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29

1,000km를 달린 여행

지난 토요일에 울산에서 친척 결혼식이 있었다. 먼 거리를 가면서 고작 결혼식만 달랑 참석하고 돌아오기에는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 부산에 있는 친구도 만나보고, 황매산 철쭉도 구경하고, 주변의 나무도 찾아보기로 했다. 2박3일 일정의 동선이 마련되었다. 아침 7시 30분에 집을 나섰는데 5시간이 걸려 울산에 도착했다. 사월 초파일이 들어간 사흘 황금연휴의 딱 중간 날이었다. 어렸을 때는 이웃에서 함께 자란 고종사촌들인데 이젠 각자 일가를 이루고 먼 곳에 흩어져 산다. 오랜만에 만나서 듣는 사연에는 세월의 신산함이 묻어 있었다. 부산으로 내려가는 길에 범어사에 들러 연등을 구경했다. 마침 저녁때라 연등에 환한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범어사 앞 모텔에서 일박하고 다음날 오전에 부산에 있는 한 교회에서 사목을 ..

사진속일상 2013.05.21

스쳐 지나가는 풍경

아마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이었을 것이다. 외할머니를 따라 기차를 타고 서울에 간 적이 있었다. 남산 자락 후암동 친척집이었는데 결혼식이 있었는지 집안이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신기해서 내 또래 아이와 오리락내리락 하며 놀았던 기억이 희미하게 난다. 그러다가 굴러떨어져서 외할머니를 놀라게도 했다. 그때는 시커먼 몸통을 가진 칙칙폭폭 증기기관차가 객차를 끌었다. 쉴새없이 연기와 수증기가 뿜어져 나왔고 가끔씩 힘들다는 듯 목쉰 기적 소리를 토해냈다. 그것이 얼마나 좋은 구경거리였는지, 나는 객차 유리창문을 위로 열어놓고 고개를 밖으로 내밀고는 우리를 끌고가는 철마를 구경했다. 옆으로 끝없이 스쳐 지나가는 풍경도 좋았다. 잠시만 그런 게 아니라 서울 가는 내내 바깥 구경에 넋을 잃었다고..

길위의단상 2013.03.12

여행 후유증

캐나다와 미국 여행에서 돌아왔지만 시차로 인한 후유증이 크다. 낮에 찾아오는 두통과 잠이야 억지로 견딘다지만 한밤중에 깨어나 말똥말똥해지는 건 무척 기이한 경험이다. 어느덧 닷새 째다. 나 같은 잠보가 이러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않았다. 캐나다로 갔을 때는 몸살이 나서 계속 감기약과 수면제를 먹고 잤기 때문이었는지 시차를 거의 느끼지 않았다. 열흘 동안 그쪽 리듬에 적응했는데 다시 원대복귀 되었으니 몸이 놀랄 만도 하다. 이놈의 주인이 미쳤나, 하고 헷갈릴 것이다. 오늘도 2시에 깼는데 도저히 잠이 들 것 같지 않았다. 네 시간밖에 자지 않은 셈이다. 밤 2시는 LA에서는 아침 9시에 해당되는 시간이다. 막 활동을 시작했을 때이니 잠이 들 리가 없을 것이다. 한 시간 동안 뒤척거리다가 결국은 불을 켜고 책..

길위의단상 2013.03.08

낯선 곳 / 고은

떠나라 낯선 곳으로 아메리카가 아니라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그대 하루하루의 반복으로부터 단 한번도 용서할 수 없는 습관으로부터 그대 떠나라 아기가 만들어낸 말의 새로움으로 할머니를 알루빠라고 하는 새로움으로 그리하여 할머니조차 새로움이 되는 곳 그 낯선 곳으로 떠나라 그대 온갖 추억과 사전을 버리고 빈주먹조차 버리고 떠나라 떠나는 것이야말로 그대의 재생을 뛰어넘어 최초의 탄생이다. 떠나라 - 낯선 곳 / 고은 그랜드 캐니언을 보고 싶어 아메리카로 간다. 고등학교 1학년인가 2학년 때의 국어 시간, 교과서에 실린 천관우의 그랜드 캐니언 기행문을 읽었을 때의 감동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 다짐했었다. 언젠가 나도 그랜드 캐니언에 설 것이라고. 그 꿈이 이제 실현되려 한다. 이번 패키지여행에는 캐나디안 로키도 ..

