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230

사기[3-1]

공자가 주나라에 가 머무를 때 노자에게 예(禮)를 묻자 노자는 대답했다. "당신이 말하는 사람들은 그 육신과 뼈가 이미 썩어 없어지고 오직 그들의 말만이 남아 있을 뿐이오. 또 군자는 때를 만나면 달려가지만, 때를 만나지 못하면 쑥처럼 이리저리 떠도는 모습이 되오. 내가 듣건대 훌륭한 상인은 물건을 깊숙이 숨겨 두어 텅 빈 것처럼 보이게 하고, 군자는 아름다운 덕을 지니고 있지만 모양새는 어리석은 것처럼 보인다고 하였소. 그대의 교만과 지나친 욕망, 위선적인 모습과 지나친 야심을 버리시오. 이러한 것들은 그대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소." 초나라 위왕(威王)은 장자가 현명하다는 말을 듣고 사신을 보내 후한 예물을 주고 재상으로 맞아들이려 했다. 그러나 장자는 웃으며 초나라 왕의 사신에게 말했다. ..

삶의나침반 2023.07.19

도토리 두 알 / 박노해

산길에서 주워든 도토리 두 알 한 알은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 한 알은 크고 윤나는 도토리 나는 손바닥의 도토리 두 알을 바라본다 너희도 필사적으로 경쟁했는가 내가 더 크고 더 빛나는 존재라고 땅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싸웠는가 진정 무엇이 더 중요한가 크고 윤나는 도토리가 되는 것은 청설모나 멧돼지에게나 중요한 일 삶에서 훨씬 더 중요한 건 참나무가 되는 것 나는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를 멀리 빈숲으로 힘껏 던져주었다 울지 마라, 너는 묻혀서 참나무가 되리니 - 도토리 두 알 / 박노해 분별하고 비교하는 것은 인간의 일일 뿐, 잘난 도토리 못난 도토리가 어디 있겠는가. 땅에 떨어져서 청설모의 먹이가 되든, 어찌해서 참나무로 자라든, 도토리는 각자의 몫을 한 것뿐 거기에 우열은 없다. 들에 핀 꽃이나..

시읽는기쁨 2021.08.30

쥐 / 요사노 아키코

나의 집 천장에 쥐가 사느니라. 빠작빠작 소리남은 끌 잡고 상을 새기는 사람 밤에도 자지 않음과 같으니라. 또 그의 아내와 춤을 추면서 빙 돌아가는 울림은 경마가 달리는 모습. 내 글 쓰는 종이 위에 천장 위 모래며 먼지들 펄펄 날려옴도 그들이 어찌 알 것인가? 그러나 나는 생각하느니 나는 쥐들과 함께 살고 있노라. 그들에게 먹을 것이 있으랴. 천장에 구멍이라도 뚫어서 때때로 나를 엿보라. - 쥐 / 요사노 아키코 이웃간에 층간 소음으로 인한 다툼이 가끔 뉴스에 나온다. 며칠 전에는 윗집 현관문에 인분을 뿌린 사건이 있었다. 댓글에는 누리꾼의 설왕설래가 무성했다. 나 역시 오랫동안 층간 소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행히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한 중재로 윗집 사람을 만나고 나서 사정이 많이 좋아졌다. 층간..

시읽는기쁨 2020.12.03

소의 무심

지난달에는 긴 장마와 폭우로 비 피해가 컸다. 그때 떠내려간 소가 20일 만에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며칠 전에 있었다. 뒷산에서 소 울음소리가 들려 올라가 보니 멀리 합천에서 기르던 소였다고 한다. 어떤 소는 10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바다 가운데 무인도에서 찾아낸 소도 있었다. 소는 몸 구조상 부력이 커서 물에 잘 뜬다고 한다. 그리고 성질이 공격적이지 않아 물살에 순응하며 떠내려가기 때문에 오래 생존할 수 있는 반면, 말은 물살을 거슬려 오르려 발버둥치다가 힘이 빠져 빨리 죽는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제 성질을 못 이겨 수명을 재촉한다. 소의 생존 비결에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다. 어릴 때 시골에서는 집집마다 소를 한 마리씩 키웠다. 농기계가 없던 때라 농사를 짓기 위..

