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126

의림지 소나무

제천에 있는 의림지(義林池)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수리용 저수지다. 삼한시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니까 거의 2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충청도를 호서(湖西), 전라도를 호남(湖南)이라고 부르는데, 그 호수가 바로 의림지를 가리킨다는 설마저 있을 정도다. 저수지 둘레는 1.8km인데 제방 위에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있어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원래는 버드나무도 많았다는데 지금은 몇 그루밖에 보이지 않는다. 소나무는 우리나라의 대표종인 적송이고 수령은 대략 100년에서 300년 사이로 보인다. 주로 남쪽 제방을 따라 서거나 눕거나 하며 다양한 모양으로 자라고 있다. 의림지 제방을 따라 걸으며 소나무의 사열을 받는 것도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천년의나무 2024.03.14

경포호 솔숲

강릉,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소나무와 동해 바다다. 강릉에서는 어디를 가나 쭉쭉 뻗은 소나무를 볼 수 있다. 강릉시에서도 '솔향 강릉'이라는 네이밍으로 강릉을 알리고 있다. 강릉에 갈 때면 자주 들리는 곳이 경포호 솔숲이다. 경포호와 허난설헌 생가 사이에 잘 생긴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곳이다. 솔향을 맡으며 미인송 사이를 산책하면 기분이 상큼해진다. 강릉의 소나무는 고려 시대 때부터 심기 시작했다는데 나무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이런 멋진 품종의 소나무를 지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근래에 들어서는 산불이 소나무의 생존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이 되었다. 올해도 경포해변의 소나무를 비롯해 인근 산의 소나무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과거 기후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을 텐데 이만한 숲이 보존되고 있다는 사실이 고..

천년의나무 2023.06.15

사인암과 청련암, 소나무

고향에 내려가는 길에 잠시 들린 단양 사인암(舍人巖)이다. 우뚝 솟은 50m 높이의 수직암벽이 멋진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다. 옆으로는 남조천이 흐른다. 단양팔경 중에서도 도담삼봉과 함께 으뜸이다. '사인(舍人)'은 고려 시대 벼슬 명칭인데 이곳 출신인 우탁(禹倬, 1263~1342) 선생이 사인으로 재직할 때 이곳에 자주 들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선생이 쓴 '탄로가(嘆老歌)'가 유명하다. 한 손에 막대 집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하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사인암 앞 평평한 바위에 암각 바둑판이 있다고 해서 보려고 갔는데 막상 사인암에 가서는 깜빡했다. 나이가 들면 자주 이렇게 된다. 다음에 다시 와야 할 이유 하나 남겨둔 셈이다...

사진속일상 2023.04.14

적성리 황장목

문경시 동로면 적성리의 작은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소나무다. 동로면 소재지 마을과 들판을 내려다보고 있다. 동로면의 상징이 될 만한 나무다. 이 나무가 유명한 건 뿌리가 거북처럼 생긴 바위를 휘감고 있어서다. 안내문에는 '황장목을 업은 거북바위'라고 적혀 있어 나무보다 거북바위에 방점이 찍혀 있다. 내가 명명한다면 '거북바위를 감싼 황장목'이라고 할 것 같다. 황장목(黃腸木)은 금강송(金剛松)의 다른 이름이다. 춘양목(春陽木), 적송(赤松), 미인송(美人松)이라고도 한다. '황장'과 '춘양'은 지역 명칭이다. 황장목이 유래한 황장산이 바로 인근에 있다. 이 소나무는 수령을 약 300년으로 추정한다. 황장목이 있는 언덕 위에 점촌동성당 동로공소가 있다. 소나무로 둘러싸인 분위기가 아늑했다. 공소 뜰에 이런..

천년의나무 2022.10.22

대하리 반송(2022)

의도치 않았는데 15년 만에 다시 만난 소나무다. 문경 도로를 지나다가 우연히 안내 표지판을 보고서야 이 나무가 있는 줄 알았다. 그때보다 주변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2000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반송이다. 400년 된 노목으로 내뿜는 기상이 범상치 않다. 둘로 갈라진 줄기가 우산을 편 듯 넓게 펼쳐져 있다. 펼쳐진 지름이 20m나 된다. 한 바퀴를 돌면서 봐도 흠결을 찾을 수 없는 아름다운 자태다. 마을 사람들이 정월 대보름에 영각 동제를 지내며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실 만한 신령한 나무다.