시읽는기쁨 2013.02.21

산막이옛길과 화양구곡

경떠회 8명이 괴산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지난 3, 4일 이틀간의 나들이였다. 첫째 날은 산막이옛길을 걸었고, 둘째 날은 화양구곡을 답사했다. 산막이옛길은 괴산호를 따라 옛길을 복원해서 만들었다. 옛날에는 깊은 산골짜기 안쪽에 산막이마을이 있었다. '산막이'는 산으로 막혀 있는 뜻이다. 1957년에 괴산댐이 만들어지면서 계곡이나 길이 대부분 물에 잠겼을 것이다. 걷기 열풍이 불면서 이 길이 다시 세상에 드러났다. 마을 사람이 오가던 고단한 길이 아니라 건강과 레저용으로 탈바꿈된 길이다. 흙길도 있지만 대부분이 나무 데크로 만들어졌다. 이런 길은 호젓하게 걸어야 맛인데 주말이라 그런지 너무 사람이 많았다. 저녁이 되어서야 소란이 잦아졌다. 아담한 괴산호 풍경. 늦가을 산이 포근했다. 연리지. 여러가지..

사진속일상 2012.11.11

단풍 여행 - 소금강과 치악산

여행 셋째 날, 푹 자고 느지막이 일어났다. 잠만 잘 자도 여행의 피로가 가시고 몸이 가벼워진다. 젊었을 때는 아무 데서나 뒹굴며 잘 잤는데 나이가 드니 잠자리가 자꾸 까다로워진다. 베개를 들고 다니는 사람의 심정도 이해가 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정선과 원주를 지나도록 잡았는데, 도중에 정선 소금강과 원주 치악산을 들리기로 했다. 기암절벽이 이어지는 소금강 구간은 드라이브길로도 최고다. 깎아지른 협곡 사이로 동대천이 흐른다. 강원도에서는 이런 절벽을 '뼝대'라고 부른다. 치악산에 이른 건 해가 지는 저녁 때였다. 바삐 내려오는 사람들 사이로 구룡소까지 올라갔다. 낮이었다면 더욱 화려하게 반짝이는 단풍이었을 것이다. 무엇이 바빴는지 치악산 단풍 하나 제대로 구경할 여유가 없었다. 이렇게 치악산 언저리..

사진속일상 2012.10.27

단풍 여행 - 동강 어라연

다음 날은 동강을 찾아갔다. 첫째가 마련해준 숙소가 마침 동강 어라연 가까이에 있었다. 원래 계획은 아내의 상태를 고려해 강변을 따라 걷기 편한 길로 어라연까지 갔다오는 것이었다. 거운리 어라연탐방안내센터에 주차를 하고 임도를 따라 올라갔다. 10여 분 올라가니 잣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와 강변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누어지는 지점이 나왔다. 다시 걷기 열병이 발동했고 잣봉으로 올라 라운딩하는데 아내도 동의했다. 등산은 생각지도 않았으므로 운동화 차림의 아내는 나무 작대기를 찾아 짚었다. 잣봉(537m)으로 가는 길. 힘들게 올라서니 편안한 능선길이 나오고 비로소 안도할 수 있었다. 능선에 있는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동강과 어라연. 청옥빛 물 색깔이 보석 같이 아름다웠다. 잣봉에서부터 동강으로 내려가는 길은 ..

사진속일상 2012.10.26

단풍 여행 - 대청호와 청남대

세상사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울릉도에 갈 준비를 마치고 날짜만 기다리고 있는데 아내의 무릎에 이상이 생겼다. 병원에 다니며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별로 차도가 없었다. 부득이 울릉도 여행은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성인봉을 오를 수 없는데 울릉도에 갈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울릉도에 인연이 닿지 않는가 보다. 마침 지인의 장례식이 있어 청주에 가야 할 일이 생겼다. 그래서 울릉도 대신 내륙 지방 단풍 여행을 하기로 했다. 23일 아침에 장례 미사에 참례한 후 인근에 있는 대청호와 청남대에 들렀다. 이래서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장소에 가게 되었다. 맑은 날이었지만 기온이 뚝 떨어져 싸늘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대청호에는 아직 오색 단풍은 오지 않았다. 청남대 산책로를 걷고, 맞은편 호반길을 드라이브했..