참살이의꿈 2020.09.03

그런 일이 있은 뒤

然後列子自以爲未始學而歸 三年不出 爲其妻찬 食豕如食人 於事無與親 雕琢復朴 塊然獨以其形立 紛而封哉 一以是終 "그런 일이 있은 뒤, 열자는 비로소 자기가 아직 참된 학문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깨닫고 집으로 돌아갔다. 3년 동안 밖에 나가지 않으며 아내를 위해 밥도 짓고, 돼지 기르기를 사람 먹이듯이 하며, 세상 일에 좋고 싫음이 없어졌다. 허식을 깎아 버리고 본래의 소박함으로 돌아가, 무심히 독립해 있으면서 갖가지 일이 일어나도 거기 얽매이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이와 같이 하여 일생을 마쳤다." '응제왕' 편에 나오는 구절로, 처음 를 읽었을 때 매우 감명을 받은 부분이다. 고상한 철학 이론이 아닌 구체적인 삶과 직결되는 내용이 좋았다. 열자에게는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결정적인 '그런 일'이 있었다. 그 일..

참살이의꿈 2017.01.21

임류의 자족

따뜻한 봄날에 백살이 다 된 임류라는 노인이 겨울에 입던 갖옷을 그대로 걸치고, 지난 가을에 떨어진 이삭을 밭이랑에서 주우며 노래를 부르다 걸어가다 하였다. 이것을 위나라로 가다가 벌판을 바라보던 공자가 보고는 뒤따라 오던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저 노인은 말을 걸어 볼 만한 사람인 것 같다. 누가 가서 말을 해 보겠느냐?" 말 잘 하는 자공이 자청하여 밭 언덕을 가로질러 노인에게 가서 측은하다는 듯 말을 걸었다. "이렇게 이삭을 주우며 노래를 부르시는데, 선생께서는 스스로의 삶에 대해 전혀 후회하신 적이 없으십니까?" 그러나 임류는 들은 척도 않고 발걸음을 옮기며 노래를 불렀다. 자공 또한 노인이 말을 할 때까지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노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하늘을 우러러 보며 말하였다 "내게 후회..

참살이의꿈 2013.04.29

잃어버린 것들 / 박노해

노래방이 생기고 나서 사람들은 방문을 벗어나면 노래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내비게이션이 나오고 나서 택시 기사들마저 모니터를 벗어나면 길눈이 어두워져 버렸다 컴퓨터가 나오고 나서 아이들은 귀 기울여 듣고 기억하고 가만히 얼굴을 마주 보는 법을 잃어버렸다 자동차 바퀴에 내 두 발로 걷는 능력을 내주고 대학 자격증에 스스로 배우는 능력을 내주고 의료 시스템에 내 몸 안의 치유 능력을 내주고 국가 권력에 내 삶의 자율 권력을 내주고 하나뿐인 삶으로 내몰리면서 나는 삶을 잃어버렸다 - 잃어버린 것들 / 박노해 천지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자공이 남쪽으로 초나라에서 유세를 마치고 진나라로 돌아가는 길에 한음을 지나게 되었다. 마침 한 장부가 밭두렁에서 일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물길을 내고 우물에 들어가..

시읽는기쁨 2013.04.27

장자[220]

장자는 반어로 선입견을 혼란케 하고 중언으로 고쳐 다시 참되게 하고 우언으로 뜻을 넓힌다. 홀로 천지와 더불어 정신을 왕래하여 함부로 만물을 분계하지 않고 시비를 따지지 않으며 속세와 더불어 거처한다. 그의 글은 비록 괴이하고 독특하지만 사물을 따르므로 생명을 해침이 없다. 비록 들쭉날쭉 허실이 있지만 그 기이한 해학이 볼만하다. 달리 가슴속에 꽉 찬 것을 다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위로는 조물주와 노닐고 아래로는 삶과 죽음을 뛰어넘고 시작과 끝이 없는 초월자를 벗하였던 것이다. 그것이 뿌리로 하는 것은 광대한 열림이요 깊고 텅 빈 마음의 자유로움이다. 그것이 종주로 삼은 것은 조화로 나아가 높은 곳에 도달하는 것이다. 비록 그렇지만 그가 조화에 조응하여 사물을 해명함은 그 조리가 미진하고 그 유래..

