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63]

샌. 2011. 4. 28. 08:26

당신은 월나라의 유랑객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까?
나라를 떠난 지 며칠이 지나자
아는 사람을 만나면 기뻤고
나라를 떠난 지 열흘 한 달이 지나자
나라에서 본 듯한 사람을 만나도 기뻤고
일 년이 되자
비슷한 사람을 만나도 기뻤다고 합니다.
이는 사람을 떠난 지가 오래일수록
사람을 그리워함이 깊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더구나 인적이 그리운 적막한 고장에 숨은 자가
명아주가 족제비를 막고 있는 길에서
외로이 공허 속을 걸어가는 처지라면
저벅저벅 사람의 발소리만 들어도 기쁠 것입니다.
하물며 그 옆에서
형제 친척들의 속삭임과 기침 소리가 들린다면야!

子不聞夫越之遊人乎
去國數日
見其所知而喜
去國旬月
見其所嘗見於國中者而喜
及其年也
見似人者而喜
不亦去人滋久
思人滋深乎
夫逃虛空者
려조柱乎생유之逕
랑位其空
聞人足音공然而喜矣
而況乎
昆弟親戚之경해其側者乎

- 徐无鬼 1

월나라의 유랑객은 멀리서 사람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기뻐한다. 더구나 형제 친척들의 목소리라면 어떻겠는가. 장자의 이 비유는 참된 가르침을 갈구하는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서무귀가 위나라 무후를 알현했는데 무후는 서무귀의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좋아했다. 그 말이 무위에 관한 가르침이었기 때문이다. 도에서 떠나면 도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깊어진다. 도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시, 서, 예, 악이나 육도삼략은 아무 의미가 없다. 말이 많을수록 더욱 외로워질 뿐이다. 낯선 외국에서 모국어를 들을 때의 기쁨처럼 진리를 전하는 소리는 우리를 환희로 뛰게 한다. 그러나 여상처럼 어떤 사람에게는 하찮게 들릴 수도 있다. 진리의 말씀은 들을 귀가 있는 사람에게만 들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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