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찾지 않는 섬, 교동도에 가게 되었다.
교동도는 강화도 창후리 선착장에서 배로 십여 분이면 닿는 섬이지만 별다른 관광지가 없어서인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도리어 변하지 않은 옛 풍경이 남아있는 섬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는 왕족들의 유배지로서, 또는 해상 군사의 요충지로서 의미있는 섬이었다.
겨울 햇살이 따스한 날이었다. 교동향교를 거쳐 화개사 앞 뜰에서 바라본 서해의 풍경이 아늑했다. 그리고 70년 대의 모습을 간직한 교룡시장의 분위기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것 같았다. 교동도를 찾은 목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회화나무를 보고 싶어서였다.
성읍마을에서 연산군 유배지를 찾았다. 폭군으로 알려진 연산군이 이제 와서는 왠지 측은하게 여겨진다. 그도 인간적으로 얼마나 괴롭고 고민이 많았을 것인가. 중종반정으로 왕자리에서 쫓겨나고 이곳 교동도로 유배되어 화병 때문이었는지 이내 죽음을 맞는다. 그의 나이 31세였다.
그가 머물렀을 곳으로 추정되는 장소에는 작은 비석 하나와 안내판이 서 있을 뿐, 밭으로 변해 있다. 그리고 그가 마셨다는 우물에는 무심한 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사람들은 그 나무 줄기를 잘라버려서 이 쓸쓸한 풍경을 더욱 애잔하게 만들고 있다.
돌아오는 길은 썰물 때문에 배는 먼 길을 돌아오느라 1시간이나 걸렸다. 직진 항로라면 10분이면 될 거리인데 말이다.이런 조류 때문에 교동도가 유배지로서 선택된 것 같다. 바다에 오래 있었던 덕분에 배 위에서 바다로 지는 석양을 만났다. 태양 둘레에 동심원 모양으로 번진 색깔의 띠가 무척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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