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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천 산수유

야탑 모임에 가는 길에 탄천에 나가봤더니 산수유가 활짝 폈다. 역시 산수유는 봄의 전령사가 분명하다. 사람 세상이 시끄럽든 말든 봄은 온다. 인간이 하는 꼬라지를 보고 봄이 고개를 내젓는다면 어찌 하겠는가. 무심한 자연의 변화가 고맙기만 하다.  봄철 꽃나무를 찾는 단골 손님은 직박구리다. 직박구리는 사람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봄나들이를 즐긴다. 가까이서 이런 포즈를 취해주는 새는 드물다.

꽃들의향기 2025.03.20

경안천의 큰부리큰기러기

경안천습지생태공원에서 기러기를 가까이서 만났다. 기러기 중에서도 큰부리큰기러기로 매년 겨울이면 이곳으로 찾아오는 손님이다. 얘들은 시베리아에서 지내며 번식을 하고 월동을 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다.  기러기는 얼음이 얼지 않은 곳에 무리로 모여 수초 사이에서 열심히 먹이 활동을 하고 있었다. 내지르는 소리가 봄철 개구리 합창처럼 요란했다. 둘레에는 몇 마리가 고개를 빳빳이 들고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아마 보초병이 아닌가 싶다. 대부분의 새들이 그러하듯 기러기도 경계심이 크다.  얼음판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다른 무리가 있고,   심심한 하늘에 그림을 그려주기도 하고,  다른 쪽에는 고니와 함께 쇠오리들이 모여 있었다.   단톡방 세 군데에 오늘 찍은 기러기 사진을 올렸다. 사람마다 각각의 반응을 보..

사진속일상 2025.02.12

물닭을 지키는 고니

겨울 철새가 모이는 경안천에는 이들을 노리는 맹금류가 모여든다. 덩치가 큰 고니는 어찌할 수 없어도 물닭 같은 작은 새는 좋은 먹잇감이다. 어제 아침에 경안천에 나갔다는 흥미로운 광경을 봤다. 물닭을 호시탐탐 노리는 수리를 고니가 지키고 있는 모습이었다. 사진 왼쪽에 까만 작은 새가 물닭이다. 아직 새끼인 듯한데 어미는 보이지 않는다. 수리에게는 이만한 표적이 없다. 그런데 고니 세 마리가 물닭 옆을 둘러싸고 수리가 다가오지 못하게 지켜주는 것이었다. 수리는 한참을 어슬렁대다가 결국 포기하고 나무 위로 날아갔다.   연약한 생명을 지키려는 고니의 행동에 감동을 받았다. 종을 떠나서 약자를 보호하려는 의지가 본능적으로 작동되었던 것 같다. 수리가 떠나고 고니가 자리를 옮기자 물닭도 어미를 따르듯 고니 뒤를..

사진속일상 2025.02.07

파사성과 여강길 8코스

아침에 일어나니 겨울날 치고는 맑고 바람 없이 따스했다. 바깥나들이를 하자고 아내와  의기투합하여 불현듯 떠오른 장소가 파사성이었다. 그동안 수없이 지나치고 직접 오르지는 못한 성이었다. 파사성(婆娑城)은 여주시 대신면 파사산에 있는 삼국시대의 석성이다. 6세기 중엽 신라가 한강 유역으로 진출하면서 쌓은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의 성은 조선 시대에 다시 쌓은 것이며 성의 둘레는 1,800m이고 성벽의 최대 높이는 6.5m로 규모가 큰 편이다. 성 안에서는 백제, 신라, 고려, 조선 등 여러 시기의 건물터가 확인된다. 파사산은 해발 230m로 야트막하지만 산성에 오르는 길은 꽤나 가팔랐다.  파사성에 서면 남한강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사방이 뚫려 있어 경치가 좋다.   여강길 8코스 파사성길이 이곳을 지..

