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눈 내리는 날의 막걸리와 부침개

샌. 2008. 1. 22. 15:11



어제부터 계속 눈이 내린다.

 

낮에는 김치 부침개에 막걸리를 앞에 두고 둘이서 마주 앉다. 창 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며 마시는 차가운 막걸리 한 잔과 부침개는 오늘 같은 날씨에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특히 이 막걸리는 친척 집에서 직접 담근 것을 얻어온 것인데, 그 맛이 시중의 막걸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하다.

 

날씨와 음식의 궁합이랄까,또는 사람의 감정 상태에 어울리는 술과 음식이 있다. 비나 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막걸리와 부침개가 구미를 당긴다. 막걸리와 빈대떡도 마찬가지다. 이런 날은 맥주는 전혀 아니다. 그리고 소주 또한 너무 빨리 취해서어울리지 않는다. 궂은 날의 막걸리와 부침개는 적당한 포만감과 함께 서서히 분위기에 젖어들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 무엇보다도음식 자체의 생김새와 맛이 날씨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리라.

 

우리 같은 나이가 되면 아이들은 직장에 나가고 부부만 집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돌아보면 이만큼 지내온 세월이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허전하기도 하다. 어떻게 살아왔느냐를 진지하게 성찰하면 할 수록 내 삶에 자신이 없어진다. 그러나 인생은 늘 현재의 이 지점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다. 따스하고 조용한 눈 내리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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