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68]

샌. 2011. 6. 10. 19:08

관중이 병이 들자 환공이 문병을 와서 말했다.
“중보의 병이 깊구려!
꺼리지 않을 수 없지만 말하겠소.
만약 병이 깊어지면
과인은 누구에게 나라를 맡겨야 합니까?“
관중이 말했다.
“공께서는 누구에게 물려주려 하십니까?”
환공이 답했다. “포숙아입니다.”
관중이 말했다. “불가합니다.
그는 사람됨이 깨끗하고 청렴하고 선한 선비입니다.
그는 자기만 못한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또한 남의 과오를 한번 들으면 종신토록 잊지 못합니다.
그에게 나라의 정치를 맡기면
위로는 군주에게 거스르며
아래로는 또 백성들과도 어긋날 것입니다.
끝내 그는 군주에게 죄를 받게 될 것이니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管仲有病 桓公問之曰
仲父之病 病矣
可不謂云
至於大病
則寡人惡乎屬國而可
管仲曰
公維欲與
公曰 鮑叔牙
曰 不可
其爲人也 潔廉善士也
其於不己若者不比之
又一聞人之過 終身不忘
使之治國
上且鉤乎君
下且逆乎民
其得罪於君也
將不久矣

- 徐无鬼 6

여기 나오는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는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우정으로 유명한 두 사람이다. 죽을 목숨의 관중을 살려주고 재상으로 천거해 준 사람이 포숙아였다. 관중은 뒤에 이렇게 말했다. “나를 낳아주신 건 어버이이나, 나를 알아준 건 포숙아다.”[生我者父母 知我者鮑者也] 그런데 뒷날 관중은 여기서 보듯 자신의 후임으로 포숙아가 재상이 되는 걸 막는다. 성품이 너무 깨끗하고 청렴해 재상으로 모자란다는 것이다. 대신 관중이 추천한 사람은 습붕이었다. 겉으로만 보면 관포지교가 깨져버린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뒤에 제나라는 간신들이 득세하면서 권력투쟁이 일어나고 세력을 잃는다. 환공도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아마 관중은 이런 미래를 내다보고 친구였던 포숙아를 추천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자기만 못한 사람과는 어울리지도 않고, 남의 과오를 들으면 종신토록 잊지 못한다며 친구를 폄하하는 걸 보면 관중의 속뜻은 겉으로 말한 것과는 달랐을 게 틀림없다. 일시적인 권력과 명예의 길보다는 친구의 생명을 온전히 보전하는 게 더 우선이라고 관중은 판단했을 것으로 믿고 싶다. 깨끗하고 청렴하고 선한 선비가 현실 정치에서 자신의 뜻을 펴기가 어렵기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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