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71]

샌. 2011. 7. 3. 11:07

남백자기는 아들 여덟을 앞에 세워놓고

구방인을 불러 말했다.

“나를 위해 자식들의 관상을 보아주시오!

누가 상서롭소?”

구방인이 말했다.

“곤이 상서롭습니다.”

남백자기는 의심스러운 듯 좌우를 둘러보고 기뻐하며 말했다.

“어찌 그렇소?”

구방인이 말했다.

“곤은 장차 군주와 더불어 밥을 같이 먹으면서

몸을 마칠 것입니다.”

이에 남백자기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말했다.

“우리 자식이 왜 이런 악운에 이른단 말인가!”

 

子기有八子陳諸前

召九方인曰

爲我相吾子

孰爲祥

九方인曰

梱也爲祥

子기瞿然喜曰

奚若

梱也將與國君同食

以終其身

子기索然出涕曰

吾子何爲以至於是極也

 

    - 徐无鬼 9

 

초식성의 인간과 육식성의 인간이 있다. 식성만이 아니라 인간의 성품도 그렇게 나눌 수 있다. 아마 장자학파는 초식성의 극단에 위치하지 않을까 싶다. 나폴레옹이나 칭기즈칸 같은 이들은 그 반대편에 있으리라. 남백자기는 아들이 군주와 더불어 밥을 함께 먹으며 살 것이라는 말에 악운이라고 눈물을 흘렸다. 권력기피증도 이만하면 알아줄 만하다. 장자 역시 재상 자리를 맡아달라는 초나라 위왕의 초빙에 흙탕 속에서 자유롭게 꼬리를 치며 살아가는 물고기가 낫다고 거절했다.

 

초식성 인간은 온순하며 자기 성찰적이다. 소, 양, 염소를 닮았다. 그들은 자기 자신의 일을 하고, 자기 자신의 문제를 아는 재능이 있다. 반면에 육식성 인간은 투쟁적이고 공격적이며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이길 때 희열을 느낀다. 사자, 늑대, 하이에나다. 그들은 부귀, 명예, 권력을 향해 질주한다. 불행하게도 현실은 힘 있는 육식성 인간들이 지배하고 있다. TV나 신문에 얼굴을 내미는 대부분의 인간들이 그렇다. 그러나 세상이 좀 더 따스해지고 평화로워지기 위해서는 초식성 인간이 많아져야 하는 건 아닐까. 인류의 진보는 거기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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