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230

장자[197]

열자 선생은 궁색하여 용모에 굶주린 기색이 역력했다. 객이 이에 대해 정나라 재상 자양에게 간언을 했다. "열자는 모두가 도를 지닌 선비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가 군자의 나라에서 살면서 궁색하니 군자께서 도움을 주시지 않는다면 선비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할 것입니다." 자양은 이 말을 들은 즉시 관리에게 명하여 그에게 곡식을 보내주었다. 열자 선생은 사자를 접견하고 재배한 후 곡식을 사절했다. 사자가 떠나고 열자가 방에 들어오자 그의 처가 가슴을 치며 말했다. "첩이 듣기로는 도인의 처자는 다 편안하게 산답니다. 지금 우리는 굶주리는 처지에 마침 군주께서 과분하게도 선생에게 양식을 보내셨는데 선생은 이를 받지 않으시니 어찌 운명이 아니겠습니까?" 열자 선생은 웃으면서 처에게 일러 말했다. "군주는 ..

삶의나침반 2012.03.05

장자[196]

오늘날 세속의 군자들은 몸을 위한다면서 생명을 버리고 외물을 좇고 있으니 어찌 슬픈 일이 아닌가? 무릇 성인이 활동함에는 반드시 그 지향하는 목표와 행위의 수단을 살핀다. 여기 한 사람이 수나라의 구슬로 벼랑 위의 참새를 쏜다면 반드시 세상 사람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왜 그런가 하면 그 쓰는 비용은 무겁고 그 목적은 가볍기 때문이다. 더구나 생명은 어찌 수나라 구슬의 무거움 따위에 비교하겠는가? 今世俗之君子 多爲身 棄生以殉物 豈不悲哉 凡聖人之動作也 必察其所以之 與其所以爲 今且有人於此 以隨侯之珠 彈千인之雀 世必笑之 是何必 則其所用者重 其所要者重 夫生者 豈特隨侯之重哉 - 讓王 4 '수나라의 구슬'[隨侯之珠]은 수나라 임금이 뱀을 살려준 공으로 얻었다는 천하에서 가장 진기한 보물이다. 이 구슬을 참새를 잡..

삶의나침반 2012.02.24

장자[195]

월나라 사람들은 삼대에 걸쳐 그들의 군주를 죽였다. 왕자 수는 그것을 근심하다가 도피하여 단혈에 숨어버리니 월나라는 군주가 없게 되었다. 왕자를 찾았지만 알지 못하다가 단혈까지 가게 되었으나 왕자는 굴에서 나오려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풀을 베고 연기를 피워 그를 왕의 수레에 오르게 할 수 있었다. 왕자 수는 군주가 되기를 싫어한 것이 아니라 군주의 환난을 싫어한 것이다. 왕자 수는 나라를 위해 생명을 손상시키지 않을 자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월나라 사람들은 그를 군주로 삼고자 했던 것이다. 越人三世弑其君 王子搜患之 逃乎丹穴 而越國無君 求王子搜不得 從之丹穴 王子搜不肯出 越人薰之以艾 乘以王輿 王子搜非惡爲君也 惡爲君之患也 若王子搜者 可謂不以國傷生矣 此固越人之所欲得爲君也 - 讓王 3 춘추시대 때 개자추(..

삶의나침반 2012.02.03

장자[194]

태왕 단보가 빈에서 살 때 북적이 침입했다. 가죽과 비단을 바쳐 사대했으나 받지 않고 개와 말을 바쳐 사대했으나 받지 않고 주옥을 바쳐 사대했으나 받지 않았다. 북적이 요구하는 것은 땅이었다. 태왕이 말했다. "남의 형과 같이 살고자 그 동생을 죽이고 남의 부모와 함께 살고자 그 아들을 죽이는 짓은 나로서는 차마 할 수 없다. 그대들은 모두 그냥 머물러 살도록 노력해 보라. 내 백성이 되는 것과 북적의 백성이 되는 것이 무엇이 다르겠느냐? 내가 들은 바로는 기르는 수단 때문에 길러야 할 주체를 해치지 말라고 했다." 태왕이 지팡이를 짚고 빈을 떠나자 백성들이 줄지어 그를 따랐다. 그래서 기산 아래에 새로운 나라를 이루게 되었던 것이다. 태왕이야말로 생명을 존중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太王亶父居빈 ..

