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내려가서 닷새 동안 어머니와 함께 지냈다. 개나리, 벚꽃, 복사꽃이 활짝 핀 봄날이었다. 그러나 날씨는 불순하여 이틀간 비바람이 몰아치고 기온이 뚝 떨어졌다. 집 앞에 나서면 보이는 소백산은 4월 중순에 어울리지 않게 하얀 눈 모자를 썼다.
마을 입구의 벚꽃은 이때를 고비로 다 떨어졌다.
할아버지 기일과 겹쳐 어머니와 함께 산소를 찾아 인사를 드렸다. 산소의 잡초 정리를 하고 고사리와 두릅을 채취했다. 어머니는 올해도 산속에 있는 밭을 놀리지 않을 것 같다. 10년 전부터 계속되는 실랑이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밭 주변에는 할미꽃, 자주괴불주머니, 흰민들레, 제비꽃이 무더기로 피어 있었다.
길섶에 있는 어느 산소는 보라색 꽃밭이 되어 있었다.
하루는 어머니를 모시고 시내 병원에 가서 한 달치 약을 받아왔다. 서천 둑방에 나가니 벚꽃은 이제 끝물이었다.
아침 밥상.
어머니가 교회에 나가신 지는 이태 정도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여러 사람들과 만나는 게 즐거우신가 보다. 오전 예배 후 교회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예배까지 마치고 오신다.
저녁에 군불을 때면 하루 종일 방바닥이 뜨끈하다. 어머니의 건강은 이 온돌 찜질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70대 중반이 되어서도 어머니를 뵐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주변을 봐도 어머니가 생존해 계신 친구들은 드물다. 더구나 혼자서 농사 짓고 생활할 정도로 건강하시다. 이번에도 이웃집 모내기하는 걸 도와주러 나가시기도 했다. 마을 대항 윷놀이 대회에서는 젊은이들을 물리치고 3등을 해서 상장까지 받아왔다. 그런 면에서 나는 행운아라 할 수 있다.
떠나올 시간이 다가오면 어머니는 상심에 젖는다. 어머니는 노년이 되기 전까지는 자식한테 큰 관심이 없었다. 당신의 일이 최우선이었다. 이즈음 되어서야 어머니의 애틋한 감정을 접한다. 오래 살게 되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과정이리라.
고마운 것은 어머니의 식욕이 회복되었다는 점이다. 전에는 음식 맛이 없다며 소량밖에 드시지 않아 걱정이 많았다. 덕분에 어머니 건강도 그때보다 좋아져 보였다. 나이 들어 자꾸 기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