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127

신대리 백송

너무 단 맛은 입맛을 잃게 하고, 너무 화려한 구경거리는 뒤의 경치를 시시하게 만든다. 로마 구경은 맨 나중에 하라는 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처음 만난 백송이 헌법재판소 구내에 있는 재동 백송이었는데 지금 보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멋진 나무였다. 그것이 나무에 관심을 갖게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지만 동시에 눈맛을 버려놓기도 한 셈이다. 그 뒤에 만나는 백송들이 기대에 못 미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천 신대리에 있는 백송은 마을 뒤쪽 경사진 언덕에서 자라고 있다. 높이는 16 m 가량으로 키도 크고 모양새도 좋다. 그러나 백송의 가장 큰 특징이 줄기 색깔인데 이 나무는 흰색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나무의 큰 줄기는 재동 백송과 마찬가지로V자 모양으로 갈라져 있다. 안내문에 보면 지금으로부터 약 210..

천년의나무 2005.10.01

도립리 반룡송

올라오는 길에 이천을 지나다가 백사면 도립리에 있는 반룡송을 찾아갔다. 넓은 벌판 가운데에 있는 이 나무를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은 크기가 예상보다 작다는 것이었다. 지난 번에 본 운문사 처진소나무의 웅장함이 연상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역시 이름값을 하는나무였다. 이 나무를 찾아오는 길에 지나가는 촌로에게 위치를 물으니 방향을 가르켜 주면서 "그 나무 볼 만 할거요."라고한 말이 역시 빈말이 아니었다. 땅에서 큰 줄기가 올라가면서 옆으로 퍼져 있는데 뱀이 똬리를 틀듯 꼬여있는 모습이 무척 특이하다. 그래서'뱀솔'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반룡송(蟠龍松)이란 이름은 이 소나무가 하늘로 오르기 위해 꿈틀거리는 형상을 닮았다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그래선지 줄기의 ..

천년의나무 2005.09.26

운문사 처진소나무

천연기념물 제 180호인 청도 운문사(雲門寺) 경내에 있는 처진소나무이다. 수령은 약 400년으로 추정되고, 높이는 6m, 가지가 옆으로 퍼져있는 길이는 20m에 이르는 아름답고 큰 나무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우산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우람한 줄기들의 위용에 압도당하게 된다. 줄기의 무게를 지탱해 주느라 많은 지주를 세워 놓았다. 오래된 절마다 이런 노미수(老美樹) 하나쯤 있다면 절의 분위기는 한층더 살아날 것 같다. 나무 줄기를 보면 남성의 근육을 연상시키듯 힘이 느껴지지만, 멀리서 보면 삿갓을 쓴 듯한 사방 대칭의 균형잡힌 모습이 여성스럽고 우아하다. 겨울인데도 솔잎의 초록색이 윤이 나듯 반질반질거린다. 그만큼 싱싱하고 생명력이 왕성하다는 뜻일 것이다. 운문사에서는 매년 봄이면 이 소나무..

천년의나무 2005.02.28

순흥면 연리목송

영주시 순흥면사무소 구내에는 재미있게 생긴 소나무가 있다. 두 줄기가 꽈배기처럼 몸을 서로 꼬면서 자라고 있는데 중간에서는 둘이 완전히 붙어서 한 몸이 되어 있다. 연리지(連理枝)나 연리목(連理木)으로 불리는 나무가 있다. 뿌리가 다른 두 그루의 나무가 가지나 줄기가 합쳐져서 한 나무로 된 것을 가리키는데떨어지기 어려운 부부간의 금슬을 상징하는 나무로 알고 있다. 그런데 얘기만 들었지 아직 실제로 보지는 못했다. 여기 순흥의 소나무는 아름다운 연리목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밑을 보면 한 나무의 줄기에서 갈라진 것이어서 완전한 연리목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올려다보는 나무의 모양은 무척 신기하다. 연리지로 되는 어떤 생물학적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둘이서 얼마나 그리웠으면 저렇게 한 몸을..

천년의나무 2005.02.11

조계사 백송

경복궁 둘레에는 오래 된 백송(白松)이 몇 그루 남아 있다. 관청이나 양반가에서 고이 길렀던 것으로 보이는데, 전국적으로도 얼마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백송은 무척 귀하고 상서로운 나무로 대접을 받았을 것 같다. 그 중의 하나가 천연기념물 제 9호로 지정된 조계사 경내에 있는 이 백송이다. 조계사는 한양 도성 내에 있는 유일한 본사로 1395년에 건립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표 사찰임에도 불구하고 터는 비좁고 볼 품이 없다. 조선조 시대에 불교에 대한 대접이 시원치 않았음을 한 눈에 짐작할 수 있다. 그나마 도성 내에 이런 사찰을 허락한 것만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조계사 대웅전은 지금공사중이어서 경내 분위기는 더욱 어수선하다. 수령이 500년으로 추정되는 이 백송은 대웅전과 공사..

천년의나무 2004.12.26

재동 백송

지난 주말 오후에는 동료 K와 같이 종로구 재동(齋洞)에 있는 백송(白松)을 보러 갔다. 지금은 헌법재판소 구내에 속해 있는데 정문 수위실에 백송을 보러 왔다고 하니선선히 통과시켜 준다. 본관 건물을 왼쪽으로 끼고 돌아서니 뒤편 얕은 언덕 위에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비록 철기둥에 몸을 기대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품위가 손상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백송은 누가 보아도 절대 그 이름을 잊어버리지 않는다. 흰색 줄기가 워낙 특이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재동 백송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아름다운 나무라고 하는데 과히 그 명성이 헛되지 않음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가까이 다가갈 수록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백송은 중국 북경 부근이 원산지로 번식시키기가 까다로워 희귀한 나무이다. 중국에서 ..

천년의나무 2004.10.11

경기상고 반송

경기상고에서 반송을 보다. 경기상고는 역사도 오래 되었지만 학교 본관 건물 앞으로 늘어선 반송이 참 봄직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라면 대부분이 소나무를 말할 것이다. 소나무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 것 같다. 야산에서 구불구불 자라는 소나무도 나름의 멋을 지니고 있고, 하늘을 향해 쭉 쭉 뻗은 소나무 또한 시원하고 힘찬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그 중에서도 반송이 좋다. 반송의 가장 큰 특징은 주된 줄기가 따로 없고 땅에서부터 여러 개의 줄기들이 뻗어 나온다. 영어 이름이 'Japanese Umbrella Pine'인데 그 이름대로 생긴 모양이 우산을 쓴 것 같이 대칭형으로 균형이 잡혀 있다. 붉은 색을 띤 줄기도 시원시원하다. 원산지가 우리나라로 알고 있는데 영어 이름에는 'Japanese'가 들..

천년의나무 2004.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