사진속일상 2025.01.25

두루미를 보다가 / 유안진

하늘에 사는 이가잠깐 땅에 내려서는 것도미안하게 여겨외다리 맨발 한쪽만 딛고 서는저 겸손과 염치 있음에가슴 뜨끔해져있는가 아직도 용서 받을 여지가 - 두루미를 보다가 / 유안진  지난주에 철원에 가서 두루미를 봤다. 논에 산재해서 먹이를 먹고 있는 많은 두루미 가족을 보았다. 두루미 탐조대에서는 수백 마리가 모여 있는 장관이 펼쳐졌다. 두루미와 만났으니 올 겨울도 가득 찬 셈이다. 두루미를 보면서 인간이 어떤 경지에 올라야 그들처럼 우아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꾸미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그런 것이었다. 시인은 겸손과 염치를 떠올리며 가슴 뜨끔해졌다고 말한다. 그리고 용서 받을 여지가 있을지를 묻는다. 정작 용서를 빌어야 할 놈은 철면피를 한 채 큰소리를 떵떵 치는 세상이다. 인간으로 산다는 게 부끄럽고 ..

시읽는기쁨 2025.01.22

두루미를 보고 물윗길을 걷다

철원에 가서 두루미를 보고 물윗길을 걸었다. 새로 개통한 세종포천고속도로를 이용하니 오가는 길이 수월했다. 추위가 가시고 낮 기온이 영상으로 오른 따스한 날이었다. 아내와 함께 했다. 두루미를 손쉽게 볼 수 있는 곳은 동송읍 이길리에 있는 두리미 탐조대다. 주기적으로 먹이를 뿌려주기 때문에 두루미가 많이 몰려온다. 재두루미가 90%가량 되고, 적은 숫자의 두루미가 섞여 있다. 기러기와 고니도 있다.   이동하는 길 주변의 논에도 서너 마리씩 모여 있는 두리미 가족이 자주 눈에 띄었다. 올해만큼 두루미를 많이 본 적도 없었다. 행복한 날이었다.   오후에는 물윗길을 걸었다. 철원 물윗길 얼음 트레킹은 순담계곡에서 직탕폭포까지 한탄강을 따라가며 걷는 8.5km를 걷는 길이다. 고석정, 승일교, 내대양수장, ..

사진속일상 2025.01.18

날아라 고니

경안천이 대부분 얼음으로 덮였다. 일부 얼지 않은 곳에는 고니와 기러기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동장군에 맞서 물을 지켜내려고 진을 치고 있는 병사들 같다. 다행히 당분간은 강추위 예보가 없다. 새들이 놀 수 있는 터전이 이만큼이라도 계속 보존되면 좋겠다.  얘들은 한낮에는 잘 움직이지 않는다. 휴식시간인 것 같다. 그래도 기다리다 보면 운 좋게 하늘로 날아오르는 고니를 볼 수 있다. 솟구쳐오르는 힘찬 날갯짓에 내 심장이 마구 뛴다. 유유히 비행하는 우아한 자태를 넋을 빼앗기고 바라본다.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근처에는 맹금류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아 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사냥할 생각이 가득한 듯하나 무리지어 있으니 공격할 엄두가 안 나는가 보다. 천변을 걷다 보면 새털이 무더기로 흩어져..

사진속일상 2025.01.14

고향에 다녀오다(12/16~19)

고향에 내려가서 어머니를 뵙고 왔다. 겨울로 들어선 계절이 고향집의 안팎 풍경을 스산하게 했다. 집에 있었던 3박4일 동안 두문불출하고 방 안에서 어머니하고만 지냈다. 고향에 내려가면 게으른 몸이 더 게을러져 나무늘보가 된다.   감사하게도 어머니는 무탈하게 잘 지내시는 편이다. 지남력도 떨어지지 않았다. 다만 외로움을 많이 타신다. 90대 중반이니 친구들이 대부분 떠나고 이제는 말상대가 거의 없다. 장수한다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 몫인 것 같다.   어머니의 조각그림 맞추기 속도는 나보다 낫다. 시력, 청력도 젊을 때와 같다. 허리가 아픈 걸 빼면 신체에 다른 이상도 없다. 그럼에도 고령의 연세로 혼자 지내시기 때문에 자식 입장에서는 늘 걱정이며 불안 요소다. 언젠가 지인에게 이런 심정을 하소연..