삶의나침반 2012.01.28

장자[193]

순임금은 천하를 선권에게 선양하려 했다. 선권은 말했다. "나는 우주의 중앙에 서 있다. 겨울에는 모피를 입고 여름에는 갈포를 입으며 봄에는 밭 갈고 씨 뿌리며 몸은 만족스럽게 노동을 하고 가을에는 추수하며 몸은 만족스럽게 휴식한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쉬며 천지에 소요하니, 마음과 뜻이 만족하거늘 내 어찌 천하를 다스리겠는가? 슬프다! 그대는 나의 이 행복을 알지 못하다니!" 선권은 천하를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예 속세를 떠나 버렸다.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그가 있는 곳을 아는 이가 없었다. 舜以天下讓善卷 善券 曰 余立於宇宙之中 冬日衣毛皮 夏日衣葛치 春耕種 形足以勞動 秋收斂 身足以休息 日出而作 日入而息 逍遙於天地之間 而心意自得 吾何以天下爲哉 悲夫 子之不知余也 遂不受 於是去 而入深山 莫知..

삶의나침반 2012.01.18

장자[192]

노자가 말했다. "너는 눈을 부릅뜨고 거만하니 너는 누구와 더불어 살겠느냐? 위대한 결백은 더러운 듯하고, 성대한 덕은 부족한 듯하다." 양자거는 움칠하며 얼굴빛을 바꾸고 말했다. "삼가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예전에는 숙객들이 그를 자기 가문의 대인처럼 맞이했으며 주인은 자리를 펴고, 처는 수건과 빗을 들고 숙객들은 자리를, 불 쬐던 자들은 화로를 양보했으나 이번에 돌아오자 숙객들이 그와 벗하고 자리를 다투었다. 老子曰 而휴휴우우 而誰與居 大白若辱 盛德若不足 陽子居?然變容曰 敬聞命矣 其往也 舍者迎將其家 公孰席 妻孰巾櫛 舍者避席 煬者避조 其反也 舍者與之 爭席矣 - 愚言 2 이 짧은 일화에서 장자의평등사상을 엿볼 수 있다. 양자거는 노자의 가르침을 받고 당장 삶으로 실천한다. 그는 높은 데를 버리고 낮은..

삶의나침반 2012.01.12

장자[191]

짐승들의 어리석은 말로 비유하는 우언이 열에 아홉이며 이미 잘 알려진 성인의 이름을 빌려 풍자하는 중언이 열에 일곱이다. 대화를 통해 무지를 폭로하는 치언은 새로운 해가 떠오르는듯 일신하여 자연의 분계를 조화하는 것이다. 寓言十九 重言十七 치言日出和以天倪 - 寓言 1 는 다른 고전과 달리 비유를 많이 사용한다.비유의 형식에는 우언, 중언, 치언이 있다. 에 나오는 이야기 대부분이 이런 비유라고 여기서 설명한다. '우언(寓言)'은 주로 짐승이나 사물, 또는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빌려 의미를 전하는 방식이다. 이솝 우화가 이에 해당한다. '중언(重言)'은 성인이나 위대한 사람의 입을 빌려 말하는 것이다. 에는 노자, 공자, 요와 순임금이 주로 나온다. '치언'은 대화를 통해 무지를 폭로하는 방법이다. ..

삶의나침반 2012.01.03

장자[190]

통발은 물고기를 잡는 수단이다. 고기를 잡으면 통발은 잊힌다. 덫은 토끼를 잡는 수단이다. 토끼를 잡으면 덫은 잊힌다. 말은 뜻을 전하기 위한 수단이다. 뜻을 전하면 말은 잊어버린다. 나는 어찌하면 이처럼 말을 잊어버린 사람을 만나 그와 더불어 말을 나눌 수 있을까? 筌者所以在魚 得魚而忘筌 蹄者所以在兎 得兎而忘蹄 言者所以在意 得意而忘言 吾安得夫忘言之人 而與之言哉 - 外物 8 살아가자면 통발이 필요하고, 덫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요한 건 물고기와 토끼를 잡는 일이지 통발이나 덫은 아니다. 맹목적으로 살다 보면 물고기나 토끼는 잊어버리고 통발과 덫에 집착하는어리석음에 빠진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쳐다보며 헤매인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바쁘기만 하다. 성탄절 아침이다. 내 고집과 미혹됨이 크다.

