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동생네 집

샌. 2004. 2. 28. 09:07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고 동해 바다로 갔다.
3시간여를 달려간 곳은 낙산 해수욕장이었다.

바람이 많이 불더니 아침이 되니 고요해 졌다.
가지 가지 사연을 안고선 사람들 너머로 해가 떠올랐다.
어제 밤에는 해안가에서 폭죽 터지는 소리가 자주 들렸다.

돌아보니 아내와의 여행도 근 5년 만이다.
자주 여행을 다닌 편이었는데 터에 미친 뒤로는 발길이 뚝 끊어졌다.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것은 잃게 되는 터였다.

최고의 가치로 삼았던 것이 어느 때가 되면 하찮은 것으로 전락해 버린다.
그리고 반대로 하찮게 여겼던 것의 가치가 새롭게 살아나기도 한다.

내 주위를 스쳐가는 만상들은 상대적이며 끊임없이 변화해 간다.
그 중 어느 하나에 집착함이 얼마나 우스운 노릇인가!
나는 왜 바람처럼 구름처럼 자유롭고 가볍게 살기가 힘이 들까?

바닷가에 서서 눈을 감으면 포효하는 야성의 소리에 몸이 떨린다.
저 원시의 외침이 문명과 생활에 찌든 내 마음의 때를 벗겨내 주었으면 하고바래 보지만 그러나 그런 비약(秘藥)은 밖에서 구할 것이 아님을 안다.
파도가 말해주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낙산사 경내에 들어서니 대웅전 뒷쪽 양지 바른 곳에 복수초가 노랗게 무리지어 피어있다.
반갑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인생길에도 가끔은 이렇게 엉뚱한 데서 행운이 기다리고 있다가 불쑥 모습을 드러낼지 모른다.

돌아오는 길에는 3년 전에 오대산 자락으로 귀농한 동생네 집에 들렀다.
귀농은 내가 먼저 결심했건만 실천은 동생이 앞섰다.
도시 생활을 하던 동생 부부가 산골로 내려가 1년에 걸쳐 직접 저런 집을 지었다.

아직 일부 미완성이지만 저 집을 볼 때마다 동생의 솜씨와 의지에 감탄하게 된다.

벽에는 통나무를 박아넣은 흙-너와집이다.
오른쪽이 거처하는 본채이고 왼쪽은 민박용으로 쓸려고 지금 지붕 공사를 하고 있다.

어릴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지금은 동생한테 부러움을 많이 느낀다.
그것은 일에 대한 결단력과 그 일을 추진하는 강인함 때문이다. 동생의 그런 성격은 나의 유약한 기질과 아주 대조가 된다. 어떨 때는 동생 능력의 십분의 일이나마 닮았으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

어쨌든 동생의 새로운 생활 실험이 성공하길 빈다.
아마 형에게도 말 못할 어려움이야 한 두 가지가 아니었을 것이다. 아직 중고생인 두 자녀와 함께 하는 산골 생활 이야기가 그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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