삶의나침반 2012.10.11

장자[219]

막막하여 형체가 없고 변화무상하니 죽음도 삶도 더불어 하고 천지의 아우름과 더불어 하고 신명의 운행과 더불어 한다. 망망한데 어디로 갈 것이며 순간인데 어디까지 갈까? 만물이 모두 그물인데 근원으로 돌아감만 못하리라! 笏漠無形變化無常 死與生與 天地竝與 神明往與 芒乎何之 忽乎何適 萬物畢羅 莫足以歸 - 天下 3 우주 만물의 근원을 도(道)라고 할 때, '홀막무형변화무상(笏漠無形變化無常)'은 장자학파에서 생각하는 도의 속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더 나아가 중국 사상을 관통하는 중심 단어가 '변화무상(變化無常)'이 아닌가 싶다. 서양에서는 영원불변하는 실재를 가정하고 그것을 탐색하는 작업이 철학의 기본 흐름이었다. 초기에 나타나는 원소설에서부터 이데아론에 이르기까지 불변하는 그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삶의나침반 2012.09.20

장자[218]

수컷을 알고 암컷을 지키면 천하의 계곡이 된다. 명예로움을 알고 오욕을 받아들이면 천하의 골짜기가 된다. 사람은 모두 앞서기를 취하는데 나만 홀로 뒤처지는 것을 취하니 이르기를 '천하의 오욕을 감수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모두 실을 취하는데 나만 홀로 허를 취하고 저장하기 않기에 오히려 남음이 있다. 독립 자족하고 여유 있으니 몸소 행함이 느리지만 어긋나지 않으며 인위가 없으며 교활한 지혜를 비웃는다. 사람들은 모두 복을 구하지만 나 홀로 온전함을 따르며 이르기를 '허물을 면했다'고 한다. 깊음을 뿌리로 삼고 검약을 벼리로 삼으며 이르기를 단단하면 부서지고 예리하면 무디어진다고 한다. 항상 사물에 관용하고 남을 깎아내리지 않으니 가히 지극하다 할 것이다. 知其雄守其雌爲天下谿 知其白守其辱 爲天下谷 人皆取先..

삶의나침반 2012.09.10

장자[217]

옛날 우임금이 홍수를 막기 위해 양쯔강과 황허를 다스려 사이와 구주를 통하게 했는데 명산이 삼백이요, 지천이 삼천이며 작은 것은 수도 없었다. 우임금은 손수 삼태기와 따비를 들고 천하의 하천을 뚫어 강하로 모이도록 했다. 정강이와 장딴지에 털이 다 닳았으며 소낙비에 목욕하고 사나운 바람에 빗질하며 만국을 안정시켰다. 위대한 성인이신 우임금도 이처럼 천하를 위해 육체노동을 하셨다. 昔者禹之湮洪水 決江河 而通四夷九洲也 名山三百支川三千 小者無數 禹親自操탁거 而九雜天下之川 비無발脛無毛 沐甚雨櫛疾風 置萬國 禹大聖也 而形勞天下也如此 - 天下 1 '천하'편은 중국 사상사를 소개하고 있다. 이 내용은 묵가에서 노동의 정당성으로 삼기 위해 인용하는 고사다. 이에 고무되어 후세의 묵가들은 털가죽과 칡베옷을 입고 밤낮으로 ..

삶의나침반 2012.08.31

장자[216]

장자가 장차 죽으려 하자 제자들이 후한 장례를 치르려 했다. 장자가 말했다. "나는 천지로 관곽을 삼고 일월로 구슬을 두르고 별들로 거울을 삼았고 만물로 제물을 삼았으니 이미 장례를 다 준비했거늘 어찌 부족하다 하며 무엇을 더하려 하느냐?" 제자가 말했다. "까마귀와 솔개가 선생을 뜯어 먹을까 염려됩니다." 장자가 말했다. "위에 있으면 까마귀와 솔개의 밥이 되고 아래에 있으면 땅강아지와 개미의 밥이 되어야 하거늘 이들에게서 빼앗아 저들에게 주려 하니 어찌 편벽됨이 아니겠느냐?" 莊子將死 弟子欲厚葬之 莊子曰 吾以天地爲棺槨 以日月爲連璧 星辰爲珠璣 萬物爲재送 吾葬具 豈不備邪 何以加此 弟子曰 吾恐烏鳶之食夫子也 莊子曰 在上爲烏鳶食 在下爲루蟻食 奪彼與此 何其偏也 - 列禦寇 6 생사를 초월한 장자의 스케일이 느껴지..