삶의나침반 2011.12.25

장자[189]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 "그대 말은 쓸모가 없다." 장자가 말했다. "그대가 무용을 안다니 비로소 유용을 더불어 말할 수 있겠네. 대저 지구는 넓고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지만 사람이 사용하는 것은 발자국을 용납할 정도뿐이네. 그렇다고 쓰지 않는 발자국 주변의 땅을 황천까지 굴착해 버리면 사람들이 오히려 유용하다 하겠는가?" 혜자가 말했다. "무용하다고 하겠지." 장자가 말했다. "그런즉 무용한 것도 유용한 것이 분명하다네." 惠子謂莊子曰 子言無用 莊子曰 知無用 而始可與言用矣 夫地非不廣且大也 人之所用容足耳 厠足而塾之 致黃泉 人尙有用乎 惠子曰 無用 莊子曰 然則 無用之爲用也亦明矣 - 外物 7 무용지용(無用之用)을 말함에 이만큼 적절한 비유가 있을까. 걸어가는데 필요 없다고 발자국이 닫는 부분만 남기고 파낸..

삶의나침반 2011.12.14

장자[188]

작은 지혜를 버리면 큰 지혜가 밝아지고 선을 버리면 저절로 선해진다. 영아가 나면서부터 훌륭한 선생이 없어도 능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말을 잘 하는 자와 같이 살기 때문이다. 去小知而大知明 去善而自善矣 영兒生無石師 而能言 與能言者處也 - 外物 6 앞부분에는 이런 예화가 나온다. 어느 날 송나라 원군의 꿈에 신령스런 거북이 한 마리가 나타나서 어부에게 잡혔다고 하소연했다. 원군이 어부를 불러 확인해 보니 사실이었다. 원군은 그 거북을 바치게 하고 거북을 죽여 거북점을 치게 했다. 거북은 창자가 도려내지고 몸은 일흔두 군데나 구멍이 뚫렸다. 거북은 능히 원군에게 현몽할 재주가 있었지만 창자가 도려내지는 환난은 피할 수 없었음을 장자는 한탄한다. '작은 지혜를 버리면 큰 지혜가 밝아지고, 선을 버리면 저절로 ..

삶의나침반 2011.12.09

장자[187]

무위로 돌아가면 근심하지 않고 무위를 행하면 거짓됨이 없을 것이다. 성인은 자연스런 마음으로 일을 일으키므로 매사에 성공한다. 어떤가? 인위의 짐을 싣고 평생 고통스러워할 것인가? 反無非傷也 動無非邪也 聖人躊躇以興事以每成功 奈何哉 其載焉終爾 - 外物 5 노자와 공자의 대화 중 한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공자를 폄하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는데 에는 가끔 이런 장면이 나온다. 공자와 대비시킴으로써 자기 학파의 우월성을 드러내기 위해 후대의 장자학파 사람들에 의해 쓰인 것으로 보인다. 를 읽을 때 이런 데를 만나면 껄끄럽다. 장자라면 이런 식의 유치한 형식은 취하지 않았으리라. 여기서는 '주저(躊躇)'에 주목한다. '성인주저(聖人躊躇)'라고 했다. '성인은 자연스러운 마음으로 일을 일으킨다'로 번역되어 있는데 '..

