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둘레에는 오래 된 백송(白松)이 몇 그루 남아 있다.
관청이나 양반가에서 고이 길렀던 것으로 보이는데, 전국적으로도 얼마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백송은 무척 귀하고 상서로운 나무로 대접을 받았을 것 같다.
그 중의 하나가 천연기념물 제 9호로 지정된 조계사 경내에 있는 이 백송이다.
조계사는 한양 도성 내에 있는 유일한 본사로 1395년에 건립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표 사찰임에도 불구하고 터는 비좁고 볼 품이 없다. 조선조 시대에 불교에 대한 대접이 시원치 않았음을 한 눈에 짐작할 수 있다. 그나마 도성 내에 이런 사찰을 허락한 것만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조계사 대웅전은 지금공사중이어서 경내 분위기는 더욱 어수선하다.
수령이 500년으로 추정되는 이 백송은 대웅전과 공사장 가건물 사이에 끼여서 초라하고 안스럽게 보인다.
줄기의 반 이상은 이미 썩어서 고형물로 버텨 놓았고, 주위의 관리 상태도 영 시원찮아 보인다. 나무 앞에는 작은 불상이 놓여 있고, 또 그 앞에는 시주함도 놓여 있다.
조계사의 경내인 만큼 좀더 신경을 써서 관리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나무를 만나보고 뒤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