삶의나침반 2012.08.20

장자[215]

어떤 사람이 송왕을 알현하고 수레 열 대를 하사받았다. 그는 유치하게 이를 장자에게 자랑했다. 장자가 말했다. "황허 위에 가난한 사람이 살았는데 갈대로 발을 짜서 먹고살았다. 그 아들이 연못에 들어갔다가 천금을 구슬을 얻었다. 그 아비가 아들에게 일러 말했다. '돌을 주워다가 구슬을 부수어버려라! 이 천금의 구슬은 깊은 연못에 사는 검은 용의 턱 밑에 있었는데 네가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용이 잠잘 때 만난 때문이다. 만일 네가 용을 깨웠다면 너는 어찌 가루나마 남아 있겠느냐?' 지금 송나라의 깊음은 연못의 깊음으로는 당할 수 없고 송왕의 사나움은 용의 사나움으로도 당할 수 없다. 그대가 열 대의 수레를 얻은 것은 반드시 송왕이 잠들었을 때일 것이다. 만약 그대가 송왕을 깨웠다면 그대는 가루로 부서졌..

삶의나침반 2012.08.13

장자[214]

노나라 애공이 안합에게 물었다. "나는 공자를 나라의 동량으로 삼으려 하는데 그러면 나라가 나아지겠는가?" 안합이 말했다. "매우 위험합니다. 공자의 방술이란 깃털을 꾸미고 채색하는 것입니다. 그의 사업은 말씀을 화려하게 꾸미고 갈래로 나누는 것을 종지로 삼습니다. 천성을 잘라내는 것을 백성에게 본받도록 하고 받아들임은 마음이요, 주재함은 정신임을 알지도 믿지도 않습니다. 그런 그가 어찌 백성을 중하게 여기겠습니까? 공자는 그대의 벗이므로 제가 공자를 두둔한다면 그대를 오도함이 분명합니다. 실질을 떠나 백성을 거짓되게 가르치는 것은 백성을 돌보는 행위가 아닙니다. 후세를 위해 고려한다면 그를 채용하는 것을 그만두는 것이 좋습니다." 魯哀公問於安闔曰 吾以仲尼爲貞幹 國其有廖乎 曰殆哉급乎 仲尼方且飾羽而畵 從事..

삶의나침반 2012.08.11

장자[213]

송나라에 조상이란 자가 송왕을 위해 진나라에 사자로 갔다. 왕진을 가면 여러 대의 마차를 얻는데 진나라 왕에게 유세하고는 백 대의 마차를 더 얻었다. 송나라로 돌아와 장자를 만나서 말했다. "대저 선생처럼 궁벽한 마을의 좁은 골목에서 곤궁하게 신발을 깁고 마른 목덜미에 누렇게 뜬 얼굴을 하는 짓은 저로서는 잘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만승의 군주를 한 번 깨우쳐주고 백 대의 수레를 따르게 하는 것이 장기입니다." 장자가 말했다. "진나라 왕은 병이 나면 의사를 부르는데 종기를 째고 고름을 빠는 자는 마차 한 대를 얻을 수 있고 치질을 핥으면 다섯 대의 마차를 얻는다고 한다. 그리고 치료하는 곳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얻는 마차도 많아진다고 한다. 그대도 치질을 빨았는가? 어찌 얻는 마차가 많은가? 당장 ..