사진속일상 2024.12.20

종달새의 하루 / 윤석중

하늘에서 굽어보면 보리밭이 좋아 보여 종달새가 쏜살같이 내려옵니다. 밭에서 쳐다보면 저 하늘이 좋아 보여 다시 또 쏜살같이 솟구칩니다. 비비배배거리며 오르락내리락, 오르락내리락하다 하루 해가 집니다. - 종달새의 하루 / 윤석중 소년 시절에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자면 벌판을 지나야 했다. 가운데에 둑방이 있었는데 왼쪽으로는 하천 언저리의 터가 넓었고, 오른쪽으로는 논과 밭, 과수원이 있었다. 우리는 둑방 위로 날 길을 따라 학교를 오갔다. 봄날이면 벌판에 아지랑이가 피어나고, 하늘에서는 종달새가 우짖으며 바삐 날아다녔다. 아지랑이와 종달새 노랫소리로 아련하게 떠오르는 내 어릴 적 봄 풍경이다. 하지만 종달새를 가까이 볼 수는 없었다. 멀리 작은 점으로 하늘에 떠 있거나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모습으로만 ..

시읽는기쁨 2024.04.20

아내와 경안천을 걷다

아내와 오포 쪽 경안천을 걸었다. 이쪽에는 혹시 고니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금년 2월에는 희한하게도 경안천에서 고니를 볼 수 없다. 무슨 연유로 경안천을 외면하는지 모르지만 아예 마음을 닫은 건 아닌지 걱정이다. 고니도 이제 북쪽으로 이동할 때가 되었다. 연말이 되어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니 서운하기 그지없다. 고니 없는 겨울 경안천은 썰렁했다. 경안천의 터줏대감인 백로와 흰뺨검둥오리는 걷는 동안 그나마 심심찮게 만난다. 항시 볼 수 있으니 그러려니 하지만 너희들도 귀한 존재들이 아니냐. 경제적이나 심리적으로 우리가 평가하는 사물의 가치는 희소성에 의해 결정된다. 베란다에 있는 제라늄은 사시사철 꽃을 피우는 까닭에 이제는 시선을 끌지 못한다. 있는 둥 없는 둥이다. 만약 일 년에 단 하루만 꽃을 피..

사진속일상 2024.02.29

고니 없는 경안천

'가는 날이 장날'이란 말이 이런 경우이리라. 서울에서 옛 동료 두 분이 고니를 보러 내려왔는데 허탕을 치고 말았다. 그저께만 해도 볼 만했는데 하루 사이에 깜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어제 큰 소음이 나는 작업을 한 탓에 고니가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는 설명이다. 두 분에게는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고니 없는 경안천 풍경이 쓸쓸했다. 대신 물에 잠긴 관목 뒤에서 노는 원앙 가족을 봤다. 경안천습지생태공원에서 원앙을 본 건 처음이었다. 손 형이 찍어준 사진 - 내 뒷모습은 그런대로 날씬하지 않은가. 초록색 조끼를 입은 여인들은 공원을 순찰하며 자원봉사를 하시는 분이다. 공원 안의 생태에 대해 물어보면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다. 전에 이분들 덕분에 공원에서 서식하는 황금개구리를 보기도 했다. 고니를 ..

사진속일상 2024.02.05

고니를 보다

미세먼지가 사라진 착한 날이었다. 경안천으로 고니를 보러 나갔다. 얼음이 녹고 있는 경안천은 봄이 오는 듯 포근했고, 유유히 떠 있는 하얀 고니들이 강 풍경을 화룡점정으로 꾸미고 있었다. 기우뚱거리며 얼음 위를 걷는 고니의 몸짓도 재미있었다. 서울에서 모임이 있었지만 나가지를 않았다. 버스와 지하철로 왕복 네댓 시간이 걸리는 이동 시간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다 나이 탓일 게다. 반면에 고니는 룰룰랄라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러 간다. 겨울 고니는 나에게 고맙고 기특한 존재다. 별자리 중에 백조자리가 있다. 바람기 많은 제우스 신은 인간 여인을 유혹할 때 동물의 모습으로 변신을 했다. 제우스가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를 유혹하기 위해 변신한 것이 백조(고니)였다. 그들 둘 사이에서 난 자식이 쌍둥이자리의 카스..

사진속일상 2024.02.03

흐린 겨울 하늘

연말연시 내내 흐린 하늘이다. 올해의 새해 첫날 일출도 영 시원찮았던 모양이다. 이왕이면 멋진 해돋이와 함께 한 해를 시작하면 좋으련만, 겨울 하늘은 심술을 부리는 듯 잔뜩 찌푸려 있다. 나라 안팎 사정도 이런 날씨를 닮아가는 게 아닌가 싶다. 이미 정치,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짙은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는 게 보인다. 2024년은 여느 연초와 달리 기대보다는 걱정과 우려로 시작하는 해다. 운동화를 챙겨 신고 경안천에 나갔다. 겨울이 되면 아무래도 몸을 덜 움직이니 운동 부족이 되기 십상이다. 걷기 위해 밖에 나가는 것이 몇 주 만인지 모르겠다. 다행히 날씨는 누긋하다. 구름이 감싸주는 탓인지 요사이는 밤에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다. 짙은 구름 사이로 잠깐 해가 보이는 순간이 있었다. 경안천에는 사시사철..