사진속일상 2012.10.26

선자령과 권금성

궂은 날씨 가운데에서 맑은 초가을 하늘이 열렸다. 강원도의 산과 바다로 훌쩍 길을 떠났다. 아내와 동행했다. 먼저 대관령에서 선자령을 오가는 산길을 걸었다. 갈 때는 능선길을, 돌아올 때는 계곡길을 따랐다. 능선길은 전망이 시원했고, 계곡길에서는 많은 꽃을 만났다. 왕복 9km 정도 되는 길을 걷는데 4시간이 걸렸다.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는 매력 있는 길이었다. 선자령은 눈꽃산행을 많이 하는 곳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느 계절에 찾아가더라도 특색 있는 풍경을 볼 것 같다. 속초 바닷가에서 하룻밤을 자고 설악산 권금성에 올랐다. 처음으로 케이블카를 이용했다. 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문제로 논란이 많은데 무조건 반대만이 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유럽 알프스처럼 자연환경과 잘 어울리는 시설..

사진속일상 2012.09.08

화진포에 다녀오다

전 직장 동료들과 화진포를 중심으로 한 고성 지역을 둘러보고 왔다. 1박을 생각했는데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아 당일치기 나들이였다. 먼 곳이라 하루길이 어떨까 싶었는데도로 상태가 좋아 별로 힘들지 않았다. 길이 대부분 4차선 도로로 확장되어 있어 서울에서 동해 바다가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지나는 길에 건봉사에 잠시 들리고화진포(花津浦)로 갔다. 김일성 별장에서 보는 호수와 바다가 절경이었다. 이곳에 김일성을 비롯해 이승만과 이기붕 별장이 있었던 이유을 알 것 같았다. 산과 호수와 바다, 그리고 나무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풍경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간 여유가 없어 느긋하게 머물며 음미할 수 없는 게 아쉬웠다. 우리나라 최북단 마을이라는 명파리(明波里)를 둘러보고 거진항 제비호식당..

사진속일상 2012.02.15

겨울 동해안 여행(3)

영덕에서두 시간 넘게 달려 정동진에 닿았다. 옛날과 달리 길은 4차선으로 넓게 만들어져 있었다. 아주 오래 전에 이 길을 갈 때는 해안을 따라 가는 2차선 도로였다. 빨리 편하게 이동하긴 하지만 옛길의 낭만은 사라졌다. 불편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건 단지 나이가 들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정동진에서는 어디서나 보이는 산 위에 있는 큰 배(썬크루즈 리조트)를 찾아갔다. 평일이라서 일박에 7만 원으로 들 수 있었다. 위치가 높아서 전망이 환해 정동진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다음 날, 9층 전망대에 나가서 일출을 보았다. 구름 사이로 해가 살포시 얼굴을 보였다가 사라졌다. 다행히 날씨는 많이 풀어졌다. 늦게까지 침대에서 빈둥거리다 나왔다. 불면증이 있는 아내는 잠자리가 바뀐 탓인지 이틀 연속 숙면을 취하..

사진속일상 2012.02.11

겨울 동해안 여행(2)

포항 내연산(內延山) 보경사(寶鏡寺)는 신라 진평왕 25년(602년)에 지명법사(智明法師)가 중국에서 불경과 보경을 가지고 와서 못에 묻고 지은 절이라 하여 보경사로 이름했다고 한다. 우선 절로 들어가는 길의 솔숲이 인상적이었다. 절 뒤 원진국사 부도 가는 길도 좋았다. 200m 정도 되는 짧은 길이지만 솔숲 사이로 난 길이 예뻤다. 뒤에서 바라보는 보경사의 품이 포근했다. 그중에서도 보경사에서부터 내연산으로 이어지는 내연산 계곡길이 제일 좋았다. 계곡을 따라 열두 폭포가 이어지는데 경치도 경치려니와 걷는 길이 아주 편안하면서 아기자기했다. 연산폭포까지 다녀오는데 두 시간이 걸렸다. 첫번 째 만나는 상생폭포(相生瀑布)다. 옛 이름은쌍폭(雙瀑)이다. 양쪽으로 갈라져 사이 좋게 흘러내리는 모습이 충분히 연상..