삶의나침반 2012.07.20

장자[212]

성인은 자연에 맡기는 것을 편안해하고 맡기지 못하면 불안해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연에 맡기지 않는 것을 편안해하고 자연에 맡기는 것을 불안해한다. 聖人安其所安 不安其所不安 衆人安其所不安 不安其所安 - 列禦寇 2 성인이 가는 길은 일반 사람들과 반대다. 사람들이 계단을 내려갈 때, 성인은 올라간다. 사람들이 "예스" 라고 할 때, 성인은 "노" 라고 한다. 사람들이 넓은 길을 갈 때, 성인은 좁은 길을 찾는다. 성인이란 편안한 자리를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이다. 반면에 사람들은 편안한 자리를 불안하게 느낀다. 그런 가치전도적 상황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장자는 이것을 '하늘에서 도망치려는 형벌'[遁天之刑]이라고 불렀다.사람들이 희희낙낙하는 것은 형벌임을 모르기 때문이다. 무지가 차라리 고맙다고 할까.

삶의나침반 2012.07.05

장자[211]

기술이 좋으면 수고롭고, 지혜로운 자는 근심이 많은 것이다. 능함이 없는 자는 구함도 없으니 배부르게 먹고 맘대로 노닌다. 물결 따라 떠가는 배처럼 묶이지 않고 비어 있는 것이 맘대로 노니는 자다. 巧者勞而知者憂 無能者無所求 飽食而敖遊 汎若不繫之舟 虛而敖遊者也 - 列禦寇 1 앞부분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열자가 제나라로 가다가 되돌아오던 중에 백혼무인을 만났다. "그대는 무슨 잘못된 일이 있어 되돌아왔는가?" "제게 놀랄 일이 있었습니다." "무슨 일로 놀랐는가?" "제가 열 집에서 음식을 사 먹었는데, 다섯 집에서는 돈도 받지 않고 대접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보고 존경하는 것을 접하고 열자는 도리어 두려워했다. 장사치들이 이렇게 하는데 나중에는천자가 정사를 맡기고 공적을 이루라고 ..

삶의나침반 2012.06.21

장자[210]

공자가 시무룩해서 물었다. "나의 참됨이란 무엇입니까?" 어부가 말했다. "나의 참됨은 정기가 신실함에 이르는 것이다. 정(精)하고 성(誠)하지 못하면 사람을 감동시킬 수 없다. 그러므로 억지로 곡을 하는 것은 비록 슬퍼한들 슬프지 않고 억지로 성내는 것은 비록 엄하게 한들 위엄이 서지 않고 억지로 친절한 것은 비록 미소를 지어도 화기애애하지 않다. 내 본성이 슬프면 소리가 없어도 슬프고 내 본성이 노하면 나타내지 않아도 위엄 있고 내 본성이 사랑하면 웃지 않아도 화합한다. 내 본성이 안에 있으면 신명이 밖으로 동하나니 이것을 고귀한 참된 나라고 하는 것이다." 孔子愁然曰 請問何謂眞 客曰 眞者精誠之至也 不精不誠不能動人 故强哭者雖悲不哀 强怒者雖嚴不威 强親者雖笑不和 眞悲無聲而哀 眞怒未發而威 眞親未笑而和 眞在..

삶의나침반 2012.06.14

장자[209]

자기 그림자가 두렵고 발자국이 싫어서 떨쳐버리려고 달리는 자가 있었다. 발을 들어 올리는 것이 더욱 잦아질수록 발자국은 더욱 많아지고 아무리 빨리 달려도 그림자는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아직도 느리다고 생각하여 더욱 빨리 달리며 쉬지 않았다. 드디어 힘이 빠져 결국 죽고 말았다. 그 사람은 그늘에 처하면 그림자도 쉬고 처함이 고요해지면 발자국도 그친다는 것을 알지 못한 것이다. 어리석음이 얼마나 심한 것인가? 人有畏影惡迹 而去之走者 擧足愈數 而迹愈多 走愈疾 而影不離身 自以爲尙遲 疾走不休 絶力而死 不知處陰以休影 處靜以息迹 愚亦甚矣 - 漁父 2 이 비유를 읽으며 문득 이상의 '오감도'가 떠올랐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

삶의나침반 2012.06.07

장자[208]