사진속일상 2024.01.02

평화로운 백조의 호수

지난 한파에 경안천이 얼었다. 다행히 일부 얼지 않은 데가 있어 고니와 기러기가 모여 노니는 운동장이 되었다. 백조(고니)의 호수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들으며 오늘 찍은 사진을 정리한다. 경안천의 새들은 백과 흑이 조화를 이루며 평화롭게 살아간다. 고니는 고니대로, 기러기는 기러기대로, 함께 있되 서로 간섭하지 않으며, 내 땅이니 나가라고 폭력을 쓰지도 않는다. 낮 동안에는 대부분이 쉬거나 유유히 헤엄 치며 보낸다. 여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부럽다. 인간도 새처럼 가볍게 살 수는 없는지, 잠깐만이라도 너희와 동류가 되어 덕지덕지 쌓인 인간의 때를 벗어버리고 싶구나.

사진속일상 2023.12.27

경안천 고니(2023/12/18)

아침 기온이 영하 13도까지 떨어졌다. 오전에 경안천에 나갔을 때도 영하 10도 안팎을 오르내렸다. 강추위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이번 주 내내 동장군의 위세가 거셀 전망이다. 경안천은 가장자리에서부터 얼기 시작하고 있다. 고니와 기러기들은 몸을 움츠린 채 정지 상태다. 소리를 지르며 동료들과 장난치는 녀석들도 일부 있다. 시베리아에서 내려왔으니 이 정도 추위는 아무렇지 않을 것이다. 고니와 기러기가 함께 어울려 지내는 모습이 평화로웠다. 얘들은 자기들 영역을 지키느라 싸우지 않는다. 또한 먹이를 가지고도 다투지 않는다. 날개를 펴면 다 내 하늘 내 땅인데 더 챙길 게 뭐가 있겠는가. 많이 소유하면 오히려 부담스럽다. 높이 날 수가 없다. 새들을 보면서 마태오복음의 한 구절을 떠올린다. "하늘의 새들을..

사진속일상 2023.12.18

겨울비에 젖는 경안천

어제부터 겨울비가 내린다. 밤에 잠을 깼더니 양철 환기통으로 조잘거리며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가 정겨웠다. 한밤에도 눈이 아니라 비가 내리는 겨울이다. 하지만 이도 잠시일 뿐, 오늘 저녁부터는 기온이 떨어지고 밤에는 눈으로 변한다는 예보다. 경안천 둑에 서니 강변 풍경이 희뿌옇게 젖어 있다. 사선으로 긋는 빗줄기는 바지 아랫부분을 축축하게 적신다. 경안천에 나온 것은 고니가 얼마큼 와 있는지 궁금해서였다. 고니는 군데군데 무리를 지어 상당한 숫자가 모여 있었다. 둑 위에는 늘 고니를 찍으려는 사진사들이 많은데 오늘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경안천 주변 도로를 따라 한 시간 정도 우중 드라이브를 즐겼다. 빗줄기를 헤치며 앞으로 달려나가는 기분은 드라이브의 백미다. 음악도 끄고 하늘에서 내려와 대지와 차체..

사진속일상 2023.12.15

경안천 억새와 올해 첫 고니

이맘때 경안천은 하얀 억새밭으로 바뀐다. 매년 그 넓이가 확장되어 천을 따라 수 km에 걸쳐 뻗어 있다. 혼자 보기에는 아까운 풍경이다. 여기는 대부분이 억새이고 일부 갈대가 섞여 있다. 역광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억새를 보며 가을의 정취에 빠져든다. 억새는 살을 베이는 소리를 내며 가을바람에 흔들린다. 겉은 눈부시게 보일지라도 이면에는 어느 생명이나 속울음이 있는 것이다. 배낭을 맨 외국인 한 쌍이 옆을 지나간다. 여자가 짧게 뭐라고 말하니까 남자가 팔로 어깨를 감싸준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바람이 차다고 했을지 모른다. 사람의 온기가 자꾸 그리워질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 첫 고니 가족을 만났다. 색깔로 보아 부모에 자식 넷으로 보인다. 이 가족을 뒤따라 많은 고니가 우리 땅에 찾아올 것이다. 내..