천년의나무 2022.10.21

적성리 소나무

문경시 동로면을 지날 때 도로 옆에 눈에 익은 소나무가 있었다. 내려서 확인해 보니 15년 전에 찾아왔던 소나무였다. 조선의 명당인 연주패옥(連珠佩玉)의 전설이 전해지는 말무덤 자리에 있는 소나무다. 나무 모양이 춤추는 사람 같다 하여 '무송(舞松)'이라 불리는 소나무다. 수령은 약 300년 가량 되었다. 나무는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모양이 다르다. 제일 균형 잡힌 모습은 도로 쪽에서 볼 때다. 무송이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어디서 보더라도 춤추는 형상은 넉넉히 상상해 낼 수 있다. 이름 그대로 리드미컬한 소나무다.

천년의나무 2022.10.20

와운마을 천년송

와운(臥雲)마을은 구름도 누었다가 쉬어갈 만큼 높고 험한 지리산 깊숙이 숨어 있는 마을이다. 뱀사골 계곡을 따라 한 시간 넘게 올라가야 나온다. 공식 주소는 전북 남원시 산내면 부운리다. 약 500년 전 임진왜란 때 난을 피해 들어온 사람들이 만든 마을이라고 한다. 와운마을을 내려다보는 곳에 소나무 두 그루가 있다. 반송 종류인데 마을 사람들은 각각 할머니 소나무와 할아버지 소나무로 부른다. 당산제를 지내는 큰 소나무가 이 할머니 소나무다. 별칭이 '지리산 천년송(千年松)'이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천년송에서 50m 정도 떨어진 곳에 할아버지 소나무가 있다. 단아하고 미끈한 생김새를 보면 이쪽이 여성스러운데 이름은 반대로 할아버지다. 와운마을은 마을 자체보다 천년송 때문에 유명하다. 마을 방문객들..

천년의나무 2022.07.30

삼공리 반송

전북 무주군 설천면 삼공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반송이다. 천연기념물이라는 영예에 어울리게 멋진 나무다. 마을에서 약간 떨어진 언덕 위에 있는데 아름다우면서도 우람한 풍채가 대단하다.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서는 살짝 마을쪽으로 기울어져 보인다. 구천동을 상징하는 나무라서 구천송(九千松), 또는 만지송(萬指松)으로도 불린다. 이 반송의 나이는 약 200년쯤 되었고, 높이는 17m, 줄기 둘레는 5.3m다.

천년의나무 2022.06.12

예빈산 소나무

예빈산 직녀봉으로 가다가 만난 소나무다. 모습이 범상치 않아 눈이 휘둥그레졌다. 산에서 이런 소나무를 만나는 일은 드물다. 나무는 몸통에서 줄기가 셋으로 갈라져서 지면과 나란히 퍼졌다. 땅 경사와 비슷한 게 흥미롭다. 나무에 대한 설명이 없어 수령은 알 길이 없으나 최소 100년은 넘어 보인다. 보호수로 지정해도 마땅할 것 같다. 소나무 주변에는 남산제비꽃이 군데군데 피어 있다.

천년의나무 2022.04.20

녹우당 은행나무와 해송

전남 해남에 있는 녹우당(綠雨堂)은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 1587~1671)가 살던 집이다. 고산은 82세 되던 1668년 수원에 있던 집을 뱃길로 옮겨와 다시 복원하여 지었다고 한다. 녹우당에 오래된 두 그루의 나무가 있다. 수령이 500년인 은행나무는 해남 윤씨 증시조인 윤효정 아들의 진사시 합격을 기념하기 위해 심었다고 한다. 나무 높이는 23m이고 줄기 둘레는 5.9m로 수세가 왕성한 나무다. 더 뒤로 들어가면 300년 된 해송이 있다. 이 나무도 생육 상태가 양호하다. 나무 높이는 24m이고 줄기 둘레는 3.4m다. 녹우당 뒤에 비자나무 숲이 있는데 아마 비슷한 시기에 같이 심어진 것으로 보인다.

천년의나무 2021.11.10

굴산사지 소나무

강릉시 구정면 학산리 굴산사지에 있는 소나무다. 굴산사지(掘山寺址)는 신라시대 선종구산 중 하나였던 굴산사가 있었던 터다. 고려시대까지도 번창했으나 조선이 세워지면서 폐사된 것으로 보인다. 굴산사지에는 현재 당간지주와 범일국사의 사리를 모신 것으로 보이는 승탑이 남아 있는데. 승탑 앞에 이 소나무가 있다. 나무 주변 흙을 너무 깎아 내서 나무만 불쑥 솟아 있다. 소나무의 높이는 10m, 줄기 둘레는 3m이며, 수관의 직경이 12m에 이르는 멋진 나무다. 갈라진 두 줄기가 Y자 모양으로 우뚝하다. 안내문에 보면 이 소나무 아래에 살던 최진사 댁에서 매년 이곳에서 안택(安宅)을 기원하는 제를 지냈다고 한다. 지금도 마을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나무라는데 나무 주변을 세심하게 정비했으면 더 좋겠다.

