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65]

샌. 2011. 5. 19. 10:11

황제가 말했다.
“천하를 다스리는 일이
그대의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으나
청컨대 천하를 다스리는 일을 묻고 싶소.”
동자는 사양했으나
황제가 다시 묻자 입을 열었다.
“천하를 다스리는 일이
어찌 말 먹이는 일과 다르겠소?
역시 말을 해치는 일을 제거하는 일일 뿐이오.”
황제는 머리 조아려 재배하며 천사라 호칭하였다.
그리고 대외를 방문하려던 계획을 그만두고 되돌아왔다.

黃帝曰
夫爲天下者
則誠非吾子之事
雖然 請問爲天下
小童辭
皇帝又問 小童曰
夫爲天下者
亦奚以異乎牧馬者哉
亦去其害馬者而已矣
黃帝再拜계首
稱天師而退

- 徐无鬼 3

황제가 산신령인 대외를 만나려고 구자산으로 갈 때 길을 잃고 헤매다가 말을 모는 동자(童子)를 만난다. 길을 묻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범상치 않음을 알아본 황제가 어린 동자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묻는 내용이다. 동자의 대답은 단순명쾌하다. 말을 먹이는 일이나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나 원리는 같다. 말이나 백성을 해치는 일을 제거하는 일일 뿐이다. 여기서 해친다는 것은 자연스러움을 방해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말을 위한다고 고기를 먹이고 비단이불을 깔아주면 어떻게 되겠는가. 말은 그 본성에 맞게 키우는 것이 최상이다. 재갈을 풀고 푸른 초원에서 뛰놀게 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억지 인위를 부리지 않는 것이 선정이다. 무엇을 위한다는 것이 구속이고 괴롭힘이 되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그냥 그대로 두라. 황제는 동자를 천사(天師)라 호칭하고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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