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눈 내린 탄천

샌. 2024. 2. 23. 09:46

 

밤 사이에 많은 눈이 내렸다. 당구 모임이 있는 날이라 오전에 분당으로 나가면서 탄천에 잠깐 들러보았다. 나무들은 물기를 잔뜩 머금은 눈옷을 무겁게 걸치고 있었다. 하늘은 다시 눈이 쏟아질 듯 찌뿌둥했다. 사람들은 휴대폰을 꺼내 도시의 드문 설경을 찍느라 분주했다.

 

 

셋이 모인 당구 모임은 단출했다. 모임 내에서 사소한 의견 충돌이 있었던 터라 분위기가 무거웠다. 당분간 내가 연락책을 맡기로 했다.

 

오후가 되니 눈은 많이 녹고 오전의 설경은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는 여정이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짧은 여행객들이다. 따스한 날에 내린 눈처럼 우리 또한 소리소문 없이 무대에서 사라질 것이다. 원망할 일도, 안달할 일도 없어라. 그때가 되면 다 부질없었다고 할 게 아닌가. 세파의 잔물결에 마음이 요동쳐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 생각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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