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집 장만 작전에 들어가다

샌. 2008. 1. 30. 11:00

아내와의 사이에서 제일 큰 갈등은 집 문제로 인한 의견 차이다. 아내는 우리 소유의 집이 없으면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 한다. 반면에 나는 세상을 좀 거슬러 살아보자는 주장이다. 이왕 버린 몸, 떳떳하고 당당하게라도 살아가자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아내는 점점 집값은 뛰는데 이러다가는내 집을 가져 보지 못하는 게 아닌가 걱정한다. 아이들은 출가할 때가 되었는데 사돈댁에 집도 없는 처지로 보이는 것은 싫다는 말도 한다. 아내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그동안 내가 옳다고 믿고 살아온 신념 때문에 나는 선뜻 동의하기가 어려웠다.서울 같은 도시에서 집을 소유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도덕하게 느낀 적도 있었다. 반면에 아내는 평범하고 상식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 이런 두 사람의 가치관 차이로 인해수 년간 팽팽한 긴장 상태가 계속되었다.

아내도 욕심이 없다는 것은 잘 안다. 누구처럼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것도 아니다. 아내의 소박한 꿈을 나무랄 수는 전혀 없다. 경제에 아무 관심이 없는가장을 원망하는 아내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래도 남편의 생각을 이해하고 따라주는 아내였으면 좋겠다는 나의 바람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생각만 바꾼다면 내 소유의 집이 없이도멋지게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아내 입장에서는 그게 아닌 모양이다.

2000년 이후로 서울의 아파트값은 광풍이라고 할 정도로 엄청나게 폭등했다. 사람들은 제도니 뭐니 하며 비난을 퍼붓지만 나는 인간의 탐욕이야말로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탐욕을 뒷받침하는 제도가 합세하여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유발했다.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돈이 된다고 하면 뭐에 파리 끓듯 너도 나도 몰려드니 수요가 넘쳐나고 시장원리에 따라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뒤에서 누가 제일 흐뭇한 미소를 지을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내 집을 가지려는 서민들의 열망은 이해되는 측면이 있지만, 오직 돈을 벌기 위해서 땅이나 집을 투기의 수단으로 여기는 가진 사람들의 행태는 내가 볼때는 비난받아야 할 악덕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그런 세상의 흐름에 동참하기가 싫었다.가만히 있어도 재산 가치가 몇 배씩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면 솔직히 배가 아프기도 하지만 나는 내 스스로에게 떳떳하기 위하여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러나 나는 이제 내 생각을 접기로 했다. 집 얘기만 나오면 큰소리가 오고가는 현실도 피곤했고, 또 앞으로도 아내를 설득할 자신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내가 그토록 원하는 소원 하나 들어주지 못한다면 평생을 두고 후회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또 내 개인적으로도 전세살이에 지쳐가는 측면도 있다. 집값이 떨어지면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드디어 아내와 같이 우리가 살 집을 찾으러 용인과 광주 지역으로길을 나섰다. 서울에서 집을 사는 것은 거의 포기를 했다. 왠만한 데는 우리 돈 가지고는 어림없어졌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좀 싸게 분양하는 아파트가 목표인데, 그것마저 만만하지가 않다. 그동안 얼마나 집값이 뛰었는지를 현장에 가보고서야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사람들 삶도 재산 가치가 오른 만큼 더 행복해졌을까? 우리나라 세대의 거의 반 정도가 무주택세대라는데 이런 현실에 모두들 많이 좌절했을 것이다. 아마 그런 불만이 이번 선거에서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심판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새로 들어서는 정부가 펴려는 정책 또한 불안하기만 하다. 결국 이런 천박한 자본주의 체제로는 행복한 인간의 삶을 담보하기 어렵다. 내가 집이 없다는 사실보다 그런 우리의 현실이 더욱 슬프다.



용인에 내려간 길에 잠시 미리내성지에 들렀다.

수도권에 있지만 이곳은 약 10여 년만에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그때는 내가 아직 영세도 받기 전이었다. 이 작은 성당에서 아내와 같이 미사를 드렸던 기억이 새록하게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다. 아내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아내는 혼자 성당에 들어가 한참을 있다가 나왔다.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는데, 정말 그렇다. 도대체 무엇에 대해서 우리가 큰소리를 칠 수 있단 말인가. 피곤한 길이었지만, 앞으로 더욱 겸손하고 조심스럽게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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