삶의나침반 2011.12.01

장자[186]

임공자가 커다란 낚싯바늘과 굵은 낚싯줄에 소 오십 마리를 미끼로 매달아 회계산에 앉아 동해에 낚싯대를 던져놓고 낚시를 했다. 날마다 낚시를 했으나 일 년이 되어도 물고기를 잡지 못했다. 이윽고 대어가 미끼를 물고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갑자기 솟구쳐 올라 지느러미를 치니 흰 파도가 산더미 같고 온 바다를 진동시키고 그 소리가 귀신 같아 천리가 두려움에 떨었다. 임공자는 이 물고기를 잡아 포를 떴는데 절강의 동쪽에서 창오의 북쪽까지 온 백성들이 배불리 먹고 남았다. 任公子爲大鉤巨緇 五十개以爲餌 준乎會稽 投竿東海 旦旦而釣 期年不得魚 已而大魚食之 牽巨鉤 함沒以下 驚楊而奮기 白波若山 海水震蕩 聲모鬼神 憚赫千里 任公子得若魚 離而석之 自제河以東 蒼梧以北 莫不厭若魚者 - 外物 4 가 문학작품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 부분이..

삶의나침반 2011.11.24

장자[185]

장자는 집이 가난했다. 어느 날 장자가 감하후에게 양식을 빌리려고 갔다. 감하후가 말했다. "좋소! 내 연말에 세금을 걷으면 삼백 금을 빌려주겠소. 이제 됐습니까?" 장자는 얼굴이 벌게지며 말했다. "내가 어제 여기로 오는 길에 나를 부르는 자가 있었소. 내가 뒤돌아보니 수레바퀴 웅덩이에 붕어가 있었소. 나는 물었소. '붕어야, 그대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붕어가 말했소. '나는 동해의 파도를 담당하는 신하라오. 그대는 물 한 바가지를 끼얹어 나를 살려주지 않겠소?' 그래서 내가 답했소. '좋소. 내가 곧 오나라와 월나라 왕에게 유세하러 가려는데 그때 양쯔강의 물을 서쪽으로 흐르게 하여 그대를 맞이하겠소. 이제 됐습니까?' 그러자 붕어는 얼굴이 벌개지며 나에게 말했소. '나는 나의 상도를 잃고 의지할 ..

삶의나침반 2011.11.09

장자[184]

마음이 천지 사이에 매달린 것처럼 어둡고 막히면 이해가 서로 갈리며 심한 불이 일어나 사람들의 화목을 태워버린다. 달빛은 본래 불빛을 이기지 못한다. 여기에서 무너짐으로써 도(道)는 내쫓긴다. 心若縣於天地之間 慰흔沈屯 利害相摩 生火甚多 衆人焚和 月固不勝火 於是乎有퇴然而道盡 - 外物 2 동양철학에서는 인간 본성이 이렇다 저렇다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인간은 어떤 결정된 존재가 아니라 하늘과 땅 사이에서 천지와 상호작용을 하며 우주만물과 조화를 이루어 나간다. 이 교류가 끊어질 때 인간은 도(道)를 상실하고 짐승의 단계로 추락하고 만다. 그러므로 항상 천명(天命)에 마음을 열어 막히고 어두워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인간은 자신을 도야함으로써 더 나은 존재로 향상될 수 있는 바탕이 있음을 여기서는 '달..

삶의나침반 2011.11.01

장자[183]

겉으로 드러나는 사물은 믿을 것이 못 된다. 外物不可必 - 外物 1 '외물불가필(外物不可必)', 장자 외물편은 이렇게 시작된다. 외물(外物)이란 나 이외의 사물이나 현상들이다. 나와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하는 모든 물질과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장자가 강조하는 외물은 명예나 부귀 등 인간이 집착하는 욕망의 대상을 말한다. 본문에서 '필(必)'은 '신(信)'으로 해석된다. 이어서 장자는 왜 외물이 믿을 것이 못 되는지 역사상의 인물들 예를 든다. 걸왕은 바른 말을 하던 용봉을 찢어 죽였고, 주왕은 비간의 몸에 일곱 개의 구멍을 내서 강물에 던졌고, 미친 척 하고 살던 기자마저 잡아죽였다. 간신 악래도 예외는 아니었다.부차에게 죽임을 당한 오운과 장홍도 마찬가지였다. 신하의 충성이 반드시 신뢰를..