천년의나무 2021.01.21

수원 노송지대 맥문동

수원시 장안구에 노송지대가 있다. 정조가 현륭원의 식목관에게 1천 냥을 하사하여 소나무 500주와 능수버들 40주를 심게 한 곳이다. 그때 심은 소나무들 중 일부가 남아 있다. 정조는 사도세자 능을 참배하러 갈 때 이 길을 지나갔을지 모른다. 여름이 되면 노송지대에 맥문동이 활짝 핀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풍경이 멋지다. 수원시가 노송지대 복원 사업을 벌이고 맥문동을 심은 결과 아름다운 장소로 변신했다. 노송지대 총 길이가 5km라는데, 전체가 복원될 날을 기다려 본다.

꽃들의향기 2020.08.20

무도리 소나무

오랜만에 멋진 자태의 소나무를 만났다. 제천시 송학면 무도3리 마을 입구를 지키는 소나무다. 마을 주민이 이 소나무를 얼마나 아끼는지는 석비에 새긴 설명으로 알 수 있다. 오랜 옛적부터 이 소나무를 서낭당으로 모시면서 매년 음력 정월 초사흘날 밤에 마을 주민이 모두 모여 마을의 평안과 풍년 농사를 기원하는 서낭제사를 정성껏 올리고 있다 한다. 그리고 나무를 영원히 보호하는데 온 정성을 다할 것음을 밝히고 있다. 나무 밑에는 '성황신위(城隍神位)'라 쓰인 돌 비석이 있다. 나무는 원줄기 1m 정도 높이에서 줄기가 세 갈래로 갈라지며 부채살처럼 퍼져 나가고 있다. 균형 잡힌 몸매를 자랑하며 생육 상태가 좋다. 이 나무를 사랑하는 마을 주민의 정성이 느껴진다. 나무는 수령이 600년 정도며, 높이는 13m, ..

천년의나무 2020.05.06

화개사 소나무

화개사(華蓋寺)는 교동도의 화개산 자락에 있는 아담한 절이다. 고려 때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며 목은 이색 선생의 '화개사'에 관한 시가 있어 선생이 이곳을 들렀을 가능성이 높다. 화개사 경내에 200년 수령의 소나무가 한 그루가 우뚝하다. 몇 군데 줄기가 잘려 나갔지만 늘씬한 수형의 잘 생긴 소나무다. 나무 높이는 14m, 줄기 둘레는 1.6m다. 소나무 옆에 서면 서해 바다와 섬이 내려다 보인다. 따스한 겨울에 보는 바다 풍경이 아늑하다.

천년의나무 2020.02.15

소격동 소나무

서울 종로구 소격동, 옛 종친부 터에 있는 소나무다. 지금은 국립현대미술관 동편 자리다. 종친부는 왕가와 관련된 일과 행사를 보던 기관이다. 기무사와 국군서울지구병원에 자리를 뺏겼다가 다시 복원되고 있다. 이 소나무는 수령이 100년 정도로 추정된다. 오래된 나무는 아니지만 종친부를 상징하는 나무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나무 높이는 4.5m, 줄기 둘레는 1.9m다.

천년의나무 2019.12.22

행곡리 처진소나무

경북 울진군 근남면 행곡리에 있는 처진소나무다. 처진소나무는 가지가 아래로 뻗으면서 전체적으로 우산 모양을 하고 있다. 소나무 중에서 제일 멋진 모양을 자랑한다. 예전에는 여기가 송림이었다는데 지금은 이 한 나무만 남아 있다. 마을이 형성되었을 무렵에 심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수령은 약 350년이다. 처진소나무는 나무 밑에서 올려다 봐야 한다. 나무 줄기가 우산대처럼 사방으로 얽히며 뻗어나간 게 장관이다. 행곡리 처진소나무는 수세가 왕성하며 주변 관리도 잘 되고 있다. 높이 14m, 줄기 둘레 3m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나무 옆에는 이 마을에서 난 효자 주명기(朱命杞)를 기리는 비각이 있다. 돌에 새겨진 내용은 이렇다. 유심히 읽어 보았으나 나무와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 '어려서 어머니가 돌아가..