사진속일상 2012.02.11

겨울 동해안 여행(1)

2월 8일, 포항 과메기와 영덕 대게를 현지에서 맛보기 위해 아내와 길을 떠났다. 중부, 영동,중앙내륙,경부, 대구-포항 고속도로를 지나는 긴 길이었다. 또다시 찾아온 혹한의 추운 날이었다. 남쪽으로 내려가도 계속 영하의 기온이었고, 바람이 차갑고 세찼다. 이왕 포항까지 내려간 길에 동해안을 따라 강릉으로 올라오며 대관령에서 눈도 구경하기로 했다. 날씨만 좋다면 선자령 길도 걸어볼 예정이었다. 자연스레 2박 3일의 동해안 여행길이 되었다. 고속도로의 종점인 포항나들목을 통과해 시내를 지나 호미곶을 찾아갔다. 오랜만에 동해와 다시 만났다. 겨울이어선지 바다 색깔은 더욱 짙푸르렀다. 왼쪽으로 바다를 끼고 호미곶으로 향하는 북부 해안도로는 드라이브 길로 최고였다. 길은 꼬불거리며 마을과 들을 지나고 바다는 계..

사진속일상 2012.02.11

경북 북부지역 가을 여행

지난 주말(2011. 10. 22.), 경떠모 회원들과 경북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1박2일의 여행을 했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내성천 이야기'였다. 고향에 미리 내려와 있던 나는 풍기에서 다섯 명의 일행과 합류했다. 전날 저녁부터 내리던 비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풍기에서 갈비인삼탕으로 점심을 하고 순흥으로 이동해도호부 터를 찾았다. 옛 청사 자리에는 지금 순흥면사무소가 자리 잡고 있고 그 옆에 관원들의 쉼터로 썼다는 정원이 일부 남아 있다. 연못을 파고 봉도각(逢島閣)이라는 정자도 세웠다. 그러나 지금 인간의 흔적들은 모두 사라졌고 노목들만이 남아 세월의 무상함을 말없이 전해주고 있다. 오늘 같이 비 내리는 가을에 더욱 어울리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죽계천을 따라 피끝마을로 갔다. 1456년,..

사진속일상 2011.10.28

광한루원에서 널뛰기

하루는 남원 광한루원에 다녀왔다. 이번에는 장모님도 동행했다.딸과 함께 온 것은 20년도 더 되었다. 그때는 딸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에 다닐 때였다. 첫째가다 큰만큼이나 광한루원 안의 나무도 울창해졌다.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첫째는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이것저것 탈 것을 좋아하는 게 어린 아이일때와 똑 같았다. 그네를 타고, 널을 뛰고, 형틀에도 묶였다. 첫째 때문에 자주웃을 수 있었다. 나중에는 손주 재롱이 기쁘게 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런데 모녀가 널을 뛰는 모습은 너무 웃겼다. 처음으로 동영상으로 남겨 보았다.

사진속일상 2011.10.05

진도 가족여행

진도로 1박2일의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올 초부터 아이들이 결혼하기 전에 함께 여행을 가길 계획했었지만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아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시집간 둘째는 빠지고 첫째만 동행했다. 원래는 울릉도를 생각했지만 장시간 배를 타는데 부담을 느껴서 진도로 결정했다. 진도는 멀었다. 전주에서 가는데도 꼬박 세 시간이 걸렸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진도대교 주변에서는 명량대첩 축제를 하고 있었다. 축제라면 교통 혼잡과 소란스러움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경험한 지자체들의 축제는 대부분 그랬다. 이름에 걸맞는 내용은 없고 그저 시끄러운 장터에 불과했다. 그래서 축제장이라면 아예 피한다. 그러나 차 없는 진도대교를 걸어서 건너볼 기회는 오늘밖에 없었다. 마침 당시의 해전 상황을 재현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사진속일상 2011.10.04