사진속일상 2023.11.11

뒷산의 오색딱다구리

뒷산에서 자주 만나는 새는 오색딱다구리다. 뒷산에 오색딱다구리가 특별히 많이 서식해서라기보다는 다른 새에 비해 눈에 잘 띄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다. 우선, 오색딱다구리는 몸집이 크다. 다음으로는, 내는 소리가 분명해서 쉽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준다. 오색딱다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는 온 산을 울릴 정도로 크다. 또, 오색딱다구리는 사람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자기 할 일만 집중한다. 어제 뒷산에 들었다가 여러 차례 오색딱다구리를 만났다. 이번에는 오색딱다구리 여러 마리가 몰려다니며 소리를 지르고 장난(?)을 치는 모습을 봤다. 드문 광경이었다. 사전에는 '딱따구리'가 표준어로 나와 있지만, 학술 서적이나 새 도감에는 '딱다구리'라고 주로 쓴다. 사전과 상용어가 일치하지 ..

사진속일상 2023.09.24

제비가 돌아온 날

어머니를 뵈러 고향에 다녀왔다. 내려가는 길에 단양 사인암에 들렀다가 고속도로 대신 국도를 타고 죽령을 넘었다. 봄 색깔로 물든 산야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서였다. 군데군데 차를 멈추었다. 우리 지방에서는 벚꽃이 이미 졌는데 남쪽으로 갈수록 벚꽃이 일부 남아 있어 신기했다. 올해 날씨는 꽃이 피는 순서도 그렇고 뭔가 뒤죽박죽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며칠 더 일찍 왔다면 어머니와 벚꽃 나들이도 가능했을 것 같았다. 다음 날은 어머니와 밭에 나가 고사리를 꺾고 산소를 정리했다. 작년 같았으면 밭 전체에 농사 지을 준비가 되어 있었을 터인데 올해는 힘이 부치시다면서 일부만 손을 보셨다. "딴 소리 말거라, 일 하고 싶어도 못 할 때가 온다"라고 늘상 말씀하셨는데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산소에 난 잡초를..

사진속일상 2023.04.13

동네에서 만난 새

일본 사람이 쓴 탐조 안내서다. 일본은 이웃 나라여서 살아가는 새들이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도감을 봐도 서식지가 겹치는 부분이 많다. 지은이인 이치니치 잇슈는 필명으로 '하루 한 종(一日一種)'이라는 뜻이 재미있다. 는 일상에서 새를 보며 느끼게 되는 궁금증을 풀어준다. 깔끔한 그림과 함께 쉽게 설명하고 있어서 초등학생이 보기에도 적당하다. 새를 보는 이유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새들의 동작이나 습성을 관찰하다 보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동네를 거닐다 만나는 새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새들의 노랫소리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새들의 지저귐은 구애의 목적 외에도 영역 선언이나 적의 접근을 알리는 경고음도 다양하다. 새소리는 번식기의 지저귐과 평소에 내는 울음소리로 나눈다. 번식..

읽고본느낌 2023.04.07

새와 사람

지은이인 최종수 선생은 생태사진가로 새 사진 촬영만 아니라 새와 사람이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활동을 하는 분이다. 이 책은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새 이야기와 새들과 친해지는 구체적인 방법을 다루고 있다. 새들과 친해지기 위해 마당이 있는 집이라면 새들의 정원을 만들어보라고 권한다. 실제로 지은이가 만든 정원에 찾아오는 새들을 관찰한 기록이 책에 실려 있다. 넓을 필요가 없이 작은 버드 피딩이라도 괜찮다. 특히 겨울철에는 먹이를 제공함으로써 새들과 가까워질 수 있다. 만약 내가 정원이 있는 집에 산다면 꼭 해 보고 싶은 것이 버드 피딩이다. 선생은 전문 사진작가이니만치 에는 멋진 새 사진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500여 종의 새를 관찰할 수 있다는데 내가 직접 눈..

