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해 지는 이화령에 서다

샌. 2007. 12. 9. 10:05



문경 지역으로 나무 여행을 다녀왔다.

 

문경의 농암면에서부터 동쪽으로 나아가며 네 그루의 큰 나무들을 만났다. 문경군을 서에서 동으로 횡단한 셈이다. 나무들도 좋았지만 시골의 초겨울 풍광이 무척 아름다웠다. 약간은 스산하고 쓸쓸한 이런 풍경들이 이젠 가슴을 울린다.

 

돌아오는 길은 일부러 옛 국도로 들어 이화령 정상에 올랐다.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새로운 4차선 국도가 건설되기 전에 이 길은 충주와 문경을 연결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올라가는 도중에 단 한 대의 차도 만날 수 없었을 정도로 거의 인적이 끊긴 길이 되어 버렸다. 나 같은 사람으로서는 호젓해서더욱 귀하고 아름다운 길로 받아들여진다. 예전에 고향을 갈 때는 이 옛 길을 자주 다녔다. 원주를 경유해서 가는 길이 많이 막힐 때는 좀 돌기는 하지만 차량 통행이 적었던 이 길을 이용했다.

 

꼭대기에 있는 이화령 휴게소도 쓸쓸하긴 마찬가지였다. 주말인데도 넓은 주차장에는 차가 달랑 두 대만 있고, 휴게소 안에도 젊은 연인 한 쌍 만이 앉아 있을 뿐이었다.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나그네에게야 오히려 이런 분위기가 좋지만, 손님이 없는주인의 마음을 생각하면 미안해진다. 커피 한 잔을 시켰지만 그래도 반갑게 맞이해주는 주인장의 모습이 고맙다.

 

이화령 정상에서 지는 해를 맞았다. 하루가 이 때의 감동으로만 살 수 있다면 삶은 얼마나 큰 축복이 될 것인가. 미련한 인간이 깨닫지 못해서 그렇지 사실은 매시가 그런 축복들인지도 모른다.

 

돌아오는 길 내내 가슴이 뛰었다. 그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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