삶의나침반 2011.10.17

장자[182]

소지가 물었다. “사방 육합에서 만물이 생기는 작용이 어째서 일어날까요?” 대공조가 답했다. “음양이 서로 비춰주고 덮어주고 바로잡아 주기 때문이다. 계절은 서로 갈마들고 서로 낳고 서로 죽인다. 욕심과 미움, 나아가고 물러남이 이로써 의탁하여 일어나고, 자웅이 쪼개지고 이로써 변함없이 보존되는 것이다. 안위가 서로 바뀌고 화복이 서로 낳고 완급이 서로 갈마들고 취산이 이루어지니 이로써 명칭과 실재가 회통할 수 있고 정기와 묘용이 뜻을 펴는 것이다. 질서를 따라 서로를 다스리고 운행을 의탁하여 서로를 사역하니 막히면 근본으로 돌아가고 끝나면 시작된다. 이것이 만물이 보존되는 현상이다.” 少知曰 四方之內 六合之裏 萬物之所生惡起 大公調曰 陰陽相照 相蓋相治 四時相代 相生相殺 欲惡去就 於是橋起 雌雄片合 於是庸有..

삶의나침반 2011.10.09

장자[181]

거백옥은 지난 육십 년 동안 육십 번 변했다. 미상불 시작은 옳다고 했으나 끝에는 버리면서 그르다고 한다. 지금 옳다고 하는 것을 오십구 년 후에는 그르다고 할는지 아무도 모른다. 만물은 모두 생명을 가지고 있으나 그 뿌리는 볼 수 없다. 출현한 것은 있는데 그 문을 볼 수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 지혜가 알고 있는 것을 존중할 뿐, 자기 지혜가 알지 못하는 것을 믿을 줄을 모른다. 그렇다면 지식이란 가히 큰 의혹이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거伯玉行年六十 而六十化 未嘗不始於是之 而卒黜之以非也 未知 今之所謂是之 非五十九年非也 萬物有乎生 而莫見其根 有乎出 而莫見其門 人皆尊其知之所知 而莫知恃其知之所不知 而後知可不謂大疑乎 - 則陽 5 거백옥은 군자의 삶을 산 모범적인 인물이다. 공자의 동시대 사람으로 공자도..

삶의나침반 2011.09.27

장자[180]

오! 그대여! 천하에는 피살자가 많은데 그대가 먼저 당했구려. 말끝마다 도둑질하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지만, 영욕으로 핍박하여 이런 병통이 생겨났고 재화가 한곳으로 모이니 이런 쟁투가 생겨났다. 지금은 사람을 몰아세워 병들게 하고 사람을 모아 싸우게 하고 사람의 몸을 곤궁하게 하여 한시도 쉬지 못하게 하니 이런 지경에 이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子乎子乎 天下有大재 子獨先離之 曰莫爲盜 莫爲殺人 榮辱立然後覩所病 貨財聚然後覩所爭 今立人之所病 聚人之所爭 困窮人之身 欲無至此得乎 - 則陽 4 백구(栢矩)가 천하를 돌아다니던 중 제나라에서 형벌을 받고 버려진 시체를 보았다. 당시의 시대상을 생각하면 이런 일은 흔했을 것이다. 그러나 백구는 시신 곁을 떠나지 못한다. 슬픔과 울분을 느낀다. 시체를 수습해 묻어주고 하늘..

삶의나침반 2011.09.19

장자[179]

옛날 내가 농사를 지을 때 밭을 얕게 갈았더니 그 결실도 역시 나에게 얕은 만큼 보답했다. 김매기를 풀 베듯 소홀히 했더니 결실도 나에게 소홀한 만큼 보답했다. 나는 이듬해에 농사법을 바꾸어 밭갈이를 깊이 하고 호미질을 자주 하였더니 벼가 번성하고 결실이 좋아 한 해 양식이 넉넉했다. 昔予爲禾 耕而로망之 則其實亦로망而報予 芸而滅裂之 則其實亦滅裂而報予 予來年變齊 深其耕 而熟우之 其禾繁而滋 予終年厭殖 - 則陽 3 마음을 밭에 비유하는 것은 동서고금이 따로 없는 것 같다. 성경에도 씨 뿌리는 사람을 비롯해 마음을 밭에 비유하는 예수의 말이 여러 군데 나온다. 선조들은 아예 ‘마음밭[心田]’이라고 불렀다. 게을러 밭을 얕게 갈면 결실도 그만큼 작다. 소홀히 하면 소홀히 보답하는 게 농사다. 마음 농사도 이와 다..

