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년 보아온 것이지만 초봄에 자연이 연출하는 풍경은 늘 처음처럼 새롭고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내와 같이 아차산길을 걸었다. 힘든 일만 연속으로 일어나는 때에 우리를 지탱해주는 힘 중의 하나는 서로에 대한 연민이 아닐까 싶다. 부부가 오래 살다 보면 사랑의 관계에서 연민의 관계로 진행된다. 그것을 정이라 부를 수도 있고 애틋함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다. 산길을 걷는 아내의 뒷모습에 왠지 콧등이 찡해진다. 가장의 선택 잘못으로 마음 고생이 여간 심하지 않은 게 요즘 아내 마음이다. 그래도 크게 내색하지 않으며 잘 지내주는 아내가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소나무 아래 바위턱에 앉아 김밥으로 점심을 먹으며 봄소풍의 기분을 만끽했다. 바로 앞에서 진달래 꽃봉오리가 바알갛게 피어나고 있다. 확실히 예년에 비해 봄이 빨리 오고 있다. 산 속에 있는 생강나무의 노란 꽃은 이미 활짝 피었다.다른 나무들도 지금은 모두들 속에서 솟아오르는 싹들로 인해 간지럼을 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산에서 풀꽃들은 만나지를 못했다.

 





이번에는 주로 새 길을 따라 걸었다. 처음 가보는 길에서는 가끔 엉뚱한 풍경을 만나기도 한다. 잘못 든 길 같은데 거기서 의외의 만남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새 길에서는 그런 재미가 있다. 그것이 앞 일을 알지 못하는 우리의 인생길과 같다. 새옹지마, 전화위복이라는 말들이 결코 험한 인생을 견디라는 위로 차원의 말이 아니라 우리네 삶이 바로 그런 과정의 연속이다. 지금 여기에서 나에게 일어난 사건의 의미를 나는 온전히 파악하지 못한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그 일의 참 의미를 어렴풋이 헤아릴 수 있을 뿐이다. 그것이 인간의 한계이기도 하다.

 

봄이 찾아오는 산길을 걸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과 비관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운다. 생명은 결코 스스로 좌절하거나 무너지지 않는다. 봄이 오는 환희의 합창 소리가 대기 중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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