이른바 네가지 근심이란 큰일을 경륜한다고 큰소리치고 쉽고 평상적인 것을 변경하여 공명을 드러내려 하는 것을 '외람됨'이라 한다. 지혜를 믿고 일을 전단하며 남을 무시하고 자기만 이롭게 하는 것을 '탐욕'이라 한다. 잘못을 보고도 고치지 않고 충고를 듣고도 억지를 부리는 것을 '똥고집'이라 한다. 남이 자기에 동조하면 옳다 하고 제 뜻과 다르면 옳은 것도 그르다 한다. 이것을 '교만'이라 한다. 이것이 네 가지 근심이다. 이러한 팔자를 버리고 사환을 행하지 않아야 비로소 가르칠 수 있는 것이다. 所謂四患者 好經大事 變更易常以괘功名 謂之도 專知단事 侵人自用謂之貪 見過不更 聞諫愈心謂之흔 人同於己則可 不同於己雖善不善 謂之矜 此四患也 能去八疵無行四患 而始可敎已 - 漁父 1 이 편은 공자가 어부를 만나 도를 묻는 ..

삶의나침반 2012.05.30

장자[207]

왕이 말했다. "오늘 검사들로 하여금 그대 검의 날카로움을 시험하겠다." 장자가 말했다. "기다린 지 오랩니다." 왕이 물었다. "그대는 긴 칼과 짧은 칼 중 어느 것을 잡을 것인가?" 장자가 답했다. "신이 잡을 칼은 어느 것이든지 좋습니다. 그런데 신에게는 세 가지 검이 있는데 대왕께서 골라 쓰는 데로 따르겠습니다. 청컨대 먼저 세 가지 검에 대해 말하고 그다음에 시험하게 해주십시오." 왕이 말했다. "세 가지 검에 대해 듣고 싶구나!" 王曰 今日試使士敦劍 莊子曰 望之久矣 王曰 夫子所御杖長短何如 曰 臣之所奉皆可 然臣有三劍 唯王所用 請先言 而後試 王曰 願聞三劍 - 說劍 '설검' 편의 우화도 길고 산만하며 격이 낮다. 를 읽는 박력이 떨어진다. 칼을 찬 검사 복장의 장자가 왕 앞에서 유세하는 장면도 낯설..

삶의나침반 2012.05.20

장자[206]

고르게 나누면 복이 되고 남아돌면 해가 되는 것은 만물이 그렇지 않은 것이 없지만 재물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지금 부자가 귀는 좋은 음악을 듣고 입은 주지육림에 진력이 나고 사념에 감동하고 학업을 잊어버린다면 어지럽다 할 것이다. 날뛰는 기운대로 목구멍에 차도록 탐닉한다면 무거운 짐을 지고 산에 오르는 것과 같으리니 가히 고통스러운 일이라 할 것이다. 재물을 탐하여 우울증을 얻고 권력을 탐하여 갈증을 얻으며 거처가 편안하니 색을 탐닉하고 몸이 윤택할수록 속은 텅 빈 집이 된다면 가히 괴로운 일이라 할 것이다. 부자가 되려고 이(利)를 좇기만 한다면 가득 차서 담장에 갇힐 것이며 피할 줄 모르고 또 달리기를 그칠 줄 모른다면 가히 욕된 일이라 할 것이다. 재물이 쌓여 쓸데없는 것을 가슴에 품고 버리지 못..

삶의나침반 2012.05.11

장자[205]

무위하면 소인도 도리어 자연을 따르고 무위하면 군자도 자연의 이치를 따른다. 곧은 것이든 굽은 것이든 자연의 지극함을 살펴 사방을 눈앞에서 둘러보고 때와 더불어 소식영허하고 옳은 것이든 그른 것이든 원만함의 중심을 잡아 홀로 너의 뜻을 이루고 도와 더불어 배회하라! 너의 행동을 전단하지 말고 너의 뜻을 고집하지 말라! 장차 너의 할 바를 잃을 것이다. 부를 좇지 말고 너의 성공을 따르지 말라! 장차 너의 천성을 잃을 것이다. 無爲小人反殉於天 無爲君子從天之理 若枉若直相而天極 面觀四方與時消息 若是若非執而圓機 獨成而意與道徘徊 無轉而行無成而義 將失而所爲 無赴而富無殉而成 將棄而天 - 盜跖 2 '도척'편은 도척과 공자, 자장과 만구득, 무족과 지화의 대화로 되어 있다. 이 부분은 자장과 만구득의 대화 중 일부분이다..