삶의나침반 2011.09.14

장자[178]

대진인이 물었다. “달팽이란 놈이 있는데 군주께서도 아시지요?” 혜왕이 답했다. “알지요.” “달팽이의 왼쪽 뿔에 나라가 있는데 촉씨라 하고 오른쪽 뿔에 있는 나라는 만씨라 부릅니다. 이들은 서로 땅을 다투며 수시로 전쟁을 하는데 전사자가 수만 명이라 합니다. 패배자를 쫓을 때는 십오 일 이후에나 돌아오기도 한답니다.“ 혜왕이 말했다. “오! 그것은 거짓말이겠지요!” 대진인이 말했다. “신은 군주를 위해서 사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군주께서는 사방 상하에 끝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혜왕이 말했다. “끝이 없지요.” 대진인이 말했다. “마음이란 무궁에 노닌다는 것을 안다면 이런 눈으로 걸어 도달할 수 있는 나라를 돌이켜보십시오. 있는 것도 같고 없는 것 같기도 할 것입니다.” 혜왕이 말했다. “글쎄요?..

삶의나침반 2011.08.30

장자[177]

옛 성인은 궁할 때는 가문 사람들에게 가난을 잊도록 하고, 영달할 때는 왕공들로 하여금 작록을 잊고 낮추도록 교화하며, 사물에 대해서는 더불어 편안하게 하고, 사람들에게는 원하는 물자를 유통시켜 자기를 보전케 했소. 그러므로 혹은 말없이 사람들을 화목하게 다독거리며 사람들과 벗하여 나란히 서 있지만 사람들을 교화시키오. 부자간에 마땅하면 다른 사람도 편안하게 될 것이니 한결같이 한가하게 그들을 풀어놓소. 故聖人 其窮也 使家人忘其貧 其達也 使王公忘其爵祿 而化卑 其於物也 與之爲娛矣 其於人也 樂物之通 而保己焉 故或不言 而飮人之和 與人竝立而使人化 父子之宜 彼其乎歸居 而一閒其所施 - 則陽 1 칙양(則陽)편이다. 다른 잡편과 마찬가지로처음에 나오는 단어로 편의 이름을 삼은 것이다. 칙양은 노나라 사람인데 물론 그가..

삶의나침반 2011.08.23

장자[176]

무릇 발로 갈 수 있는 땅은 밟을 수 있는 땅뿐이다. 비록 밟은 땅뿐이지만 밟지 않은 땅이 많다는 것을 믿으며 그런 연후에야 밟은 경험을 잘 넓힐 수 있다. 사람이 가진 지식은 적다. 비록 아는 것은 적지만 알지 못하는 것에 의뢰하면 자연이 말하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故足之於地也 踐 雖踐 恃其所不전 而後善搏也 人之於知也少 雖少恃其所不知 而後知天之所謂也 - 徐无鬼 14 걸어가는데 넓은 땅이 필요 없다고 발로 밟을 자리만 남기고 모두 없애면 어떻게 될까. 몇 걸음 옮기지도 못하고 넘어지고 말 것이다. 밟지 않는 넓은 땅이 있으므로 내가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이것이 실용적 관점과 다른 점이다. 세상은 오직 유용(有用)만 추구한다. 그러다 보니어지럽고 비틀거린다. 평화나 기쁨, 행복이 없다. 장자는 ..