김수증의 자취를 따라서

경떠회 회원들과 김수증의 자취를 따라 화천 지역을 돌아보았다. 김수증이라는 이름은 이번에 처음 들었다. 인물사전에는 ‘조선시대의 문신(1624-1701), 자는 연지(延之), 호는 곡운(谷雲), 숙종 15년(1689) 기사환국으로 동생 수항이 사사되고 이듬해 동생 수흥도 배소에서 죽자 벼슬을 그만두고 곡운산에서 은거하였다. 저서에 이 있다’라고 간단히 나와 있다. B가 정리해준 안내문에 의하면 김수증(金壽增, 1624-1701)은 파란만장하던 역사의 한 시기에 권력에 대한 욕망보다는 은둔의 길을 택한 사람이다. 아우 둘은 차례로 영의정을 지냈다. 김수증의 할아버지가 병자호란 때 척화파 중 한 사람인 청음(淸陰) 김상헌(金尙憲)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남한산성에 들어가 항쟁하는 모습을 어린 시절에 지켜보..

사진속일상 2011.06.13

2박3일 바둑여행

보리기우회 회원 다섯이서 2박3일간 바둑여행을 다녀왔다. H 회원의 천안 별장에서 머물며 잠깐 광덕산에 다녀온 걸 제외하고는 줄곧 바둑만 두었다. 다들 바둑을 좋아해서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밥 먹고 바둑 두는 게 일이었다. 술 마실 줄도 밖으로 나들이 할 줄도 몰랐다. 공식전 결과 내 성적이 맨 꼴찌였다. 신입 회원의 신고식을 한 셈이었다. A 8승3패 +26 B 5승4패 +6 C 5승5패 -10 D 3승6패 -8 E 3승6패 -14 개한테 물리는 꿈을 꾸었다. 내 비위가 이렇게 약한 줄 전에는 미처 몰랐다. 바둑의 즐거움을 만끽한 여행이었다. 바둑을 이렇게 집중적으로 둬본 건 난생 처음이었다. 그러나 줄기차게 두는 바둑에 나중에는 좀 지쳤다. 둘째 날 늦은 오후에는 광덕산행을 하며 바깥바람을 쐬었다. 광..

사진속일상 2011.06.06

수타사 산소길과 구룡령 옛길

강원도 여행 첫날은 공작산에 있는 수타사 산소길을 걸었다. '산소길'은 강원도에서 만든 숲길 이름이다. 2018년까지 약 70개의 산소길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총 길이는 500 km 가까이 된다.수타사 산소길은 그중에서 첫 번째로 만들어진 길이다. 길은 수타사(壽陀寺)에서 시작하여 수타사 계곡을 따라 올라갔다가 다시 반대편으로 해서 내려오게 되어 있다. 전체 길이는 약 4 km가 된다. 계곡 오른쪽으로 해서 올라가는 길은 부드럽고 완만한데 왼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상대적으로 오르내림이 심하다. 수타사 계곡은 흰 암반과 바위가 어우러져 아름다웠다. 길 중간 쯤에 있는 귕소는 특히 눈길이 갔다. '귕'은 소여물통을 가리키는 말이다. 굵은 나무를 길게 파내어 소여물을 담았다. 이곳의 생긴 모양이 닮아서 그..

사진속일상 2010.10.16

부여 궁남지와 낙화암

전주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부여에 들렀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부여에 놀러왔던 게 마지막이었으니 벌써 20 년 전의 일이다. 그 전에는 약혼 기념으로 아내와 여행할 때 부여에 들린 적이 있었다. 모두 아득한 옛날이어서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별로 없다. 부여에 들어서면서 부여가 아직 시가 아닌 읍이라는 사실이나로서는 놀라웠다. 백제의 마지막 수도로서 지명도가 높은 고을이니 당연히 시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백제 하면 떠오르는 어떤 쓸쓸하고 애상적인 분위기가 지금의 부여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분위기가 도리어 백제의 옛 수도로서 어울리는 것도 같다. 먼저 궁남지(宮南沚)를 찾았다. 궁남지는 백제 무왕 때 만든 인공호수로 경주 안압지와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궁남지는 아담한 크기..