삶의나침반 2012.05.03

장자[204]

그자는 노나라 협잡꾼 공구가 아니냐? 내 말을 그대로 전해라. 너는 함부로 문왕, 무왕을 팔며 거짓말을 지어내고 나뭇가지 같은 관을 쓰고 죽은 쇠가죽으로 띠를 두르고 번다한 요설을 꾸며 밭 갈지 않고 베 짜지 않으면서 호의호식한다. 혀와 입술을 놀려 제멋대로 옳고 그름을 만들어 천하의 임금을 홀리고 천하의 선비를 근본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고 그릇된 효제를 지어내어 요행으로 벼슬과 부귀를 노리는 자이니 너의 죄는 크고 지극히 막중하다. 빨리 돌아가라. 만약 그렇지 않으면 네 놈의 간을 내어 점심 반찬으로 먹으리라. 此夫魯國之巧僞人孔丘非邪 爲我告之 爾作言造語 妄稱文武 冠枝木之冠 帶死牛之脅 多辭繞說 不耕而食 不織而衣 搖脣鼓舌 擅生是非 以迷天下之主 使天下學士 不反其本 妄作孝悌 以僥幸於封侯富貴者也 子之罪大極重 ..

삶의나침반 2012.04.22

장자[203]

"우리가 들은 바로는 옛 선비들은 치세를 만나면 벼슬을 피하지 않고 난세를 만나면 구차한 삶을 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 천하가 어두워지고 주나라 덕은 쇠미하니 주나라에 병합되어 내 몸을 더럽히기보다는 속세를 피하여 내 행실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낫겠다." 그들은 북으로 수양산에 이르러 이윽고 굶어 죽었다. 백이숙제를 따르는 자는 부귀를 구차하게 얻을 수 있다 해도 반드시 취하지 않을 것이며 고고한 절의와 엄정한 행실로 자기 뜻을 홀로 즐거워하며 속세를 섬기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두 사람의 절조다. 吾聞古之士 遭治世不避其任 遭難世不爲苟存 今天下闇 周德衰 其竝乎周以塗吾身也 不如避之以潔吾行 二子北至於首陽之山 遂餓而死焉 若伯夷叔齊者 其於富貴也苟可得已 則必不賴 高節戾行 獨樂其志 不事於世 此二子之節也 - 讓王..

삶의나침반 2012.04.15

장자[202]

순임금이 천하를 북인 무택에게 선양하려 했다. 무택이 말했다. "그대의 사람됨은 이상하군! 밭도랑에서 살다가 요임금의 문하에서 노닐더니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 욕된 행동으로 나까지 더럽히려 하는구려! 나는 그대를 보는 것조차 수치스럽다네." 이 말을 남기고 청령의 연못에 투신자살했다. 舜以天下讓其友北人無澤 北人無澤曰 異哉后之爲人也 居於견畝之中 而遊堯之門 不若是而已 又欲以其辱行漫我 吾羞見之 因自投淸冷之淵 - 讓王 10 문맥으로 볼 때 순임금과 무택은 어릴 때부터 친구 사이였다. 순이 요임금의 뒤를 이어받기 전까지는 둘은 같은 길을 가던 도반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순이 임금이 되면서 둘의 길은 정반대로 갈라졌다. 무택은 틀림없이 현실 지향적인 순을 경멸했을 것이다. 자신에게 왕위를 물려주려는 친구의 말에 ..

