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를 산책하다가 어느 빌라 현관 앞에 새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되새 암컷과 수컷으로 보이는 두 마리였다. 몸이 차갑지 않을 걸로 봐서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위를 올려다보니 하늘이 그대로 비치는 빌라 유리창이 번쩍이고 있었다. 숲으로 날아가다가 유리창에 충돌한 게 분명했다.
새는 뼈가 비어 있고 약해서 충돌에 취약하다고 한다. 대부분이 순식간에 즉사하고 만다.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수만 마리가 이런 충돌로 죽는다고 한다. 전 세계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한 숫자가 나온다. 불의의 죽음을 방지하고자 방음벽이나 유리창에 점 스티커를 붙이기도 한다. 이런 작은 관심으로도 새의 죽음을 90% 이상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빌라에 사는 주민이라면 새의 죽음을 수시로 보지 않았을지 모른다. 사정이 어떤지 듣고 싶어 한참을 기다렸으나 출입하는 사람을 만날 수는 없었다. 유리창에 점만 찍어놓아도 이런 안타까운 죽음을 방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시청에서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연약한 생명을 보호하는 일이 바로 우리를 지키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록 뒷산 한 바퀴 (0) | 2025.04.29 |
---|---|
신록으로 물든 남한산성 한 바퀴 (0) | 2025.04.22 |
닷새간 어머니와 지내다 (1) | 2025.04.16 |
다산생태공원의 봄 (0) | 2025.04.10 |
벚꽃 피기 시작하는 탄천 (0) | 2025.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