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동네에서 만난 새

샌. 2023. 4. 7. 10:53

일본 사람이 쓴 탐조 안내서다. 일본은 이웃 나라여서 살아가는 새들이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도감을 봐도 서식지가 겹치는 부분이 많다. 지은이인 이치니치 잇슈는 필명으로 '하루 한 종(一日一種)'이라는 뜻이 재미있다.

 

<동네에서 만난 새>는 일상에서 새를 보며 느끼게 되는 궁금증을 풀어준다. 깔끔한 그림과 함께 쉽게 설명하고 있어서 초등학생이 보기에도 적당하다. 새를 보는 이유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새들의 동작이나 습성을 관찰하다 보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동네를 거닐다 만나는 새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새들의 노랫소리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새들의 지저귐은 구애의 목적 외에도 영역 선언이나 적의 접근을 알리는 경고음도 다양하다. 새소리는 번식기의 지저귐과 평소에 내는 울음소리로 나눈다. 번식기의 지저귐을 영어로 'song'이라고 하며 복잡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반면 새들이 평소에 내는 울음소리는 영어로 'call'이라고 한다. 경계나 위협, 두려움, 기쁨, 집합 신로, 존재의 확인 등 소리마다 다양한 의미가 있다. 우리말에서는 새가 '지저귄다' '노래한다' '운다'는 표현을 쓴다.

 

작은 새를 관찰하다 보면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을 본다. 사람으로 치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라고 할 때의 자세와 비슷하다. 새는 왜 고개를 바쁘게 움직일까? 새들은 인간과 달리 안구를 움직여서 여러 방향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머리를 자주 움직여 돌려주어야 다른 방향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작은 새가 고개를 갸웃할 때는 상공의 천적을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다. 비둘기가 걸을 때 보면 고개를 앞뒤로 움직이며 걷는다. 이 역시 보는 것과 관계가 있다는 것은 이번에 새로 알게 되었다.

 

새들이 짝을 찾는 구애의 과정은 인간과 비슷하다.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전하려는 생물체의 집요한 본능을 알 수 있다. 수컷이 암컷에게 선물을 주는 것은 사람뿐 아니라 동물 사이에도 흔히 보는 행동이라고 한다. 이때 선물의 질이 중요한데 제대로 된 먹이를 잡지 못하는 미덥지 못한 수컷과 함께하면 육아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컷은 암컷의 마음에 들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해 먹이를 잡아오지만, 암컷 입장에서는 이 선택에 자신과 새끼의 운명이 걸려 있는 만큼 야박하게 굴 수밖에 없다. 인간 세계라고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에는 여러 흥미로운 새들의 습성이나 생태 이야기가 나온다. 같은 대상이라도 알고 보면 더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진다. 나에게 동네 산책이 즐거운 이유는 길을 가면서 만나는 새들과 꽃이 있기 때문이다. 동네에서 만나는 새들은 종류가 한정되어 있지만 만날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다. 오늘 보고 듣는 박새는 어제의 박새와는 다르다. <동네에서 만난 새>는 가볍고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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