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백설이 난분분한 아침

샌. 2008. 1. 21. 13:27



백설(白雪)이 난분분(亂紛紛)하다는 표현에 어울리는 눈이 아침에 내리다.

 

이곳은 고지대라 바람이 세어 눈도 곱게 내리지 않는다. 비는 아래로 떨어지지만 눈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때는 수평으로 날아가고, 어떤 때는 거꾸로 하늘을 향해 올라간다. 수많은 눈송이들이 위로 솟구치는 광경은 마법의 나라에 와있는 듯 신기하기만 하다.

 

베란다에 서서 바람이 만드는 눈송이들의 군무를 감상한다.

 

내리는 눈은 잠시 조용해지다가는 어느새격렬한 춤으로 변한다. 아다지오에서 안단테로, 그리고 알레그로, 비바체로 이어지다가 다시 아다지오로 돌아온다. 방향도 순식간에 360도로 변한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치 웅장한 교향곡을 듣고 있는 것 같다. 눈송이들은 바람의 흐름, 자연의 리듬에 따라 춤춘다. 언뜻 무질서해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조화와 통일이 있다. 그래서 자연이 만드는 현상들에서는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눈송이들의 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니 우리는 각각 저 눈송이와 같은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각자 춤추는 모양은 다르지만 결국 운명의 바람 가운데서 서로의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하늘 높은 곳에서 무슨 인연으로 흰 몸을 입고 또 다른 세계로 날아가고 있는 존재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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