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경남 지역으로의 짧은 여행

샌. 2008. 1. 19. 09:27

아내와 함께 경남 지역으로 1박2일의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첫날은 진주에 들러 진주성을 보고, 의령에 있는 나무들을 만났다. 그리고 저녁 무렵에 우포늪에 들렀다가 부곡 온천에서 일박을 했다.

 

둘째날은 J 수녀님을 만나기 위해 부산에 갔다. 셋이서 함께 몇 군데 천주교 시설들을 돌아본 뒤에 범어사에 잠깐 들린 뒤에 귀경했다.

 



내려가는 길에 익산에 있는 나바위 성지에 들렀다.

 

이곳은 김대건 신부가 1845년에 중국에서 건너와 처음 전도를 시작한 곳인데, 오래된 화산천주교회가 있다. 경내는 정갈하고 단아했다. 그러나 날씨가 추워서 좁은 경내지만 둘러보는데 종종걸음을 쳐야 했다.

 



경남 내륙지방은 나에게는 무척 먼 곳이다. 이때껏 발걸음을 하지 못한 곳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진주는 꼭 가보고 싶었다. 진주라는 이름이 주는 어떤 동경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진주성에 올라서 보는 남강과 진주 시내는 포근하고 정겨웠다. 특히 논개가 왜장을 끌어안고 순국한 현장은 꼭 보고 싶었다. 1593년 진주성 싸움에서 진 뒤에 의기(義妓) 논개는(論介)는 나라의 원수를 갚기 위해 왜장을 강가의 바위로 유인하여 함께 강물로 뛰어든다. 그래서 저 바위를 사람들들은 의암(義巖)이라고 부른다.

 

그때로부터 400여 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푸른 강물은역사의 격랑을 머금은 채 고요하기만 하다. 건너편의 대숲이 논개의 푸른 의기(義氣)를 말해주는 듯 울울창창하다.

 

이어서 의령 지역으로 가 세 그루의 오래된 나무와 만났다. 충익사의 모과나무, 성황리 소나무, 백곡리 감나무였다.

 



저녁에 찾은 겨울 우포늪은겨울 철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만 들릴 정도로 적막했다. 올들어 가장 추운 날씨여서인지 다른 사람들은 거의 만날 수 없었다. 안내하시는 분이 사람도 없고 날씨도 추우니 차를 가지고 들어가라고 했지만 걷고 싶어서 사양하고 늪 둘레를 잠시 걸었다. 그러나 찬바람 때문에 곧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어둑해질 때까지 우포늪의 해 저무는 광경을 보고 싶었으나 다음으로 미루어야 했다.

 

부곡으로 가 온천에서 피곤한 몸을 풀었다.

 



둘째날은 부산으로 가서 J 수녀님을 만났다. 그리고 수녀님의 안내로 오륜대 순교지와 분도 피정의 집, 성 베네딕토 수녀원을 차례로 방문했다.

 

오륜대에서는 동백꽃이 환하게 피어 있었다. 수녀님과 광안리에 나가서 바닷가를 거닐고, 전망 좋은 찻집에서 담소를 나누었다. 그리고 사람 사이의 정이란 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힘의 원천은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수녀님으로부터 우리 부부는 각각 '동행'과 '동경'이라는 두 권의 책을 선물 받았다.

 



주마간산의 여행을 하지 않기로 했지만 이번 여행도 예외가 아니었다. 짧은 일정에 보고 싶은 것은 많으니 늘 이렇게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나들이 길이 되곤 한다. 그래도 반가운 분을 만났고, 처음 보는 풍경들과도 인사를 나누었으니 감사하게 생각해야겠다.

 

돌아오는 길은 잠시 범어사에 들렀는데 고찰의 분위기와 멋진 나무들이 잘 어울렸다. 열심히 고속도로를 달려 밤 9시가 넘어서 집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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