읽고본느낌 2023.03.16

2023년 첫 등산(검단산)

올 들어 첫 등산을 했다. 윗배알미에서 검단산에 오르는 코스였다. 얼음 풀린 산 계곡에서 명랑하게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좋았다. 이 코스는 계곡과 능선길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어 산행의 첫 번째 선택지다. 오르막 경사도 급하지 않다. 검단산은 수도권의 인기 산행지이지만 윗배알미는 외진 곳이라 평일에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오붓한 것도 장점이다. 몇 달만의 등산이라 몸이 어떨까 싶었는데 가뿐하게 다녀왔다. 아직 이 정도 산행은 감당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정상에 올랐을 때는 좀 더 높았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도 살짝 들었다. 적어도 한 달에 두세 번은 산을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잘 지켜질지는 자신이 없지만. 정상에서는 청년이나 중장년층이 눈에 많이 띄었다. 전과 달라진 변화다. 모든 세대가 산과..

사진속일상 2023.03.15

경안천 원앙

경안천에서 원앙이 사는 곳은 따로 있다. 산책로에서 멀리 떨어진 산 아래 응달진 곳이다. 맨눈으로는 원앙인지 잘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다. 다른 오리류가 없는 한적한 곳이다. 원앙은 저희 가족들끼리 독립적인 생활을 좋아하는 것 같다. 원앙 암수가 나란히 노니는 모습을 보면 무척 다정해 보인다. 부부 금슬을 상징하는 조류로 삼을 만하다. 모든 생물은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원앙 수컷의 화려한 깃털을 보면 자연계에서 선택받기 위한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가를 알 수 있다. 그 덕분에 인간의 눈도 호사를 한다. 흰죽지는 옆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제일 분주한 것은 청둥오리다. 흰뺨검둥오리와 함께 사람이 옆에 있어도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다. 경안천은 아직까지는 사람의 손길이 닿..

사진속일상 2023.03.01

경떠회의 경안천 탐조

경안천의 고니를 보러 경떠회에서 광주에 찾아왔다. 오랜만에 회원 일곱 명이 다 모인 날이었다. 아침까지 내리던 비는 그쳤지만 잔뜩 찌푸린 날씨였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었던가, 고니는 다른 날에 비해 숫자가 적었다. 탐조는 오로지 운빨인 걸 어떡하겠는가. 다행히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고니 몇 마리가 있었다. 큰부리큰기러기는 가까이 다가가니 잔뜩 경계하더니 후두둑 날아갔다. 딱다구리는 열심히 나무줄기를 쪼고 있었다. 등이 보이지 않아 확실하지는 않지만 쇠오색딱다구리로 보인다. 경안천습지생태공원 둑방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남겼다. 탐조와 겸해 인근의 신익희 생가와, 허난설헌 묘에도 들렀다. 두 어린 자녀의 무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짠해진다. 마무리는 팔당호에 인접한 카페에서 했다. 백로 한 마리가 얼어..

사진속일상 2023.02.11

경안천의 고니와 기러기

서울에서 벗이 내려와 경안천에서 같이 고니와 기러기를 보았다. 아직 얼음이 얼은 채로 있어 고니가 많이 있지는 않았다. 내일 입춘이 지나고 날씨가 더 풀어지면 떠날 채비를 하는 고니와 기러기가 이곳으로 모일 것이다. ▽ 큰고니 ▽ 큰부리큰기러기 ▽ 청둥오리 고니나 오리 종류는 얼음이 녹아 있는 곳을 찾아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반면에 기러기는 얼음 위에서 무리를 지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경계하는 몸짓이 완연했다. 이제 한 달 뒤면 얘들은 북쪽 땅을 찾아 떠나갈 것이다.

사진속일상 2023.02.03

겨울 두물머리

겨울 두물머리에 가 보았다. 두물머리에도 고니가 있을까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이곳은 한겨울에 고니가 지내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팔당댐에 갇힌 물이 얼어서 빙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새가 놀지 않는 겨울 호수가 썰렁했지만, 계절이 주는 색다른 풍경도 즐길 만했다. 호숫가를 따라 난 산책로를 사부작사부작 걸었다. 얼음 위에서 쉬고 있는 고니 여섯 마리가 있었다. 한 가족이 아닌가 싶다. 인기척에 신경이 쓰였는지 몇 마리가 경계하는 몸짓을 하더니 이내 원래 자세로 돌아갔다. 산책길에서 딱새 한 마리가 잠시 동행을 하며 모델이 되어 주었다. 팔당댐 하류 쪽은 물이 얼지 않았다. 많은 수의 고니가 먹이를 찾기도 하고 쉬기도 하면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흰죽지도 고니와 어울려 있다. 항상 만나는 친구들 - 흰뺨검..