사진속일상 2010.06.30

낙엽 여행

여기서는 퇴직을수 년 앞둔 사람들을종종 '낙엽'이라고 부른다. 좋게 말하면 원로지만 그 말보다는 낙엽이라는 말이 재미있어서 친근한 사이에서는 허물없이 쓴다.그 낙엽들끼리 1박 2일로 여행을 다녀왔다. 잠 잘장소만 정했지 나머지는 그때그때 즉흥적으로선택하며 돌아다녔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광주 무등산을 염두에 두었으나 차 안에서 갑자기 목포 유달산으로 바뀌었다. 전의 여행 팀은 세밀하게 동선이 결정되어 움직였는데 이곳은 낙엽답게 분위기가 딴판이었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식이었다. 그러나 이 또한 그런대로 재미있는 일이었다. 덕분에 목포는 오랜만에 다시 들리게 되었다. 20여 년 전 남도 여행 중 세발낙지를 먹으러 목포항에 잠깐 머문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유달산에 오르기 위해 목포를 찾았다...

사진속일상 2010.02.25

빗속의 강원도 여행

방태산 트레킹을 하기 위해 지난 토요일에 8 명의 일행이 강원도로 떠났다. 홍천군 내면 월둔리에서 트레킹을 시작해서 아침가리골로 내려올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틀 내내 비가 오는 통에 계획은 수정되었고 차로 방태산 주위를 한 바퀴 돌면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아쉬움도 있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곳을 가게된 즐거움도 컸다. 강원도로 가는 첫날에는 남양주 수석리에 들러서 조말생(曺末生) 선생 묘와 석실서원(石室書院)이 있던 자리를 찾아보았다. 그리고서종면에 있는 몽양(夢陽) 여운형(呂運亨) 선생의 생가터도 찾아갔다. 지금은빈 터지만 곧 생가 복원 작업이 시작된다고 한다. 또 양평과 홍천을 지나 공작산에 있는 수타사(壽陀寺)에도 들렀다. 봄비 내리는절집 분위기가 고즈넉하고 좋았다. 저녁..

사진속일상 2009.05.18

강원도로 떠난 가을여행

가을이 곁에 온지도 잘 모르고 지냈다. 눈을 돌리니 이미 가을이 떠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느릿느릿 하던 시간이 이때만 되면 쏜살같이 지나간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선 아쉬움에 가을 분위기가 상승작용을 하는 것 같다. 10월의 마지막 주말에 동료들과 강원도로 1박2일의 가을여행을 다녀왔다. 아홉 명의 일행은 아침 9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속초로 향했다. 오전인데도 길은 군데군데 막혀서 오후 3시가 되어서야 진부의 부일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길이 조금만 막혀도 참지 못하고 국도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도리어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차 안에서는 서로 자기가 생각하는 길이 낫다는 주장으로 큰소리가 나기도 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준경묘였다. 여기는 묘보다도 소나무로 유명하다. 이곳의 소..

사진속일상 2008.10.27

첫째와 함께 한 여행

아이들과 함께여행을 했던 것이 몇 년 전이었는지 가물하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자주 데리고 다녔는데 크고 나니 함께 갈 일이 없어졌다. 우선 아이들이 아빠와 같이 가려고 하지 않는다. 그때가 대략 사춘기 때부터였다. 내 기억으로는 아이들과의 마지막 여행이 첫째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제부도에 간 것이 아니었나 싶다. 8 년 전이다. 그때 바닷가 뻘을 맨발로 걷다가 조개 껍질을 밟아 모두가 발바닥에 상채기가 생겼다. 이번에 첫째가 휴가를 얻으면서부모와 함께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해서 무척 반가웠다. 특히 아내가 제일 좋아했다. 갑자기 결정된 것이라 멀리 여행 계획을 세우지는 못하고 전주 처갓집에 머물며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다행히 아이도 외할머니를 찾아뵙고 싶어했다. 첫째날은 내려가다가 아산 공세리성당에 ..

사진속일상 2008.08.14

2008 여름 직원 여행

한 학기를 마치며 80 명의 직원들이 남원과 무주 지역으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밥벌이의 일에서 벗어나는 것은 누구에게나 즐겁고 홀가분한 것이리라. 얼굴 표정이 모두들 밝고 환했다. 7/18(금) 10:00 서울 출발 - 점심(이천 지원쌀밥집) - 이동(중부, 경부, 대진, 88고속도로 경유) - 16:00 실상사 - 18:00 광한루와 춘향테마파크 - 저녁(수목한우촌) 7/19(토) 09:00 아침(새집추어탕) - 11:00 무주리조트 향적봉 등반 - 점심(무주구천동 전주식당) - 14:30 출발(88, 대진, 경부고속도로 경유) - 18:00 서울 도착 내려가며 맨 처음찾은 곳이 실상사였다. 15 년 전에 당시 직장 동료들과 지리산 등반을 하고 이곳에 들린 적이 있었다. 절은 평지에 자리잡고 있는 점이..