천년의나무 2019.12.12

소태리 소나무와 느티나무

경북 울진군 온정면 소태리는 백암온천이 있는 마을이다. 마을 온천길에 소나무와 느티나무 보호수가 있다. 소나무는 온정 119 안전센터 앞에 있다. 수령이 300년으로 미끈하게 잘 생긴 미인송이다. 키는 18m, 줄기 둘레는 3m로 줄기가 둘로 갈라져서 아름답게 뻗어 있다. 느티나무는 농협 백암수련원 앞에 있다. 세 그루가 있는데 그중 대표 나무는 수령이 400년이다. 높이는 19m, 줄기 둘레는 5m다. 이 느티나무는 마을의 당산나무로 매년 정월 대보름날에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낸다. 평시임에도 제단에는 소주, 막걸리, 물병이 정성 들여 올려져 있다. 제단석에는 '洞主 道峴 水口 盤石'이라 적혀 있다. 잘 모셔야 할 나무가 너무 도로에 연해 있는 점이 아쉽다.

천년의나무 2019.12.10

신대리 백송(2)

처음 봤을 때보다 더 커졌고 싱싱해진 느낌이다. 10여 년 사이에 눈에 띌 만한 변화가 없을 테지만, 보는 각도가 달라져서인지 천연기념물로서의 가치를 보여주는 듯하다. 백송이 귀하다 보니 오래된 백송은 대부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신대리 백송은 약 210년 전 조선시대 참판을 지낸 민달용의 묘소에 심은 것이라고 전한다. 이천시 백사면 신대리 산32번지에 있다.

천년의나무 2019.04.02

도립리 반룡송(3)

세 번째로 찾았지만 볼 때마다 감탄을 하게 되는 나무다. 줄기의 형상이 기기묘묘하다. 용트림 모양이라 하여 반룡송(蟠龍松)인데, 그보다는 구렁이가 먹이를 칭칭 감고 있는 모습이 먼저 연상된다. 나무의 어떤 요인이 이런 형태를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옆에 있던 사람의 나름대로의 설명이 들린다. 소나무를 위로 못 자라게 하면서 가지를 인위적으로 변형시켰다는 것이다. 어쩐지 그 말이 합리적으로 들리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 반룡송은 이천 9경 중 하나며 천연기념물 제381호다. 신라말 도선 선사가 심었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선지 추정 나이는 850살이다.

천년의나무 2019.04.02

율곡매와 율곡송

강릉시 오죽헌에 있는 매화나무와 소나무로, 율곡매과 율곡송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율곡매는 천연기념물 484호로 1400년 경 이조참판을 지낸 최치운이 오죽헌을 건립하고 별당 후원에 심었다고 한다. 신사임당과 율곡 선생이 직접 가꾸었다고 전해지는 나무다. 사임당은 고매도(古梅圖) 등 여러 매화 그림을 그렸고, 맏딸 이름을 매창(梅窓)이라고 지을 만큼 매화를 사랑했다. 율곡매의 수령이 600년 가량 된다면 율곡 선생 당시에도 상당한 굵기였을 것이다. 아마 지금 보는 나무는 그때 나무의 아들나무쯤으로 추정된다. 꽃잎이 연분홍인 홍매(紅梅) 종류라는데, 한 달 뒤면 꽃이 핀 율곡매를 만날 수 있겠다. 강릉에는 소나무가 많다. 오죽헌에 소나무가 없을 리가 없으니 문성사(文成祠) 마당에 두 그루의 소나무가 우뚝..

천년의나무 2019.02.20

선교장 소나무, 주엽나무

조선 시대 상류층의 저택을 대표하는 강릉 선교장(船橋莊)은 뒷산의 소나무가 일품이다. 저택을 감싸듯 품고 있는 뒷산에는 사, 오백 년 생 소나무가 울창하다. 곧게 뻗은 금강송이다. 소나무 사이로 난 산책로를 걸으면 선교장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 중 대표 소나무 하나에 보호수 안내문이 적혀 있다. 수령은 500년이 넘었고, 나무 높이는 23m, 줄기 둘레는 1m다. 밑에서 올려다 보면 그 기상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이 나무를 포함헤 모두가 멋진 우리의 소나무들이다. 선교장 뒤편에는 오래된 주엽나무도 있다. 안내문에는 수령이 570년으로 되어 있다. 가지 대부분은 잘린 채 고사 직전의 모습이다. 줄기를 두드려보니 퉁퉁 공명 소리가 난다. 속은 썩어서 텅 비었다. 선교장이 세워진 지는 300년 정도..