사진속일상 2023.01.31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집 바로 앞 소나무에 까치 부부가 찾아와서 둥지를 만들고 있다. 까치집을 짓기 시작한 지는 한 달이 넘었다. 아침에 잠을 깨면 까치가 우짖는 소리가 제일 먼저 반긴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까치를 길조로 여기고 있다.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고 한다. 바로 집 앞에 -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운 - 까치가 찾아왔으니 올해는 길한 일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 2023년 계묘(癸卯)년 설날이다. 이번 설은 어머니가 오셔서 함께 지내고 있다. 지난 금요일에 고향에 내려가서 모시고 올라왔다. 어머니는 목감기가 드셔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다. 이래저래 설날 같지 않은 설날이다. 어릴 적 추억 속 설날은 과거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 오래다. 설날 전인 섣달 그믐날을 '까치설'이라고 부른..

사진속일상 2023.01.22

강원도에서 꽃과 눈을 보다

지난 주말에 전국적으로 눈이 내렸는데 특히 강원도에 많이 쏟아졌다. 이번 눈은 물기를 머금은 습설(濕雪)이어서 가뭄 해소와 산불 예방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복설(福雪)이라고 부르는 고마운 눈이다. 눈을 보러 아내와 함께 강원도로 갔다. 마침 강릉 대도호부관아에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서 일차 목적지는 그곳으로 잡았다. 놀랍게도 담장을 따라 있는 대여섯 그루의 매화나무에 매화꽃이 활짝 펴 있었다. 설악산의 설경을 멀리서 보기 위해 경포호에 갔다. 눈 내린 다음날 사진은 산 전체가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는데 며칠 사이에 많이 녹은 것 같다. 산 정상부만 백설의 모자를 쓰고 있다.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눈에 띄는 건 새들이다. 사진을 찍으며 새 이름을 맞추어 보다. ▽ 청둥오리 ▽ 물닭..

사진속일상 2023.01.19

눈 내린 뒤 경안천이 만든 백조의 호수

눈 내린 다음 날 경안천에 나가 보았다. 그동안 날이 풀어져서 경안천의 얼음이 많이 녹았다. 호수 같은 수면에 고니가 노니는 모습이 북쪽 지방에서 볼 법한 '백조의 호수'를 만들었다. 고니는 한자로 '곡(鵠)'이고, 백조(白鳥)로도 불린다. 우아한 이름과 달리 성격이 거칠고 몸집도 크다. "꿔억 꿔억" 하는 요란한 울음소리도 이미지와는 다르다. 그러나 무리에서 떠나 한둘씩 물 위를 유유히 헤엄 치는 광경은 평화롭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고니는 고니, 큰고니, 혹고니 정도다. 대부분이 큰고니이고 고니나 혹고니는 드물다. 고니와 큰고니의 차이는 덩치가 아니라 부리의 노란색 부분이다. 노란색이 넓게 콧구멍 앞까지 나와 있으면 큰고니다. 사진의 고니는 큰고니다. 고니가 모여 있는 곳은 시끄럽다. 아마 짝을..

사진속일상 2023.01.17

겨울비 내리는 날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에 자다 깨다를 여러 차례 했다. 한겨울 새벽인데도 눈이 아닌 비가 내릴 정도로 날이 눅었다. 비는 낮까지 이어져 오다 그치다를 계속했다. 예보로는 앞으로 이틀 더 비가 내릴 것이라고 한다. 내리는 겨울비를 바라보다가 따끈한 수제비가 먹고 싶어졌다. 아내와 같이 드라이브 겸 하남에 있는 수제비집을 찾아갔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오랜만에 맛집의 맛을 보고 싶었다. 옛날 자주 찾아갔던 안국동의 수제비 맛이 떠올라서였다. 벌써 10여 년이 되었는데 그 뒤로는 제대로 된 수제비를 맛보지 못했다. 잔뜩 흐린 채 안개비가 보얗게 낀 날씨였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먼저 팔당 한강변에 나가 보았다. 고니를 보기 위해서였다. 고니는 70마리 정도가 있었는데 두 무리로 나누어 모래톱에서 쉬고 있었다...

사진속일상 2023.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