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74]

샌. 2011. 7. 27. 11:49

이런 까닭에 신인(神人)은 사람이 몰려드는 것을 싫어하고

사람들이 몰려들어도 그들과 무리 짓지 않는다.

또한 무리 짓지 않으므로 이익을 얻지 못한다.

그러므로 너무 친애함이 없고 너무 소원함도 없으며

덕을 품고 화합으로 따뜻이 하며 천하를 따를 뿐이다.

이를 일러 진인(眞人)이라 한다.

개미가 양고기의 노린내를 좇은 지혜를 버리고

물고기가 뭍에서 서로 거품을 품어 적셔주는 꾀를 버리고

양이 노린내로 개미를 유혹하는 사심을 버리는 것처럼,

눈은 보이는 눈이 되고

귀는 들리는 귀가 되며

마음은 본성을 회복한 마음이 되는 것이다.

 

是以神人惡衆至

衆至則不比

不比則不利也

故無所甚親 無所甚疏

抱德煬和 以順天下

此謂眞人

於蟻棄知

於魚得計

於羊棄意

以目視目

以耳聽耳

以心復心

 

    - 徐无鬼 12

 

‘눈은 보이는 눈이 되고, 귀는 들리는 귀가 되며, 마음은 본성을 회복한 마음이 되는 것이다.’ 이 한 구절로 충분하다. 눈이 있다고 제대로 보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있다고 제 본래의 마음이 아니다. 산을 산으로, 물을 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물을 물로 못 보고, 강을 강으로 못 보니 굴착기로 파헤치고 시멘트를 바르고 온갖 야바위 짓을 하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눈이 눈이 되고, 귀가 귀가 되고, 마음이 마음이 되자면 지혜와 꾀와 사심을 버려야 한다. 어린아이로 돌아가야 한다. 소아(小我)에 매여있는 한 하늘의 길에서 멀다. 무리 짓고 이익을 좇아 헤매는 게 인간 세상의 일이다. 그러자니 인위로 자연에 개입하려 한다. 옛 진인(眞人)에게 자연을 잃음은 곧 죽음이었다. 영예를 얻음도 죽음이었고, 오히려 영예를 잃음이 삶이었다. 신인(神人)은 세상의 논리와 정반대로 움직인다. 그것이 순리고 하늘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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