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새동안 고향에서 푹 쉬었다.
이번에도 역시 내 목표는 무료함을 즐기기였다. 그러므로 고향에 와서는 거의 바깥 출입을 하지 않는다. 이러는데는 겨울이라는 계절도 한 몫을 한다. 나같이 게으른 사람에게는 이 계절이 딱 어울린다.
셋째 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는데,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서 내내 빗소리만 들었다. 그러다가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사르르 잠이 들기도 했다. 겨울 빗소리는 여느 때와는 다른 색다른 맛이 있는데, 잠에서 깨어서는 그냥 다시 빗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보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창 밖을 내다보며 사람을 그리는 외할머니의 안타까움도 더해졌다. 외할머니 가슴은 기다림으로 새까맣게 탔을 것이다. 그리움도 일상이 되면 만성이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면 간장이 녹아서 이렇게까지 오래 살지는 못했을지 모른다.
모든 환상은 현실과 만나면 슬퍼질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는 무언가에 대한 환상 속에서 산다.환상은 현실과 부딪치며 쉼없이 고통과 아픔을 주지만, 그래도 우리는 환상이 없이는 살 수가 없다.
외할머니의 기다림은 모두에게 아픔을 준다. 그것은 기다릴 수 없는 것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기대나 그리움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누가 알 것인가? 우리가 갈망하는 대부분이 아무리 쫓아가도 다다를 수 없는 무지개의 꿈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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