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부터 거의 운동을 하지 않고 지냈다. 테니스를 몇 번 해 본 것이 고작이고, 좋아하던 걷기도 못했다. 그만큼 게을러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덕분에 몸은 최고의 체중을 기록하며 둔중해지고 있다.
오랜만에 뒷산을 산책했다.
이러니 좁은 계단을 오르는 데도 힘이 들었다. 처음 이사왔을 때는 자주 찾아와 건강을 지키리라 다짐했었지만 역시 뜻대로 되지 않는다. 집 뒤가 바로 산인데 가까이 있으니 도리어 멀어지는 진리를 여기서도 확인하고 있다. 도시 한 가운데 있는 자그마한 산이라 걷기에 그리 좋은 길은 못되지만 그나마 가까이에 이런 산길이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내일부터는 매일 산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오랜만에 흙을 밟으며 걸으니 몸이 가뿐해졌다.
산길은 동작동 국립묘지와 접해 있는데 보기 싫은 시멘트 벽 때문에 경관이 방해를 받았다. 높은 철조망의 시멘트 벽을 따라 걸으니 반쪽은 죽은 셈이다. 그련데 드디어 보기 흉한 벽을 헐어내고 산뜻한 철망으로 교체하는 공사가 시작되었다. 비록 가름막이 있기는 하지만 반대쪽 풍경을 볼 수가 있으니 훨씬 좋다. 그리고 출입문을 통해 국립묘지 안쪽으로도 들어갈 수 있어 다양한 산책을할 수 있다. 이젠 길이 어떻다드니 하는 핑계를 댈 수 없게 되었다.
나에게는 숲 속을 걷는 것보다 더 좋은 보약은 없다. 육체적인 경우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정신적인 면에서 더 많은 에너지와 기를 받는다. 숲길을 천천히 산책하노라면 내 마음에 쌓여있던 찌꺼기들이 솔솔 빠져나가는 상쾌함을 맛본다. 그리고 누군가 큰 사람의 따스하고 포근한 품에 안기는 것 같다. 이런 은은한 기쁨과 행복을 공짜로 즐기는 것이니 내 옆에 묵묵히 있는 숲에 대해 정말로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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