천년의나무 2019.02.14

금당실 송림

예천군 용문면에 있는 금당실(金塘室) 마을의 자랑으로 천연기념물 469호인 송림이다. 금당실 서북쪽 오미봉에서 용문초등학교까지 800m에 걸쳐 소나무 500여 그루가 긴 띠를 이루며 자라고 있다. 하천 범람에 따른 수해와 겨울철 북서풍을 막기 위하여 마을 주민들이 조성했다. 19세기 후반 동학혁명 당시에 노비 구출 비용 마련을 위해 소나무 벌채가 심했을 때는 당시 법무대신이던 이유인이 이곳에 거주하면서 숲을 보호했다고 한다. 소나무 숲이 조성될 때 원래 길이는 2km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반 이상 없어진 셈이다. 소나무 수령은 100~200년이고, 높이는 13~18m 정도 된다. 남은 나무는 건강하게 자연스럽게 잘 자라고 있다. 소나무 숲 사이로 산책로가 나 있어 1시간 정도 잡으면 끝까지 갔다 돌아..

천년의나무 2018.08.22

세한정 소나무

양평 세미원에 세한정(歲寒庭)이라는 정원이 있다. 추사의 세한도(歲寒圖)를 그대로 옮겨 놓은 공간이다. 건물은 전혀 세한도 분위기를 못 내지만 소나무는 그림 속 노송과 닮았다. 세한정을 조성하면서 비슷하게 생긴 나무를 구해 이곳에 옮겨놓은 듯하다. 그림에는 나무 네 그루가 그려져 있는데, 눈길을 끄는 나무는 단연 오른쪽에 있는 소나무다. 벼락을 맞은 듯 줄기는 부러졌고, 가지 하나만 옆으로 뻗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추사의 곤고한 삶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세한도의 주제는 신의라 할 수 있다. 발문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제일 늦게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드는 것을 안다'고 하였으니, 소나무와 잣나무는 사철을 통해 시들지 않는 것이지만, 춥기 이전에도 하나..

천년의나무 2018.07.11

궁리 소나무(2)

안면도에 가는 길에 다시 본 궁리 소나무다. 12년 전에 처음 본 모습 그대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수백 년을 살아가는 나무에게는 호들갑스러운 말이다. 묵묵히 변치 않음이 천 년 나무의 특징이다. 마치 큰 바위 같다. 멋진 구름이 있을 때 하늘을 배경으로 찍으면 나무의 생김새가 더욱 살아날 것 같다. 붉게 노을 든 하늘이라면 더욱 좋겠다. 한 마리 단정학이 내려앉아 있는 듯한 궁리 소나무다.

천년의나무 2018.06.13

송화

아파트 단지에는 군데군데 소나무가 자란다. 조경용으로 심은 지 8년이 되었다. 소나무는 베란다 창을 통해서도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처음 몇 년 동안은 움츠리고 있더니 이제는 적응했는지 쑥쑥 자라난다. 봄에 돋는 새순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다. 이러다가는 베란다로 들어오는 햇빛을 곧 가리지나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이맘때면 연기가 일듯 송홧가루가 날린다. 창을 열어두면 베란다 바닥이 금방 가루로 덮인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꽃가루가 생기는지 신기하다. 박목월의 '윤사월'을 나직이 읊조려 본다.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 올봄은 외딴 산 속 눈먼 처녀가 부럽다. 모든 인간관계가 끊어진 그 적막강..

꽃들의향기 2018.05.07

이탈리아 우산소나무

이탈리아 풍경에서 제일 눈에 띈 것이 우산소나무다. 시골이나 도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키 크고 날씬한 멋쟁이 소나무다. 학처럼 맑고 고고한 분위기를 풍긴다. 곧은 줄기가 위로 자라서는 몇 갈래로 나누어진다. 우리나라 소나무로는 반송과 닮았다. 버스를 타고 갈 때 보니 옛 로마가도에도 가로수로 우산소나무가 심겨 있었다. 이탈리아 사람이 사랑하는 나무인 것 같다. 우산소나무의 원산지는 지중해로, 남유럽과 중동, 북아프리카 등 지중해 연안 지역에서 자란다. 외양이 무척 아름다운데 우리나라에 심으면 어떨까 싶다. 관상수로는 최고가 될 것 같다. 우산소나무와 함께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나무가 사이프러스다. 측백나무과로 나무 모양은 길쭉한 삼각형이다. 이탈리아의 오래된 건물과 사이프러스는 특히 잘 어울린다. 한..

천년의나무 2018.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