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어지러움을 무찌르고
마음의 올가미를 풀어라.
덕의 얽매임을 벗고
도의 막힘을 뚫어라.
부와 귀, 출세와 위엄, 명성과 이익
이 여섯 가지는 의식을 어지럽게 하는 것이요,
용모와 행동거지, 색과 무늬, 기식氣息과 정의情意
이 여섯 가지는 마음을 묶는 것이다.
미움과 욕심, 기쁨과 성냄, 슬픔과 즐거움
이 여섯 가지는 덕성을 얽는 것이다.
물러남과 나아감, 거두어들임과 베풂, 지식과 재능
이 여섯 가지는 도를 막히게 하는 것이다.
이 네 종류의 여섯 가지가
흉중을 동요시키지 않으면 바르게 될 것이다.
바르면 고요하고, 고요하면 밝으며
밝으면 비고, 비면 인위가 없어
되지 않는 것이 없다.
徹志之勃
解心之繆
去德之累
達道之塞
富貴顯嚴名利
六者勃志也
容動色理氣意
六者繆心也
惡欲喜怒哀樂
六者累德也
去就取與知能
六者塞道也
此四六者
不탕胸中則正
正則靜 靜則明
明則虛 虛則無爲
而無不爲也
- 庚桑楚 10
불교의 팔정도(八正道)를 떠올리는 부분이다. 여기서는 의식을 어지럽히고 마음을 옭아매는 부정적 요소들을 지적하고 있지만 팔정도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장자는 위의 24 가지를 극복할 수 있을 때 바르게 된다고 말한다. 이는 팔정도의 내용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팔정도는 正見[올바른 견해], 正思[올바른 생각], 正語[올바른 말], 正業[올바른 행동], 正命[올바른 생활], 正精進[올바른 노력], 正念[올바른 기억], 正定[올바른 정신집중]을 말한다. 여기에서 제일 기본되는 것이 정견(正見)이다. 사물의 이치나 본질을 바르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중도(中道)의 길이다. 바르면 고요하고, 고요하면 밝으며, 밝으면 비고, 비면 무위에 이른다. 불교의 열반에 다름 아니다.
장자를 인생 수양서로 오해하면 안 된다. 장자는 깨달음의 철학이다. 기존의 가치관이나 견해를 180도 바꾸는 의식 혁명이다. 그래서 장자는 돈오(頓悟)를 강조하는 선불교에 가깝다. 무명(無明)에서의 벗어남이야말로 장자나 불교의 핵심이 아닐까. 그에 이르는 출발점이자 종착점이 결국은 정견(正見)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