삶의나침반 2011.08.12

장자[175]

나라를 망치고 백성을 죽이는 일이 그치지 않는데도 그것을 따져 물을 줄 모른다. 有亡國戮民無已 不知問是也 - 徐无鬼 13 에 숨어 있는 정신 중 하나가 '저항'이다. 전국시대라는 당시 상황에서 장자가 느꼈을 아픔과 절망이 얼마나 컸을까. 지배 체제나 기득권층에 대한 불신과 저항으로 연결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장자의 저항은 세상을 개혁하려는 또 다른 시도가 아니라 체제에 협조하고 동참하지 않으려는 보다 적극적인 저항이었다. 백성과 나라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수많은 학파와 이데올로기가 생겼지만 결국은 지배층에 이용 당하고 백성에게 고통만 더해주었다. 민중의 삶과는 전혀 동떨어진 것들임을 장자는 간파했다. 장자는 월왕 구천(句踐)과 대부 종(種)의 예를 든다. 구천이 싸움에져서 회계산에 숨어 있을 때 ..

삶의나침반 2011.08.04

장자[174]

이런 까닭에 신인(神人)은 사람이 몰려드는 것을 싫어하고 사람들이 몰려들어도 그들과 무리 짓지 않는다. 또한 무리 짓지 않으므로 이익을 얻지 못한다. 그러므로 너무 친애함이 없고 너무 소원함도 없으며 덕을 품고 화합으로 따뜻이 하며 천하를 따를 뿐이다. 이를 일러 진인(眞人)이라 한다. 개미가 양고기의 노린내를 좇은 지혜를 버리고 물고기가 뭍에서 서로 거품을 품어 적셔주는 꾀를 버리고 양이 노린내로 개미를 유혹하는 사심을 버리는 것처럼, 눈은 보이는 눈이 되고 귀는 들리는 귀가 되며 마음은 본성을 회복한 마음이 되는 것이다. 是以神人惡衆至 衆至則不比 不比則不利也 故無所甚親 無所甚疏 抱德煬和 以順天下 此謂眞人 於蟻棄知 於魚得計 於羊棄意 以目視目 以耳聽耳 以心復心 - 徐无鬼 12 ‘눈은 보이는 눈이 되고, ..

삶의나침반 2011.07.27

장자[173]

뼛골이 없는 아첨쟁이를 ‘난주’라고 부르고 남의 그늘에서 편안함을 구하는 자를 ‘유수’라고 부르고 수족이 굽어 몸이 괴로운 병신을 ‘권루’라고 부른다. 이른바 난주는 어느 한 선생에게 배운 말을 무조건 따르고 아첨하며 자기 학설로 삼고는 스스로 만족한다. 그들은 만물이 시작되기 전을 알지 못하므로 난주라 부른다. 유수는 돼지에 기생하는 이를 말한다. 성긴 돼지 털에 살며 이것을 고대광실이나 넓은 정원으로 생각하고 발굽 사이나 젖통 사이나 사타구니를 편안하고 편리한 거처로 생각할 뿐, 어느 날 아침 도살부가 와서 팔을 가로채 풀을 깔고 연기 불에 태우면 자기도 돼지와 함께 타 죽는다는 것을 모른다. 나아가든 물러가든 제 구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자들이니 이런 것들을 이른바 유수라고 부른다. 권루는 순임금과 ..

삶의나침반 2011.07.17

장자[172]

설결이 제자인 허유를 만나 물었다. “그대는 어디를 가는가?” 허유가 답했다. “요임금으로부터 도망치는 겁니다.” 설결이 물었다. “무슨 말인가?” 허유가 답했다. “지금 요임금은 인(仁)을 한다고 애쓰고 있는데 나는 그것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 것을 걱정한답니다. 후세는 그 때문에 사람과 사람이 서로 잡아먹게 될 것입니다.” 齧缺遇許由曰 子將奚之 曰 將逃堯 曰奚謂邪 曰 夫堯畜畜然仁 吾恐其爲天下笑 後世其人與人相食與 - 徐无鬼 10 경상초(庚桑楚)에 나왔던 내용이 다시 나온다. 후세에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 잡아먹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장자가 살았던 춘추전국 시대의 상황을 지금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보는 관점에 따라 좋았다 할 수도 있고, 나빴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잡아먹는 세상은 ..

