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울타리로 무슨 나무가 좋은지를 물어볼 때 탱자나무를 추천하는 사람은 대개 고향이 남쪽 지방인 사람들이다. 그리고 탱자나무에 얽힌 추억담 한 두 가지 정도는 들려준다.
탱자나무는 추위에 약하다. 내 고향만 해도 탱자나무를 보기는 힘들었다. 옆 마을의 어느 집에 탱자나무 울타리가 있었는데 가을에 달린 노란 탱자 열매가 겨우 기억나는 정도다.
며칠 전 강화도에 간 길에 갑곶돈대에 들러 천연기념물 78호인 이 탱자나무를 만났다. 이 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북쪽에서 자라는 탱자나무라고 한다. 수령이 400년 정도로 추산하는데 울타리로 본 키 작은 탱자나무만 연상하다가 만나서인지 이렇게 큰 탱자나무도 있나 싶게 거목이다.
물론 다른 나무가 400년이 되었다면 엄청나게 더 클테지만,극한 한계의 조건에서 긴 세월을 이겨내고 이만큼 버텨준 나무가 대단하게 생각되지 않을 수 없다. 눈을 들어 위를 보면 겨울인데도 초록빛이 나는 가시가 하늘을 가리고 있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집안으로 들어오려는 잡귀까지 탱자나무가 막아줄 것이라 기대했는가 보다.
안내문에 보면 강화도에 탱자나무를 심은 이유가 성벽 밑으로 적병의 침입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 중에서 이 탱자나무가 유일하게 지금까지 살아남은 나무인 셈이다. 거목 앞에서는 언제나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어려운 환경 조건에서도 긴 세월 생명의 꽃을 피우고 있는 이 나무를 보면 작은 시련에도 못 견뎌하며 불평만 늘어놓는 내 모습이 부끄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