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아내와 경안천을 걷다

샌. 2024. 2. 29. 09:37

 

아내와 오포 쪽 경안천을 걸었다. 이쪽에는 혹시 고니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금년 2월에는 희한하게도 경안천에서 고니를 볼 수 없다. 무슨 연유로 경안천을 외면하는지 모르지만 아예 마음을 닫은 건 아닌지 걱정이다. 고니도 이제 북쪽으로 이동할 때가 되었다. 연말이 되어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니 서운하기 그지없다.

 

고니 없는 겨울 경안천은 썰렁했다.

 

 

경안천의 터줏대감인 백로와 흰뺨검둥오리는 걷는 동안 그나마 심심찮게 만난다. 항시 볼 수 있으니 그러려니 하지만 너희들도 귀한 존재들이 아니냐. 

 

 

경제적이나 심리적으로 우리가 평가하는 사물의 가치는 희소성에 의해 결정된다. 베란다에 있는 제라늄은 사시사철 꽃을 피우는 까닭에 이제는 시선을 끌지 못한다. 있는 둥 없는 둥이다. 만약 일 년에 단 하루만 꽃을 피운다면 엄청난 환호에 귀한 대접을 받을 것이다. 같은 식물이라도 그렇게 달라진다. 이것은 사물의 본래 가치와는 관계가 없다. 오히려 흔하게 널려 있는 것이 더 소중할 수 있다. 다이아몬드는 없어도 살 수 있지만 물과 공기가 없으면 살 수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옆을 늘 지키고 있는 사람이 제일 귀한 사람이 아니겠는가.

 

 

만 보 가까이 걸으니 몸이 한계치에 도달한 느낌이다. 무리하지 말자며 걸음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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