삶의나침반 2011.07.10

장자[171]

남백자기는 아들 여덟을 앞에 세워놓고 구방인을 불러 말했다. “나를 위해 자식들의 관상을 보아주시오! 누가 상서롭소?” 구방인이 말했다. “곤이 상서롭습니다.” 남백자기는 의심스러운 듯 좌우를 둘러보고 기뻐하며 말했다. “어찌 그렇소?” 구방인이 말했다. “곤은 장차 군주와 더불어 밥을 같이 먹으면서 몸을 마칠 것입니다.” 이에 남백자기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말했다. “우리 자식이 왜 이런 악운에 이른단 말인가!” 子기有八子陳諸前 召九方인曰 爲我相吾子 孰爲祥 九方인曰 梱也爲祥 子기瞿然喜曰 奚若 曰 梱也將與國君同食 以終其身 子기索然出涕曰 吾子何爲以至於是極也 - 徐无鬼 9 초식성의 인간과 육식성의 인간이 있다. 식성만이 아니라 인간의 성품도 그렇게 나눌 수 있다. 아마 장자학파는 초식성의 극단에 위치하지 ..

삶의나침반 2011.07.03

장자[170]

바다는 모든 강물을 사양하지 않으므로 큰 것의 지극함이요, 성인은 천지를 아울러 감싸고 은택이 천하에 미치지만 그의 성씨를 모른다. 이런고로 살아서는 벼슬이 없고 죽어서는 명성이 없으며 열매를 취하지 않고 이름을 세우지 않는다. 이런 사람을 대인이라 말한다. 故海不辭東類大之至也 聖人幷包天地澤及天下 而不知其誰氏 是故生無爵死無諡 實不聚名不立 此之謂大人 - 徐无鬼 8 유가(儒家)에서는 이름과 명분을 중요시한다. 이념의 힘으로 질서 있고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자의 생애가 이를 극명히 보여준다. 유가에서 군자는 학식이나 덕행이 높은 사람이면서 동시에 높은 관직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름이나 명분은 목숨보다 소중했다. 도가(道家)에서는 이름을 부정한다. 도덕경의 첫머리가 ‘명가명비상명(名可名非..

삶의나침반 2011.06.26

장자[169]

오나라 왕은 강에 배를 띄우고 원숭이 산에 올랐다. 원숭이들은 그를 보고 순순히 포기하고 달아나 깊은 가시나무 숲으로 도망쳤다. 그중 한 마리가 거만하게 나뭇가지를 흔들고 집어던지며 왕에게 재주를 뽐냈다. 왕이 활을 쏘자 민첩하게 화살을 잡아버렸다. 왕이 명하자 몰이꾼들이 달려 나와 화살을 쏘았고 원숭이는 수많은 화살을 맞은 채 죽었다. 왕은 벗 안불의를 돌아보고 말했다. “이 원숭이는 제 재주를 자랑하고 제 민첩함을 믿고 나에게 오만했으므로 이처럼 죽임에 처해진 것이다. 경계하라! 오! 너는 인주에게 교만한 태도가 없도록 하라!” 안불의는 고향으로 낙향하여 동오를 스승으로 삼고 얼굴 표정을 없애버리고 풍악을 멀리하고 영달을 거절했다. 삼 년이 되자 나라님들이 그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吳王浮於江 登乎狙之..

삶의나침반 2011.06.19

장자[168]

관중이 병이 들자 환공이 문병을 와서 말했다. “중보의 병이 깊구려! 꺼리지 않을 수 없지만 말하겠소. 만약 병이 깊어지면 과인은 누구에게 나라를 맡겨야 합니까?“ 관중이 말했다. “공께서는 누구에게 물려주려 하십니까?” 환공이 답했다. “포숙아입니다.” 관중이 말했다. “불가합니다. 그는 사람됨이 깨끗하고 청렴하고 선한 선비입니다. 그는 자기만 못한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또한 남의 과오를 한번 들으면 종신토록 잊지 못합니다. 그에게 나라의 정치를 맡기면 위로는 군주에게 거스르며 아래로는 또 백성들과도 어긋날 것입니다. 끝내 그는 군주에게 죄를 받게 될 것이니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管仲有病 桓公問之曰 仲父之病 病矣 可不謂云 至於大病 則寡人惡乎屬國而可 管仲曰 公維欲與 公曰 鮑叔牙 曰 不可 其爲..

삶의나침반 2011.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