사진속일상 2008.07.20

그랜드 캐니언에 가고 싶다

EBS TV에서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를 소개하는 다큐 프로를 우연히 보았다. 그랜드 캐니언이 나에게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새겨진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그때 국어 교과서에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분이 쓴 그랜드 캐니언[그랜드 캐년] 기행문이 실렸다. 그 기행문이 준 감동 때문에 나는 그때 어른이 되면 언젠가는 꼭 그랜드 캐니언에 가 보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도 어언 40 년이 되어가는 아직까지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랜드 캐니언은 아직도 내 마음 속에 살아있다. TV 프로를 보면서 가슴이 뛰는 걸 보니 그 바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나는 해외여행에 대해 별 흥미가 없다. 특히 단체로 가는 패키지 관광여행은 더욱 그렇다. 동료들을 보..

길위의단상 2008.03.24

2008년 2월 남도여행

고향은 아니지만 ‘남도’라고 하면 뭔가 아련한 그리움이 아지랑이처럼 피어난다. 작년에 이어 직장 동료들과 다시 남도로 여행을 떠났다. 이번에는 순천과 여수 지역을 2박3일 일정으로 찾아보았다. 2월 16일 오전 9시, 일행 일곱 명은 전철 한남역에서 만나 렌트한 카니발에 올랐다. 원래 일정은 곧바로 선암사로 이동할 예정이었으나, 누군가가 남원의 추어탕을 잘 하는 집을 안다고 해서 방향을 남원으로 돌렸다. 여러 사람이 함께 하다보면 서로 생각이 다르다보니 이런저런 의견들이 나오는데, 어쩌면 여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데에 맛이 있는지 모른다. 극단적인 경우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발길 가는 데로 돌아다니는 걸음이 제대로 된 여행의 의미일 수도 있다. 하여튼 그렇게 찾아간 남원의 합리추어탕 집은 기대를 저버리..

사진속일상 2008.02.19

경남 지역으로의 짧은 여행

아내와 함께 경남 지역으로 1박2일의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첫날은 진주에 들러 진주성을 보고, 의령에 있는 나무들을 만났다. 그리고 저녁 무렵에 우포늪에 들렀다가 부곡 온천에서 일박을 했다. 둘째날은 J 수녀님을 만나기 위해 부산에 갔다. 셋이서 함께 몇 군데 천주교 시설들을 돌아본 뒤에 범어사에 잠깐 들린 뒤에 귀경했다. 내려가는 길에 익산에 있는 나바위 성지에 들렀다. 이곳은 김대건 신부가 1845년에 중국에서 건너와 처음 전도를 시작한 곳인데, 오래된 화산천주교회가 있다. 경내는 정갈하고 단아했다. 그러나 날씨가 추워서 좁은 경내지만 둘러보는데 종종걸음을 쳐야 했다. 경남 내륙지방은 나에게는 무척 먼 곳이다. 이때껏 발걸음을 하지 못한 곳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진주는 꼭 가보고 싶었다. 진주라는 ..

사진속일상 2008.01.19

청량산의 단풍

가을을 따라 청량산으로 단풍 여행을 다녀왔다. 아내와 동행한 2박3일의 여정이었는데, 일정을 무리하게 잡은 탓이었는지 막바지에는 체력이 달려서 무척 힘이 들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마음은 나이가 들어도 달라지지 않건만, 몸은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청량산은 가을이 한창 무르익어 가을빛이 온 산을 물들였다. 가을 단풍하면 설악산만 찾아가곤 했었는데 알고 보니 우리나라는 비경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청량산 역시 한 구비를 돌며 시야가 열릴 때마다 탄성이 연속으로 터져 나왔다. 이번 여행에서는 청량산 속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 첫째 날[-온달산성-마구령-부석사-] 중부고속도로 일죽IC에서 38번 국도를 타고 동쪽으로 달렸다. 서울을 빠져나오는데 1시간여의 정체가 있었다. 먼저 도착한 곳은 단양의..

사진속일상 2007.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