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선법사 마애불의 아름다움

샌. 2007. 12. 29. 13:36



하남을 지나다가 교산동에 있는 선법사에 들렀다.

 

객산 아래에 있는 작은 절인 선법사에는 '태평이년명마애약사불좌상(太平二年銘磨崖藥師佛坐像)'이라는 마애불이 있다. 절 한 켠의 삼각형 모양의 돌에 새겨진 이 불상은 작고 정교하며 무척 아름답다. 부처님에게 이런 표현을 써도 되는지 모르지만 내가 본 첫 인상은 귀엽고 예쁘다는 느낌이었다.

 

특히 불상 크기가 1 m도 채 되지 않아 나에게는 더욱 의미있게 느껴졌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명제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 불상 옆에는 어설픈 글씨로 적힌 명문이 있는데, 그 내용에 따르면 불상의 조성 시기가 고려시대인977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천년도 더 전에 만들어졌다는 얘기인데 그런 역사성이 이 불상을 더욱 귀하게 느끼게 했다.

 


 

불상 바로 옆에는 온조샘이라 불리는 약수가 있다. 옛 기록에 약사마애불 옆의 약수터 물을 백제왕들이 마셨다고 하는데 거기서 유추하여 이 약수를 백제왕이 마셨다고 하는가 보다. 얼마나 믿어야 할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바위 사이로 졸졸 흘러내리는 약수가 예사롭지는 않다. 어느 책에서는 이 약수를 우리나라 최고의 약수 중 하나로 꼽았다. 물 맛은 무미 무취하며 맑았다.


약수터를 둘러싼 바위에는 이끼가 덮여있는데 한 쪽에는 처음 보는연초록의 식물이 있었다. 습기 많고 어두컴컴한 곳에서 살아가는 저 식물 이름이 궁금했다.

 



같은 하남시 춘궁동에는 동사지(桐寺址)라는 절터가 있는데, 지금 빈 터에는 3층과 5층의 두 석탑만이 남아있다. 이 일대는 옛 백제의 하남 위례성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동사(桐寺)라는 절은 통일신라시대 때부터 고려 초까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지금은 두 석탑만 남기고 모든 흔적이 사라졌다. 겨울의 폐사지는 더욱 쓸쓸하고 스산한 느낌을 준다.

 

인연이란 참 묘한 것이다. 하남 지역을 그동안 수도 없이 지나다녔지만 이런 것이 있는 줄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하나의 인연이 이런 천년을 뛰어넘는 만남으로 연결되었다. 그래서 인생이란 신기하고 재미있다. 삶에 존재하는 이런 예측 불가능성이야말로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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