삶의나침반 2012.04.08

장자[201]

공자가 진나라 채나라 사이에서 곤경에 처했을 때이레 동안 더운 음식을 먹지 못하고명아줏국에 쌀 한 톨 넣을 수 없어안색은 심히 고달픈데 방에서 거문고를 타며 노래했다.안회는 나물을 다듬고자로와 자공은 불평하며 말했다."선생은 두 번이나 노나라에서 축출됐고위나라에서는 발자국을 지우며 숨어야 했으며송나라에서는 나무를 베어 압사당할 뻔했고상나라 주나라에서는 곤경에 처했고진나라 채나라에서는 포위당했으니,선생을 죽이려는 자는 죄주지 못했고선생을 욕보여도 막을 수 없는데거문고를 타며 노래하는 것을 그치지 않으니군자의 염치없음이 이 같을 수 있는가?"안회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이를 공자에게 고했다."자로와 자공은 속이 좁은 사람이다.불러오너라! 내 타일러 주겠다."자로와 자공이 들어왔다.자로가 먼저 말했다."이와 ..

삶의나침반 2012.03.28

장자[200]

공자가 안회에게 일러 말했다. "회야! 집은 가난하고 비천하게 살면서 왜 벼슬하지 않느냐?" 안회가 답했다. "벼슬을 바라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성 밖에 오십 무의 밭이 있어 족히 죽을 먹을 수 있으며 성안에 십 무의 밭이 있어 족히 삼베옷을 입을 수 있습니다. 북과 거문고는 스스로 즐겁고 스승의 도를 배우니 스스로 즐겁습니다." 공자는 정색하며 얼굴빛을 바꾸고 말했다. "훌륭하구나! 너의 뜻이! 내 듣건대 만족할 줄 아는 자는 이익 때문에 스스로 묶이지 않고 스스로 깨달음이 있는 자는 이익을 잃어도 두렵지 않고 마음을 수양한 자는 벼슬이 없어도 부끄럽지 않다고 한다. 나는 이 말을 암송한지 오래였으나 지금 너를 통해 마음으로 터득하게 되었다. 이는 나의 복이다." 孔子謂顔回曰 回來 家貧居卑 胡不仕乎 顔..

삶의나침반 2012.03.23

장자[199]

원헌이 노나라에 살 때 한 칸의 움집 방에 생풀로 지붕을 이었고 쑥대로 엮은 문은 불안했고 뽕나무로 지도리를 삼았고 깨진 독으로 창문을 만든 방이 둘인데 헌 옷으로 막았다. 위에서는 비가 새고 아래는 습한데 바르게 앉아 비파를 타고 있었다. 자공은 큰 말을 타고 감색 바탕에 겉은 흰 줄이 있는 옷을 입고 수레가 다닐 수 없는 골목이라 걸어서 원헌을 찾아왔다. 원헌은 화산관을 쓰고 발뒤축이 없는 신발을 신고 명아주 지팡이를 짚고 문 앞에서 맞이했다. 자공이 물었다. "오! 선생은 어찌 병색이오?" 원헌이 응답해 말했다. "제가 듣기로는 재산이 없는 것을 가난이라 하고 배우고도 실천하지 않는 것을 병통이라 합니다. 지금 저는 가난할 뿐 병통이 아닙니다." 자공은 우물쭈물하면서 난감한 표정이었다. 원헌은 웃으..

삶의나침반 2012.03.16

장자[198]

왕은 사마자기에게 말했다. "설은 양 잡는 비천한 처지에 살지만 의를 진술함에 심히 고상하오. 사마께서 나를 위해 그에게 재상의 지위를 받도록 인도하시오!" 설이 말했다. "삼정의 지위가 양 도축업의 우두머리보다 높은 줄 알고 만종의 녹이 양 도축업의 이익보다 부한 것임을 잘 압니다. 그러나 제 어찌 작록을 먹음으로써 우리 왕이 잘못 베풀었다는 오명을 받게 하겠습니까? 저는 감당할 수 없으니 원컨대 도축장의 자리로 돌아가게 해 주십시오!" 끝내 그는 상을 받지 않았다. 王謂司馬子기曰 屠羊說居處卑賤 而陳義甚高 子기爲我延之 以三旌之位 屠羊說曰 夫三旌之位 吾知其貴於屠羊之肆也 萬種之祿 吾知其富於屠羊之利也 然豈可以食爵祿 而使吾君有妄施之名乎 說不敢當 願復反吾屠羊之肆 遂不受也 - 讓王 6 초나라 소왕(昭王)이 나라를..

삶의나침반 2012.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